홍원기 신임 감독을 선임한 히어로즈 구단

홍원기 신임 감독을 선임한 히어로즈 구단 ⓒ 키움히어로즈

 
키움이 2021 시즌을 이끌어 갈 사령탑으로 홍원기 감독을 선임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홍원기 수석코치와 계약기간 2년 총액 6억 원(계약금 2억+연봉총액4억)에 감독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7일 손혁 감독 사퇴 후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렀던 키움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감독을 교체한 4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물러난 손혁 전 감독과 이번에 부임한 홍원기 감독은 공주중동초부터 공주중, 공주고, 고려대까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30년이 넘은 절친사이다. 2003년과 2004년에는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로, 2015~2016년, 그리고 작년에는 히어로즈에서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작년 키움의 수석코치로 손혁 전 감독을 보좌했던 홍원기 감독은 올해부터 친구가 떠난 자리를 맡아 히어로즈를 이끌게 됐다.

백업 전전하던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현역 시절

홍원기 감독은 박찬호와 임선동, 고 조성민, 박재홍, 염종석, 정민철 등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황금세대로 꼽히는 '전설의 92학번' 출신이다. 박찬호, 손혁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홍원기 감독은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구단 한화 이글스에 1차지명을 받았다. 당시 이영우가 2차 2라운드, 송지만이 2차 3라운드 출신임을 고려하면 홍원기 감독이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았던 대형 유망주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이 이민호와 황대연, 강석천(두산 수석코치) 등을 능가하는 대형내야수로 성장할 거라는 한화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격수를 맡기엔 순발력이 떨어지고 3루수를 맡기엔 장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홍원기 감독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성장 속도가 더뎠다. 결국 홍원기 감독은1999년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그리고 공교롭게도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나마 홍원기 감독의 짧은 전성기는 두산 시절에 있었다. 두산에서 김동주의 백업 3루수로 활약하던 홍원기 감독은 2000년과 2001년 가을야구에서 부상중인 김민호(LG트윈스 코치) 대신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친정' 한화와의 2001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8타수4안타(타율5할)1홈런3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홍원기 감독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7년 동안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꾸준히 활약했지만 124경기에서 타율 .273 8홈런42타점을 기록했던 2003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은 2005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장원진-안경현(SBS 스포츠 해설위원)-손시헌(NC 다이노스 수비코치)-김동주로 이어지는 탄탄한 내야진을 보유한 두산에서 이적생 출신의 백업 내야수 홍원기를 무리해서 잡을 이유는 없었다.

결국 홍원기 감독은 해를 넘긴 2006년 1월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했다. 프로 입단 후 3번째 팀을 만난 홍원기 감독은 이적 첫 해 56경기에서 타율 .270 4홈런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 해 현대에는 강정호와 황재균(kt 위즈)이라는 특급 유망주들이 입단했고 홍원기 감독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 들었다. 2007년 1군에서 25경기 출전에 그친 홍원기 감독은 2007 시즌이 끝나고 12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동갑내기 장정석-손혁 감독처럼 성공신화 쓸까

홍원기 감독이 은퇴를 결심한 2007 시즌이 끝난 후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라는 영광을 뒤로 하고 해체가 결정됐고 대신 히어로즈가 창단했다.  홍원기 감독은 2008년 전력분석원을 거쳐 2009년부터 히어로즈의 2군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1군에 올라온 홍원기 감독은 수비코치로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선수들로부터 높은 신임을 얻으며 10년 넘게 한 팀에서 코치 자리를 이어갔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키움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임시 인스트럭터(정규코치가 아닌 임시지도자)로 선수들을 지도한 바 있다. 박찬호가 한국야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려하면 특정팀의 인스트럭터를 맡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인데 이 역시 홍원기 감독의 공이 컸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수비코치와 수석코치로 4년 연속 동갑내기 감독(장정석, 손혁 감독)을 보좌했던 홍원기 감독은 12년의 코치 생활 끝에 드디어 감독으로 선임됐다. 혹자는 현역 시절 스타도 아니었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인지도도 썩 높지 않은 홍원기 감독의 선임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염경엽 전 감독과 장정석 전 감독은 현역시절 홍원기 감독보다 더 이름 없는 무명 선수 출신이었다.

키움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간판타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홀드왕 출신의 불펜 투수 김상수(SK 와이번스) 역시 팀을 떠났다. 여기에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팀도 바로 히어로즈다. 홍원기 감독은 감독 부임 후 구단으로부터 FA 영입 같은 선물을 받긴커녕 당장 눈 앞에 닥친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염경엽 감독과 장정석 감독은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손혁 감독 역시 작년 키움을 가을야구로 견인했다. 이제 홍원기 감독이 절친 손혁 감독의 자리를 이어 받아 히어로즈의 새로운 선장이 됐다. 과연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났을 때 히어로즈 구단이 또 한 번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인정 받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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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손혁 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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