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삼성 라이온즈는 '삼성 왕조'라고 불릴 만큼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팀이었다. 2010년부터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11년부터 4년간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정들었던 대구 시민 야구장을 떠난 삼성은 공교롭게도 홈구장을 옮긴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전력상으로는 중위권 경쟁을 할 만하다는 평가를 늘 받아왔음에도 결국 시즌이 끝나면 순위표 상단에는 삼성의 이름이 없었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된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외국인 타자와 국내 거포들이 함께 합작품을 만들어낸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외국인 타자가 잘할 땐 국내 타자들이 부진했고, 지난해처럼 정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장타 생산이 가능한 좌타 거포 오재일의 가세는 팀에게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장타 생산이 가능한 좌타 거포 오재일의 가세는 팀에게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 삼성 라이온즈


새롭게 합류하는 오재일, 그리고 피렐라의 역할

외국인 타자도 바뀌었고, FA 영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도 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두산에서 장기간 활약해왔던 오재일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2012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오재일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1루수로 활약했다.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20홈런을 만들어냈고, 2019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적 직전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오재일의 활약상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127경기 타율 0.312 16홈런 89타점 OPS 0.872로,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RC+(조정 득점 생산력)는 138.8이었다. 리그 전체 국내 타자 가운데 1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오재일의 장점이 더욱 돋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의 활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이저리그 통산 302경기 17홈런, 마이너리그에서는 366경기 동안 50홈런을 터뜨렸다. 김용달 타격 코치는 그를 보고 한화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데이비스를 떠올리며 한국 야구에 적합한 선수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의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는 나바로, 러프 정도였다. 지난해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는가 싶었던 살라디노도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결국 피렐라의 꾸준하게 한 시즌을 소화해야 중심 타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적 첫 해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였던 김동엽이 올핸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이적 첫 해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였던 김동엽이 올핸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 삼성 라이온즈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서 활약, 더 높은 곳 바라보는 김동엽

지난해 팀의 부진 속에서도 김동엽의 활약은 다음 시즌을 바라봐야 하는 팀에게 큰 수확 거리였다. SK 시절을 통틀어봐도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한 시즌은 없었다. 115경기 타율 0.312 20홈런 74타점 OPS 0.869로 강민호와 구자욱 등을 제치고 홈런 부문 팀 내 1위에 올랐다.

2020시즌 국내 우타자 중에서 20홈런을 넘긴 선수는 단 8명이었다. 좌익수 수비도 나설 수 있긴 하지만, 삼성이 김동엽에게 바라는 것은 수비가 아닌 공격적인 부분이다. 3번이 됐든, 4번이 됐든, 5번이 됐든 중심 타선 한 자리를 지켜줘야 할 것이다.

트레이드 당시 삼성이 기대했던 김동엽의 장타력이 이제야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재일과 피렐라가 어느 정도 활약을 펼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김동엽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여기에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강민호 등 중심 타선 앞뒤에 배치될 타자들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이름만 놓고 보면 다른 팀에 절대 밀리지 않는 이들이 나란히 제 몫만 해줘도 팀은 충분히 가을야구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2015년을 끝으로 사자 군단의 중심을 책임졌던 타자들이 하나둘씩 흩어졌고, 다섯 시즌 동안 중심 타선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올겨울 과감하게 외부 영입까지 시도한 삼성이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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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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