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 ⓒ ocn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화제작답게 장르물로는 드물게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여서 그럴까. 최근 작가 교체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제작진 사이 잡음이 표면화되었다. 논란이 알려진 뒤 극중 한 출연자가 '믿고 따라와봐요'라는 응답을 하는 듯한 SNS를 올렸지만, 들썩이는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의로운 소문> 시청자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건 뭘까?

<경소문>이 OCN 장르물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원작의 재미 덕분이다. 그렇다면 원작의 그 '재미'란 무엇일까? 극중 주인공들은 '카운터'들이다. 이 새로운 캐릭터들은 '융'이라는 지상과 하늘을 잇는 '영계'의 명을 받아 악귀를 사냥하는 신선한 존재들이다. 마지막으로 카운터가 된 소문(조병규)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마'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 대신 삶의 기회와 함께 저마다 놀라운 능력을 갖게된 뒤 악귀가 된 사람들을 쫓는다. 소문의 경우 그 자신이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악귀에게 희생된 케이스로, 마지막 카운터 주자로 합류하게 됐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카운터들의 활약상을 쫓는다. 그저 악귀를 사냥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악귀들의 악행이 이들이 머물고 있는 중진시 신명휘 시장과 그의 조력자들이 저지르고 있는 사회구조적 비리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며 판이 커진다. 또 이들의 비리를 추적하다 죽음을 당할 뻔한 카운터 가모탁(유준상 분)과 역시나 부모님을 잃은 소문의 사연이 더해지며 우연은 운명적 만남이 된다. 거기에 단계를 높여가며 카운터들과 대척점을 이룬 악귀 지청신(이홍내 분)이 신명휘의 조력자가 되며 악과 카운터들의 대립은 '거악의 척결'로 귀결된다. 

활약 대신 사연이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 ⓒ ocn

 
하지만 판이 커져가면서 시청자들이 정작 보고자했던 카운터들의 화끈한 악귀사냥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2.7%로 첫 출발을 끊었던 <경이로운 소문>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부모님을 잃는 과정에서 당한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게 된 소문이 카운터가 되며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걷게 되고, 그간 소문이와 친구들을 괴롭히던 가해 학생들을 속시원하게 '응징'하면서부터다.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은 물론 그 누구라도 괴롭히지 말라고 단호하기 소리치며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 무리를 힘으로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만든 소문의 모습은 체증이 확 풀리는 장면이었다. 

바로 이러한 속시원한 활약을 기대하며 시청자들은 <경이로운 소문>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다리를 절던 소문이 두 다리로 걷고 뛰고, 카운터들이 융의 위겐들의 영적인 도움으로 악귀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반부에 들어서며 <경이로운 소문> 속 카운터들의 활약은 지지부진해졌다. 악귀를 사냥하는 대신, 가무탁의 과거 사연과 소문이 부모님의 사연, 그리고 도하나(김세정 분)의 사연이 풀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반면, 카운터로서의 활약은 그런 사연 속 조미료처럼 드문드문 등장했다. 심지어 융의 위겐들이 과거 사연과 관련된 카운터들의 활동을 문제삼아 소문이의 능력을 빼앗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인공의 능력 상실은 '히어로물'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클리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악의 주구인 지청신을 비롯한 중진시의 악의 전횡이 드라마를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누군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만한 상황이 됐다. 

장르물에서 흔히 오판을 하게 되는 지점은 '악'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극의 흐름을 그들이 끌고갈 될 때다. <경이로운 소문> 역시 지청신과 백향희라는 악귀가 사람들의 목숨을 밥먹듯이 해치우며 극중 존재감을 키워나간다. 그런가 하면 신명휘와 그의 조력자 조태신의 전횡도 점입가경이었다. 
 
그렇게 악의 무리들이 그 힘을 키워나가는 동안 카운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에 천착하여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소문)의 부모님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은 그 무엇보다 곡진하고 애달프지만 이러한 '신파'적 정서로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니, 카운터로서의 면모가 상대적으로 아쉬워지는 것이다.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 ⓒ ocn


소문은 매번 부모님과 관련된 상황이 발생할 때면 이성을 잃는다. 이미 그런 상황에서의 단독 행동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동료들마저 위험에 빠뜨려 카운터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적도 있건만, 13~14회에서 소문은 또 분노하고 폭발한다. 지청신의 자살로 신명휘에게로 옮겨간 악귀를 확인한 소문이 동료 카운터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신명휘의 집 담장을 뛰어넘는 상황은 용맹한 카운터라기보다는 여전히 부모님의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등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소문의 사연이 안타까운 건 맞지만, 드라마는 카운터들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소문이라는 캐릭터를 늘 소리치고 분노하는 일차원적 캐릭터로 소모할 때가 많아 아쉽다. 

도하나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자신을 통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자신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 그의 트라우마는 단 2회를 남겨둔 현재까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운터들은 악귀 사냥꾼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지 못한다. 심지어 카운터들은 카운터로서의 활약 대신 신명휘 시장 대선 출정식에서 그에게 똥물을 뒤집어 씌우는 실소 나오는 해프닝이나 악인들을 속여서 선거 자금을 빼앗는 등의 작전으로 스토리를 이어갔다. 

물론 이러한 지지부진한 카운터들의 시행착오가 15,16회의 결전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밑밥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잔칫날 잘 먹자고 내리 굶기는 상황처럼 사연은 구구절절했던 반면 카운터들의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경이로운 소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