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모추어리 컬렉션> 포스터

<모추어리 컬렉션> 포스터 ⓒ (주)이놀미디어

 
1월 21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을 앞둔 <모추어리 컬렉션>은 제24회 부천국제영화제와 제53회 시체스영화제를 비롯해 다수의 장르 영화제에 초청받아 화제를 모은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옴니버스 형식의 호러영화의 경우 다수의 감독들이 모여 하나씩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반면, 라이언 스핀델 감독은 혼자 모든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는 방식을 택했다. 그 덕분인지 이 영화는 안정된 공포를 선사한다.
 
액자식 구성을 지닌 이 작품은 제목(The Mortuary Collection) 그대로 영안실에 모인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컬렉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시체다. 한 아이의 장례식을 끝낸 장의사 몽고메리 다크의 모습은 기괴하다. 큰 키에 시체 같은 생김새를 지닌 그는 마치 좀비 같은 느낌이다.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판을 보고 찾아온 소녀 샘은 조수로 일할 테니 시체와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 (주)이놀미디어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은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에피소드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외화는 다크가 샘에게 시체를 보여주며 그 시체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다. 내화는 이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형상화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외화와 흐름이 연결되면서 극적 집중력을 높이는 건 물론, 구성적인 측면에서 안정감을 준다. 죽은 시체에 얽힌 각각의 에피소드는 장르적인 매력과 함께 개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시체와 얽힌 에피소드는 크리쳐물이다. 파티장에 온 여자는 잠시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다. 화장을 고치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나자 여자는 거울을 열려고 한다. 힘겹게 열린 거울 안쪽에는 꽃 모양을 한 괴물이 나타나며 공포를 자아낸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신체가 마비된 아내를 돌보던 남편이 토막 살인을 저지르는 고어 슬래셔를, 네 번째 에피소드는 혼자 아이를 돌보던 베이비시터의 집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유아 살해범이 잠입하는 틴에이지 호러의 느낌을 주며 호러 안에서도 차별화된 장르적 매력을 선보인다.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에피소드로 사회풍자를 담은 호러다. '키싱 부스' 시리즈로 유명한 미남 배우 제이콥 엘로디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성적 문제를 풍자한다. 대학생 제이크는 마르크스주의의 해방을 내세우며 신입 여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성문화를 전파한다. 그가 여학생들에게 콘돔을 건네며 마르크스주의의 해방이 성적인 해방을 의미한다며 성관계를 강조하는 장면은 검은 욕망을 보여준다.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 (주)이놀미디어

 
제이크는 이런 홍보를 통해 자신은 물론 친구들도 함께 원나잇을 즐긴다. 신입생 킬러인 그의 눈에 한 여성이 들어온다. 한 번 떠보는 제이크의 말에 여성은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두 사람은 파티에서 바로 원나잇을 즐긴다. 이때 제이크는 콘돔을 벗는다. 그의 수법은 이전에도 이런 방식으로 여성들을 상대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예상되는 전개가 있다. 여성이 임신을 하고, 남성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기괴하면서도 통렬한 전개를 선보인다. 임신을 한 게 여성이 아닌 제이크인 것이다. 처음에는 속이 메슥거리더니 하루 만에 배가 부풀어 오른 제이크는 병원에서 임신 판정을 받는다. 잘못된 원나잇을 통해 여성이 받는 고통을 남성에게 전가시키면서 작품의 공포는 완성된다. 동시에 성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키는 메시지도 보여준다.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모추어리 컬렉션> 스틸컷 ⓒ (주)이놀미디어

 
시체는 온몸으로 자신의 죽음을 말하고 영화의 공포는 여기서 시작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는 시체의 모습과는 다른 끔찍하고 기괴한 죽음의 이야기가 분위기를 어둡게 만든다. 여기에는 클랜시 브라운이 연기한 몽고메리 다크 역의 캐릭터가 큰 역할을 한다. 지옥으로 향하는 안내인 역을 충실하게 행하며 내화 못지 않은 매력적인 외화를 연출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안정감이 주는 맹점이다. 여러 감독이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형태의 작품은 에피소드마다 격차가 크지만, 뛰어난 에피소드가 주는 힘이 상당하다. 반면 이 작품은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고른 편이지만,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에피소드는 없다.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모든 메뉴가 균등한 수준의 맛은 유지하지만, 입맛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메뉴는 없는 뷔페에서 식사를 한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모추어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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