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일 2021 시즌 보류선수 명단 544명이 공시되면서 10개 구단에서 55명의 선수가 보류선수 명단제외, 즉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마이크 라이트와 제이크 브리검 등 재계약에 실패한 외국인 선수 10명을 제외한 국내 선수가 45명이었고 그 중에서 박용택, 권혁, 정상호, 권오준, 윤희상, 박희수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방출 선수 시장이 역대 최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열기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재취업을 노리는 여러 선수들이 테스트 기회조차 얻지 못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선수들은 올 시즌에 활약할 새 소속팀을 구했다. 통산 3번의 골든글러브와 1850안타를 기록 중인 이용규는 작년 11월 총액 1억5000만원에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베테랑 투수 안영명 역시 1억2000만원에 kt 위즈로 이적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리고 LG트윈스에서 방출된 외야수 전민수는 연봉 5000만원에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 전민수는 작년 LG에서도 1군에서 고작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NC에서의 활약이 불투명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민수가 미리 위축될 필요는 없다. KBO리그에는 작년 kt의 핵심 외야수로 활약했던 조용호라는 훌륭한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육성선수에서 억대 연봉선수가 된 조용호의 성공사례

2012년 고양 원더스에서 활약했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조용호는 2014년 SK와이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7년 69경기에서 타율 .272를 기록하며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조용호는 '도약의 해'로 삼았던 2018년 한동민과 김동엽(삼성 라이온즈), 노수광(한화 이글스), 김강민, 정진기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16경기 타율 .077(13타수1안타)라는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컨택 능력이 뛰어나고 발도 빠르지만 체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조용호는 외야가 풍부한 SK에서는 주전은 물론 백업으로도 활용도가 떨어졌다. 결국 조용호는 2018년11월 조건 없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아무리 당시 SK의 외야진이 포화상태였다곤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소속 선수를 무상으로 타 팀에 보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당시 리그에서 조용호의 가치가 낮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용호의 kt 이적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2019년 대타 및 백업 외야수로 87경기에 출전한 조용호는 타율 .293 55안타로 SK시절이었던 2017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쏠쏠한 좌타 외야수를 얻은 kt에게도, 새로운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조용호에게도 더 없이 좋은 이적이었다. 그리고 조용호는 작년 시즌을 통해 당당히 kt의 중심 선수 중 한 명으로 도약했다.

김민혁과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한 조용호는 작년 좌익수로 69경기, 우익수로 23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다. 실제로 조용호는 고관절 부상으로 3일 간 부상자 명단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개막부터 종료까지 한 번도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고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했다. .296의 타율과 121안타32타점73득점12도루 모두 데뷔 후 최고 기록이었다. 조용호는 올 시즌 작년보다 86%가 인상된 1억3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조용호는 육성 선수로 입단해 무상 트레이드를 거쳐 서른을 넘긴 나이에 억대 연봉 선수로 성장했다. 긴 무명 시절을 극복한 조용호의 성공 스토리는 1군보다 2군구장이 익숙한 많은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높은 순번의 지명과 입단 당시 화려한 조명, 많은 계약금이 없었더라도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1군에서 필요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조용호가 증명했다.

김성욱-김태진의 대안으로 영입한 14년 차 외야수

비록 고졸과 대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전민수는 체격조건이 썩 좋지 않은 1989년생 좌타 외야수라는 점에서 조용호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2008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민수는 6년 동안 1군에서 15경기에 출전한 후 히어로즈에서 방출됐다. 덕수고 시절에는 팀을 봉황대기 우승으로 이끌며 이영민 타격상까지 받았던 유망주였지만 프로 입단 후 잦은 부상으로 재능을 꽃 피우지 못했다.

2014년 kt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전민수는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395를 기록하며 kt의 '비밀병기'로 떠올랐다. 2016년 1군에 데뷔한 전민수는 74경기에 출전해 타율 .305 65안타3홈런29타점31득점5도루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9년 만에 '덕수고 천재타자'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 했다. 전민수는 2017년에도 타율 .277를 기록했지만 2018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21경기에서 타율 .172에 그쳤다.

2018 시즌이 끝난 후 kt에서 방출된 전민수는 LG로 이적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나마 2019 시즌에는 1군에서 75경기에 출전하며 백업 외야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홍창기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한 작년 시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다가 시즌 종료 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백업 외야수가 필요했던 NC에서 전민수에게 손을 내밀면서 방출시장의 역대급 한파 속에서도 4번째 소속팀을 찾았다.

NC는 간판타자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되면서 올 시즌에도 나성범, 애런 알테어, 이명기(권희동)로 이어지는 강한 외야진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김성욱의 입대가 예정돼 있고 내·외야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 김태진(KIA 타이거즈)이 이적하면서 백업 외야 라인이 약해졌다. 따라서 준수한 컨택 능력과 수비, 저렴한 연봉, 어느 정도의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전민수는 김성욱과 김태진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2008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민수는 올해로 프로 14년 차가 됐지만 아직 1군 출전 경기는 244경기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출전 경험도 단 1경기 밖에 없다. 따라서 전민수는 오는 2월부터 진행될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동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다. 전민수에게 다가올 스프링캠프는 전민수의 올 시즌 홈구장이 창원NC파크가 될지 마산야구장(퓨처스 홈구장)이 될지 결정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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