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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박사
 송강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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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친구 송강호 박사가 '평화를 꿈꾸었다'는 죄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송강호 박사는 국제평화구호단체인 '(사)개척자들'을 설립하고 지난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티모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인도네시아 아체 내전의 피해자들, 그리고 지진 피해를 당했던 아이티에서의 구호 활동,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방글레시아 로힝야 난민들을 돕는 일에 투신해 온 신실한 평화활동가입니다.

그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천명된 제주도에 전쟁을 연습하는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강정마을에 들어가서 평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들은 강정마을의 구럼비가 파괴되고, 그 위에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거대한 기지가 지어지고 나면, 그도 결국엔 떠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송강호 박사는 아예 주소지를 강정마을로 옮기고서 현 제주 해군기지 터에 세계평화대학을 만들자며, 또 동일한 전쟁피해의 아픔을 겪었던 오키나와-타이완-제주를 잇는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평화의 항해를 떠나자며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 8주년을 맞아, 그가 늘 기도했던 구럼비의 흔적을 찾아 잠시나마 기도하고자 해군 측에 출입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결국 무단으로 기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일로 송강호 박사는 1심에서 2년 실형을 선고받고 1년이 다 되도록 제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오히려 검찰은 그의 형을 더하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에 그의 평화활동을 지지하는 이들의 탄원서를 제주법원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송강호 박사를 기억하고 그의 평화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탄원 서명 링크(http://bit.ly/송강호탄원서서명)와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 전문입니다.

평화운동가 송강호박사 탄원서

사건번호 : 제주지방법원 2020고합52
피고인 : 송강호
탄원인 : 송강호의 평화운동을 지지하며 탄원하는 사람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운동을 전개해온 평화운동가 송강호를 지지하는 사람들로서 그가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평화운동가 그리고 평화신학자로서 피고인 송강호가 걸어왔던 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송강호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중, 세계교회협의회(WCC) 추천을 받아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으로 유학길에 올라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지낸 5년간의 학위과정 중 내전으로 비극을 겪은 르완다와 보스니아 전쟁지역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는 평화를 가르쳐야 할 종교(기독교)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잔혹한 전쟁학살자로 변질시키는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 이후 그는 신학자로서의 안정적인 지위를 포기하고 전쟁과 군대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이들을 도우면서 그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평화운동가로서의 삶을 평생 과업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동티모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인도네시아 아체 내전의 피해자들, 그리고 지진피해를 당한 아이티와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방글레시아 로힝야 난민들을 돕는 일에 온전히 투신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평화운동의 일관된 여정 가운데 심지어 절차의 공정성마저 확보하지 못한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제주 강정마을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편 우리가 아는 피고인 송강호는 신(神)의 존재를 믿고, 고통 받는 땅을 치유하시는 신(神)의 현존을 위해 기도하기를 쉬지 않는 영성가입니다. 그는 신학자이자 영성가로서 분쟁지역의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신의 전격적인 개입을 구하는 기도를 결코 멈추지 않았고,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강정마을에서도 그는 구럼비 발파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강정사람들의 평화의 상징이었던 구럼비 바위 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가 군사기지 없는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도록 기도했고, 강정마을 공동체가 진실 안에서 화해하고 회복되도록 기도했습니다. 구럼비 발파 이후 더 이상 그곳에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되자 그는 구럼비가 보이는 남방파제에서 그리고 기지가 완공된 이후에는 기지 정문에서 멈추지 않고 그 기도를 이어왔습니다. 그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그는 연행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어떤 위험도, 조롱도 개의치 않았습니다.(제주의 소리 2011년 10월 11일자 기사 "구럼비 바위서 기도 위해 해군기지 진입 송강호씨 연행", 오마이뉴스 2018년 10월 14일자 기사 "관함식 열리는 강정해군기지, 그는 왜 바다로 뛰어들었나" 참조)

그런 피고인 송강호는 지난 2020년 3월 7일, 강정사람들의 안식처이자 송강호가 기도 드렸던 구럼비가 발파된 지 8주년을 맞아 아직 해군기지내에 남아있는 구럼비 바위를 찾아 그곳에서 잠시나마 기도를 드리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해군에게 여러차례 공식적인 방문신청을 했지만, 그에 대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주민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상생과 화합의 노력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생을 위한 공식적 제안에 해군은 어떤 대답이나 해명도 없이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했습니다. 결국 해군의 무책임한 침묵 가운데 송강호는 기지 철조망을 훼손하고 기지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기지 안 깨진 구럼비의 흔적 위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만 드렸을 뿐, 군에 대한 어떤 위해적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그를 발견한 군과 경찰도 단순 퇴거 조치만을 취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 송강호는 군용시설 손괴로 고소되어 지난 2020년 3월 30일 법정구속 되었고, 1심에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현재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가혹한 판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피고 송강호는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거나 군에 특정한 위해를 가하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어찌보면 순진하고 무모하다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그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과 무모함이 전쟁과 군대가 태생적으로 내포한 폭력을 마침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일관되게 행동해왔던 평화의 신념가이고 종교인입니다. 2심에서는 이 신실한 평화활동가와 신학자의 진정어린 평화활동을 고려한 판결을 통해 평화의 가치와 그 평화를 위한 활동이 얼마나 고귀하고 존엄한 것인지를 우리 사회와 자라나는 다음세대에게 가르쳐 주시길 간절히 탄원합니다.

태그:#송강호박사, #제주해군기지, #평화를꿈꾸다, #징역2년, #제주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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