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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진숙 언니, 언니에게 진 빚 갚으려 사람들이 모입니다(http://omn.kr/1qxno)
② 노동변호사가 대통령이지만... 당신은 여전히 해고자(http://omn.kr/1qzkf)
③ 깡마른 여자 김진숙, 눈물이 앞을 가린다(http://omn.kr/1r1u9)
④ 한국 최초 여성 용접공의 금의환향을 바라며 단식합니다(http://omn.kr/1r3lx)
⑤ 35년간 외로웠던 싸움, 무얼 더해야 합니까(http://omn.kr/1r4rf)

<소금꽃나무>를 읽고 있다.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콧물과 함께 흑흑거리는 소리도 비집고 나온다. 지하철인데… 아픔은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은 이들이 힐끔거린다. 슬픈 연애 소설도 아닌데 왜 이리 눈물이 나지?

내 첫 직장은 공장이나 유조선에 들어가는 배관을 설계하는 회사였다. 설계를 막 배우고 제법 일을 잘할 때 IMF가 터졌다. 누구를 해고해도 문제가 되지 않던 그때, 현장 파견 근무를 자원했다. 파견수당도 받을 수 있고 한두 해는 해고될 염려가 없을 거라고들 했기 때문이다. 일이 벅찼지만 해고되지 않으려고 앙버텼다. 그래 안간힘이다. 그때는 그랬다.

내가 열심히 일한 탓으로 식권을 팔아 보름달 빵이나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던 경리가 해고되었다. 경리는 나보다 어렸고 일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나보다, 나보다 더 일자리가 절실했다. 그 시절 나는 해고되지 않고 시간을 넘어 어른이 되었다. 살면서 이때를 떠올린 적이 없다.

힘껏 일하면서도 눈치 보고 주눅 들고, 더 배우지 않아 높은 자리에 올라서지 못해서 쉽게 해고 되고, 그것이 두려워 뭐든 배우겠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열정 어린 노동자들이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아이의 꿈, 난 쭈뼛거렸다

아이가 제과 관련 대학에 가겠다고 한다. 스무 살 우리 집 맏이는 어린 나이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 주거 공간을 마련해, 독립할 힘을 길러주는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어휴, 한숨이 난다.

중학교에 다닐 때 아이는 빵과 쿠키를 굽는 사람이 되겠다며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나도 안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파악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그런데 불안하다. 새벽부터 애쓰는 데 견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노동 가치, 열악한 환경, 쉬운 해고, 비정규직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이 불 보듯이 그려진다. 어린 노동자들이 어이없는 죽어가는 것이 이젠 남이 겪을 일도, 먼 앞날에나 펼쳐질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꿈꾸던 미래를 기쁘게 존중하고 축하하지 못한 채 쭈뼛거렸나 보다. 그런 내게 소금꽃나무 김진숙 선생이 드잡이한다.

"세상을 만들어 온 것은 노동자다! 거북선을 만든 것도 노동자다! 너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랑스러워하라!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움직인다!"

김진숙이 내디디는 걸음
 
 함께 걷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지도위원
 김진숙(사진 왼쪽)은 2020년 12월 30일부터 부산에서 서울까지 복직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걷고 있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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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은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지 3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해고노동자다. 그리고 35년 동안 여전히 용접공 노동자로 복직하려고 한다. 2020년 12월 30일부터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복직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이 엄동설한에 걷고 있다.

나는 김진숙이라는 사람을 응원하기엔 힘에 부치는 사람이다. 집회를 이끈 적도 없고 집회에 나서 큰 소리를 내본 적도 없다. 내세울 만한 직함도 없다. 그렇지만 김진숙이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간절히 빈다. 김진숙이 복직하기를 바라지만, 복직하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소금꽃나무>에서 김진숙은 서 있으면 멈추는 게 아니라 넘어진다는 걸 알았고, 함께해야 서로 힘이 세진다는 것을 길에서 배웠다고 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스크럼을 짜며 저절로 알게 됐던 그때, 그때가 기적이라고 했다.

김진숙이 내디디는 이번 걸음에서 기적이 한 번 더 일어날 것이다. 왜냐면, 집회라고는 촛불 드는 것밖에 모르던 동네 아줌마 1호도 함께 걷겠다는 마음이 자꾸 일어나는 걸 보면 말이다. 빼앗긴 자리를 되찾은 김진숙을 디딤돌 삼아 노동자로 살겠다는 우리 아이들을 두려움 없이 응원하고 싶다.

- 신현주(부지깽이네책방 살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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