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포스터

영화 <그녀의 조각들> 포스터 ⓒ 넷플릭스

 
가족은 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비록 관점과 사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대화와 이해심으로 그 방향을 맞춰나간다. 어쩌면 태어나면서 맺어지는 관계라는 틀 때문에 서로를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다가 보면 상실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상실감은 가족 전체를 흔들고,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흔들어 놓는다. 어떤 경우에는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가족을 흩어지게도 한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극복해 나가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가 그 상황을 직시하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 나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더 단단해지고, 비록 다른 방향으로 향하던 가족들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를 잃은 부부의 상실과 회복

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출산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부부와 그 주변 가족의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영화는 아내 마사(바네사 커비)와 남편 숀(샤이아 라보프)이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어떤 식으로 달라져 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초반 출산일이 임박한 마사와 숀의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 출산에 대한 기대감과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은 출산 신호가 오자 조산사를 집으로 부른다. 그들은 병원보다는 집에서 조산사와 가정 출산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 넷플릭스

 
긴박하게 출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하던 조산사는 아니지만 꽤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다른 조산사가 왔고 조산사는 단계별로 출산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마사와 숀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마사는 큰 어려움 없이 출산하게 된다.

하지만 태어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아이는 숨을 쉬지 못했고 구급요원을 불렀지만 아이는 숨을 거둔다. 영화는 이렇게 초반 30분 동안 출산의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다룬다. 이유는 이것이 마사와 숀의 심리상태를 변화시키는 아주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출산 과정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다.

비극적인 일 이후의 부부

좀 더 쉽게 말하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식이 달라짐을 의미하는데 먼저 마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출산 전 하던 활동을 이어간다. 사무실에 출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본다. 반면 남편 숀은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그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애쓴다. 그의 노력은 결국 그 사고가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처하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옳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각자의 방법으로 그 일을 잊고 털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각자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보고 혼자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마사는 아이의 사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부검의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다. 하지만 숀은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냐면서 화를 낸다. 마사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며 조각들을 맞춰가는 반면, 숀은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번 충돌한다. 그러면서 이 둘의 관계는 깨질 듯 말 듯 아주 위태로워진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 넷플릭스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시선이 등장한다. 바로 마사의 엄마 엘리자베스(엘런 버스틴)가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딸이 그 일의 책임이 마사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그 모든 책임을 조산사의 실수로 돌리려 애쓴다. 주로 법적 투쟁을 통해 조산사를 처벌하려는 노력이다.

엘리자베스는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딸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숀과 함께 마사를 설득하려 애쓴다. 영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엘리자베스와 마사의 충돌과 관계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유독 눈길 끄는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

마사는 긴 고민 끝에 그만의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관계는 깨지고 어떤 관계는 다시 더욱 단단해진다. 그가 여러 가지 일을 겪는 동안,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심리적인 변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되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력이다.

그저 액션 블럭버스터 영화의 주연 정도로만 생각했던 바네사 커비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눈물과 아픔을 억누르고 감정적인 반응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마사의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다. 그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연기력을 증명받기도 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관객들도 회복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그다음 발걸음을 옮겨갈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을 전달한다.

주인공 마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사과 향은 그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가 아프게 떠났다. 하지만 그 사과 향은 완전히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 속에, 그녀의 사진 속에 그리고 그녀의 엄마인 엘리자베스의 기억 속에도 자리하며 마사의 다음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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