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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 직원이 독수리가 갇혀 있던 케이지를 열어주자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 직원이 독수리가 갇혀 있던 케이지를 열어주자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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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 상태로 발견되어 치료를 마친 독수리가 자연 생태계로 되돌아갔다. 14일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서 진행된 방생은 농약 중독으로 치료받던 다른 독수리 3마리와 금강에서 발견된 1마리 등 총 4마리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30일, 금강 공주보 상류 500m 지점에서 까치와 까마귀떼에 괴롭힘당하던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가 발견되었다. 다음날 다시 발견된 독수리는 고개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탈진해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옮겨졌다(관련 기사 : 아사 직전 구조된 천연기념물 독수리의 1박2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기사가 나가고 독수리의 근황을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꼭 살려서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독수리 치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고 빗발쳤다. 기자 또한 독수리를 치료하고 있는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이후 구조센터)와 연락을 주고받던 도중 지난주 방생을 하려다가 폭설로 연기되어 14일 오후 2시에 방생한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취재에 나섰다. 이날 취재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미디어 나무'팀과 함께했다.
 
숫자로 갈음되었지만, 하나하나 보석보다 반짝이고 소중했던 삶의 이야기를 지닌, 수많은 야생동물이 끝내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희생을 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동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동물에게 너희가 겪었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너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저 하늘에서는 다치지 말고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넋을 기리고 안녕을 기원합니다.
 
14일 충남 예산군 공주대학교에 있는 구조센터 입구에 새겨진 '위령비'의 문구다. 철망이 둘러쳐 진 입구에는 사연 있는 너구리가 살고 있다. '클라라'라는 이름의 이 너구리는 1차 구조한 일반인이 집에서 강아지처럼 키우면서 야생성을 잃어 영원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위쪽 비교적 큰 울타리에는 천연기념물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함께 있었다. 두 마리 다 한쪽 날개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한쪽으로 균형을 잃고 날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바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애처롭다. 약속 시간까지 30여 분 기다리는 동안에도 구조되어 치료받기 위해 들어오는 야생동물들이 보였다.

독수리가 다시 날아올랐다
 
독수리를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 직원들이 포획에 나서고 있다.
 독수리를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 직원들이 포획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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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구조되어 치료받은 독수리와 야생동물들이 이곳에 들어오는 원인에 관해 김미현 재활관리사에게 물어봤다.
     
"하루에 10여 건 정도로 해마다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들어온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015마리 정도가 구조되었다. 이 중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50% 미만이다. 사고의 유형도 종마다 다르다. 계절별 종별 다르지만, 고라니는 차량 충돌 사고가 잦다. 여름이면 새끼동물들이 많이 들어오고, 겨울에는 농약 중독에 또는 유리창 충돌 등 독수리와 철새들이 많다.

독수리는 납 중독이나 농약 중독에 의해 구조되는 경우가 많다. 농약을 먹고 죽은 새들의 사체를 먹고 2차 사고가 발생하여 한꺼번에 6개체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곳에 들어온 독수리만 32마리에 달한다. 대부분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전신주나 송전탑에 걸린 개체들은 발견도 어렵고 상처가 생기고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되다 보니 치료가 안 돼서 안락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금강에서 구조된 독수리는 다행히 큰 외상없이 탈진만 당해서 치료가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지난주 방생하려고 했으나 폭설로 조금 미뤄졌다. 치료가 끝난 아이들은 구조된 장소에 방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금강) 그곳에서 탈진한 상태로 발견되었고 어떠한 원인인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한 장소인 천수만을 선택했다. 천수만은 먹이도 많고 다른 (독수리) 개체들도 있어서 안전하다."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치료가 끝난 독수리를 서산시 천수만 들녘에 방생하고 있다.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치료가 끝난 독수리를 서산시 천수만 들녘에 방생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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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되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두꺼워 보이는 대형 이불을 가지고 독수리들이 갇혀 있는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야생성을 되찾은 독수리들은 넓은 공간을 날아다니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으나 한 마리, 한 마리씩 포획됐다. 무게가 7~8kg쯤 나가는 독수리를 날개가 다치지 않게 뒤에서 감싸고 발목을 잡아 작은 케이지 안에 밀어 넣었다. 
     
이날 방생할 독수리는 4개체이며 황조롱이 1개체와 말똥가리 2개체도 같이 차량에 옮겨 1시간쯤 떨어진 천수만으로 이동했다. 드넓은 논에는 독수리가 앉아 쉬는 모습이 보였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부터 오리류 등이 먹이를 먹느라 들녘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인적이 없는 농수로 옆에 차량을 세웠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영역 다툼을 우려해서 황조롱이와 말똥가리를 1차 방생했다. 그리고 다시 차량으로 이동하여 작은 야산과 농경지가 있는 곳에서 케이지를 내리고 독수리를 방사했다. 독수리는 케이지를 하나둘 열 때마다 서너 걸음 돋음을 하면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금강에서 구조된 독수리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날아올라 500m 정도 떨어진 소나무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충남 서산시 천수만 들녘에 독수리를 방생하자 인근 소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천수만 들녘에 독수리를 방생하자 인근 소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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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다치지 않고 잘 살아야 하는데, 결국 우리 때문에 상처를 받고 인간의 간섭을 받았으니 저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방생에 나선 김미현 재활관리사가 멀리 날아가는 독수리를 한동안 지켜보다 한마디 했다. 지난해 독수리가 발견되고 방생에 나서기까지 14일간의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짧은 시간일 수 있으나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는 기나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치료를 받는 과정에 받아먹었던 먹이로 인해 야생성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밀려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새 박사로 통하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독수리가 먹이가 부족하거나 나이가 어려서 탈진하는 사례가 있다. 이번 금강에서 탈진한 독수리의 털 빛깔로 보아 어린 개체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탈진하는 개체에 대한 대비책이 별로 없다. 충남의 경우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잘되어 있으나 대전이나 다른 지자체는 구조센터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먹이 주기를 하는데, 금강은 해마다 30~40마리 정도가 찾는데도 먹이 주기나 서식처를 보완하는 대책이 없다. 야생에서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강의 4대강 수문이나 하굿둑 수문을 열어서 모래톱이나 하중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야생동물을 위해서는 강의 생태계가 회복돼야 하고 인간의 간섭이 줄어들어야만 탈진하는 개체도 줄일 수 있다."


금강에서 탈진한 독수리는 전날 무속 행위를 하고 강물에 던져놓은 돼지 뼈를 먹으려고 앉았다가 변을 당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건설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인간의 간섭이 결국 야생동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11월부터 몽골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수릿과 조류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맹금류다.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로 불리는 독수리는 해마다 700~1000마리 정도가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먹이 주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먹이 부족으로 인해 탈진해 폐사하는 경우는 증가하는 추세다.
 

태그:#독수리, #천연기념물, #4대강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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