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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체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반상에서의 대국이 컴퓨터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주식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어서 내가 즐겨 보았던 TV 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우주항행의 시대, 스타쉽 엔터프라이즈는 표류중인 구시대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동면에 빠진 수백년 전의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주식 브로커였다. 그는 가사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길 '지금에 와서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적응하겠느냐'며 자살을 한다.

그는 함장이 말한, 지금 세기에는 주식 시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말에 삶의 의미를 잃었다. 이 드라마의 내용대로 과연 우주시대에는 증권시장이 없어질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는 믿음이 팽배했던 시절을 반영한다.
▲ 컨텐츠 프랜차이즈의 효시격인 스타 트렉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는 믿음이 팽배했던 시절을 반영한다.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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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왜 이런 미래를 그려냈을까? 스타 트렉이 첫 전파를 타던 60~70년대에는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금융계를 집어삼키던 때였다. EMH의 주장은 '모든 정보가 그 즉시 시장에 반영되어 어느 누구도 초과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허무맹랑한 말장난이다.

이 가설의 주창자는 단지 주식 관련 책 몇권 만을 읽고 이런 주장을 펼친것이다. 도대체 자신의 돈을 한 푼도 투자해 보지 않고 어떻게 현실을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EMH(시카고 학파)는 그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어거지로 현실을 꿰어 맞혔다. 즉, 드러난 현실을 해석하여 이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프레임 속에 시장을 우겨넣었던 셈이다.

마치 이솝 우화의 꼬리 잘린 여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신의 꼬리 없음을 다른 여우들이 따라 하도록 궤변을 말하는 장면 말이다. 시카고 학파의 주장은 증시의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도 특정한 시기에만 그렇다. 다만, 이들의 주장대로 앞으로 트레이딩은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수읽기에서 인간은 알파고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이미 우리는 AI에 의한 가장 기초적인 매매를 알고 있다. 바로 컴퓨터에 의한 프로그램 매매다. 여기서 한 스텝 나아가서 최근에 등장한 신기술이 퀀트(Quantitative)다. 이 기법은 수학적 모델과 통계학을 컴퓨터에 적용하여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막대한 데이터(차트, 재무, 주가, 금리, 경제지표, 환율 등)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알고리듬을 만든다. 그러므로, 이 코딩(알고리듬)이 얼마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 된다. 또한, 증시에서 어떠한 퀀트가 계속해서 고수익을 낸다면 이를 분석하여 고대로 모방하는 추종자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이 퀀트를 해킹하여 이보다 한발 앞서 매매 주문을 내는 저격 알고리듬이 생겨난다. 바꿔 말해, AI 끼리의 무한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차트 매매는 AI를 당해낼 수 없는 시대가 온다.
▲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트레이딩 인간이 하는 차트 매매는 AI를 당해낼 수 없는 시대가 온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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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간이 하는 차트매매는 도저히 인공지능을 당해낼 수 없는 특이점이 오게 된다. 하지만 완전히 절멸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면서 과신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알파고를 이길 수 없음에도  여전히 체스와 바둑을 즐긴다. 우리 모두는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고 할지라도 나 자신에게만은 관대하게 적용시킨다.

즉, 희박한 확률에도 로또를 사며 대다수 사람들이 주식에서 쓴 맛을 보았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새로운 참여자가 넘쳐난다. 이와 같이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며 자만심 덩어리다. 이러한 오만은 인류가 지구상에 널리 퍼지도록 만든 원동력이지만 금융 투자의 세계에서만큼은 재산을 거덜나게 만드는 우리의 밑바탕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다. 영적인 진화를 하여 인두껍을 벗고 순수한 정신체로서 차원을 달리하여 존재하든가? 아니면 장기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전자는 앞으로도 수 천년이 흘러야 가능하겠으나 후자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바로 인덱스 펀드, ETF에 투자하면 된다. 바꿔 말해,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내 조력자로 만드는 것이다. ETF는 보통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투자 세상의 알파고다. 당신은 인공지능의 집합체인 ETF에 장기간 투자함으로써 그들을 동료로 삼게 된다. AI는 쉬지 않고 일하며 불평도 하지 않고 우리를 위해 봉사한다. 투자자는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 탁월한 일꾼을 영원히 고용할 수 있다.

참고로, EMH 옹호론자들은 이 가설에 반대되는 증거는 철저하게 무시 했다. 대표적인 예가 버핏이나 그레이엄, 피셔, 프라이스, 존 네프, 데이비드 드레먼 등이다. 아니, 오히려 이 투자업계의 고수들에게 악다구니를 써가면서 무의미한 싸움을 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설의 헛점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우습게도 이들이 택한 방법은 인간의 탈을 바꿔쓰는 것이었다.

즉, 그 자신들이 워런 버핏에 투자하면서 평생에 걸친 가설을 버렸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효율적시장가설을 옹호하고 있다. 나~참! 인간이란 정말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로구만.

태그:#ETF 투자, #인덱스 펀드, #이세돌, #알파고,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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