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13 11:42최종 업데이트 21.01.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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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전국이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일산서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0.45%)과 전국(0.41%)을 훨씬 웃도는 2.04%를 기록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삶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2년 일반 직장인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쌍용자동차의 해고노동자 생계지원을 위해 시작한 모임이다.

회원들은 노동·주거·재벌 문제에 주로 관심을 가지면서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의 여당이 2015년 12월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었으니, 더불어삶이 '더불어'라는 좋은 말을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사용한 셈이다.

최근 들어 더불어삶은 이름과 달리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폭등한 집값과 집세로 무주택자의 삶이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불어삶의 회원 대부분이 30~40대 무주택 직장인이고, 그들이 이번 집값 집세 폭등의 가장 피해자이기도 하다.

집값·임대료가 소득 분배 왜곡하지 않으려면

민주 국가에서 국민의 자산과 소득을 합법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법에 의한 세금과 법원의 판결뿐이어야 한다. 그러나 집값과 집세가 오르면 유주택자가 무주택자의 소득을 강탈하는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과 편파적인 통화정책으로 집값과 집세가 크게 오르면 정부가 직접 무주택자의 소득을 빼앗아 유주택자에게 주는 것과 진배없다.

집값과 집세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나, 아무리 높아도 명목경제성장률 이내에서 안정되어야 소득 분배를 왜곡하지 않는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1%, 명목경제성장률은 연 3~4% 정도이다. 2020년의 명목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전국 주요도시의 집값·집세는 정부 통계와 달리 실제는 2017년 이후 4년간 50% 이상 오른 지역이 많고 10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너무 많이 올라 거의 모든 무주택자들은 자신의 정상적인 수입과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대단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책 공감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자신이 유주택자이더라도 무주택자의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세월호 사태의 피해자 가족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주택정책의 주무장관은 고의인지 무지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통계를 가져와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또 여당과 정부의 일부 실력자들은 전 정부 탓, 시장 탓, 유동성 탓 등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정권은 바뀐 지 오래되었고, 시장은 항상 있어 왔고, 유동성 관리는 문 대통령이 연임시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업무이다. 집값·집세 폭등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는 마음이 없는 셈이다.  

집값 올리는 게 주요 의정활동이 된 정치인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삶 회원들은 2020년 초부터 수차례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해임과 이주열 총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유인물을 배포하였다. 집값 폭등의 핵심 원인의 하나인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의 폐지와 관련 특혜 철폐를 위한 세미나와 기자회견, 청와대 청원 등을 하였다.

'집값을 하락시켜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는 주장을 유튜브나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계속 홍보하고 있다. 이 모두 회원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했다. 그러나 진보 건 보수 건 주류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대응도 김현미 장관을 고생했다고 교체해주는 정도였다.

성공한 정치인, 고위 정책당국자와 일부 언론인들은 이미 기득권화되었고, 부동산은 한국 기득권층의 공통 이익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집값 올리는 것이 주요 의정활동의 하나가 되었다. 냉철한 표계산의 결과일 것이다. 유주택자가 유권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이들은 투표도 열심히 한다.

무주택자는 숫자가 유주택자에 비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무주택자의 상당수는 집사는 것을 아예 포기하여 집값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할지 몰라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정책만 한다. 이것은 민주당 고위 인사가 스스로 한 말이다.

마약 같은 집값 상승

집값에 이어 집세마저 폭등하고 있다. 집값·집세 폭등은 한국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 고착시킨다.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비싼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저절로 부자가 되고, 무주택자나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가난해지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적폐의 하나가 되었다. 즉 집값의 하향 안정 없이는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 괜찮은 일자리 창출, 지속 성장 등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집값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언젠가 떨어질 것이다. 집값 상승은 마약과 같아 기득권층에는 황홀할 수 있다. 빨리 벗어나야 극복이 쉽고 후유증도 적다.

더불어삶은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와 싸우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해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득권층의 저항과 정책당국의 무능 때문이다. 더불어삶과 비슷한 목표를 갖는 모임 간의 연대, 양식 있는 기존 정치인들의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민주화시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구심점도 있으면 좋겠다. 모두 쉽지 않아 보이지만 2021년에는 소걸음처럼 조금씩 좋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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