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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울시 용산구의 공공기관 청렴도를 측정하여 2등급으로 공표하였고 용산구에서는 전국 자치구 중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성장현 용산구청장(더불어민주당, 4선)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인사비리 의혹까지 드러나 용산구가 술렁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재개발 비리로 기소되고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직전 박장규(한나라당, 3선) 구청장의 10년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아보고자 시민들이 나섰다. 용산구에 사는 우리는 '시민이 바라본 용산 지방자치'라는 큰 제목 아래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앞으로 할 내용은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다. 시민으로서 찾을 수 있는 내용,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뿐이다. 우리는 30만 명의 용산구민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청렴한 용산을 위해 한 명의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기자말]
호그벡 마을 전경도
 호그벡 마을 전경도
ⓒ 호그벡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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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 유일의 치매 마을'로 불리는 호그벡 마을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마을에는 1만 2천 제곱미터의 부지에 거주 시설, 미용실, 슈퍼마켓, 영화관, 공원, 카페, 바도 있다. 중증 치매 노인 150여 명이 모여서 사는 요양원이지만 정상적인 집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치매 환자들에게 최대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마을이다.

한 주택당 6~7개의 침실이 있고 총 23개의 주택에서 중증 치매 환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120명의 자원봉사자와 240명의 직원이 일반인처럼 행동하면서 치매 환자와 상호작용을 한다. 이후 마을의 이름은 잊혔지만, 마을이 만들어진 취지와 기사에서 본 이미지는 내 뇌리에 남아있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공약 중 일부
 성장현 용산구청장 공약 중 일부
ⓒ 용산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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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 당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호그벡 마을'을 롤모델로 한 치매안심마을 건립 추진을 공약으로 밝혔다. 치매 환자 및 가족의 고통과 부담 완화, 치매 환자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매 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선거 후 성장현 구청장은 용산구 최초 4선(민선 2기, 민선 5·6·7기)에 성공하여 구청장직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이 공약은 사실 2018년 지방선거 전인 2017년부터 구청장이 꾸준히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이다. 2017년 10월 20일, 제7대 용산구의회 제235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구청장은 발언을 통해 양주휴양소를 매각하지 않고 치매 마을로 조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관리·감독 문제에서부터 사업 타당성에 이르기까지 여건 분석, 수요 예측, 사업 규모 결정 등에 대한 전문가 용역 의뢰, 그 결과를 토대로 전국적인 치매 관련 시설의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전 조사와 추진 계획이 비공개인 사업

내가 사는 지역에서 치매안심마을을 만들겠다니…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입주해서 살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졌다. 구청장이 밝힌 대로 용산구는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치매안심마을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였다.

120억 원(2018년 발표 당시) 사업의 용역보고서와 시설 건립에 따른 예산이 궁금해져 용역보고서가 나왔을 시점에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하였다. 하지만 용역보고서는 내부자료에 해당하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비공개 사유와 함께 자료는 받지 못하였다.
  
2019년 4월 9일 정보공개 신청 후 4월 15일에 회신받은 용산구 ‘치매안심마을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보고서’ 정보공개 청구 내용과 답변
 2019년 4월 9일 정보공개 신청 후 4월 15일에 회신받은 용산구 ‘치매안심마을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보고서’ 정보공개 청구 내용과 답변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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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정보공개 청구 이후 2020년 12월에 다시 용역보고서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다. 용산구에서는 또다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5호(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를 근거로 용역보고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용역보고서 대략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산구 '치매안심마을' 실효성 논란, 설혜영 의원 문제 제기"(베타뉴스, 2019.03.21) 기사에 따르면 용역보고서의 설문 조사 대상은 50명에 불가하며, 이 중 용산구민은 8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용역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3명의 전문가 포커스 인터뷰와 276명의 구내의 4개 복지관(용산노인종합복지관, 효창종합사회복지관, 청파노인복지센터, 갈월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 치매안심마을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94.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설문 조사지에 치매안심마을 긍정적인 사업으로 설명하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 객관성이 의심스러웠다.

실제 설문 조사지에는 '치매안심마을은 기존통제·격리위주의 요양원이 아닌, 치매인들이 최대한 자유롭고 안심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선진국형 운영체계로 된 이상적인 모델입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대', '선진국형',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단어로 치매안심마을을 설명한다면, 건립을 반대한다 혹은 부정적이다고 응답할 수 있을까?

용역보고서 역시 타당성 조사 및 계획 단계에서의 조사라고는 하지만 포커스 인터뷰 3명, 설문조사 276명으로 총 279명이 22만8999명(2018년 12월 말 기준)의 용산구민을 대표하는 셈이 되었다.

용산구청에서 공개한 '(가칭)용산구치매마을 자료'에 따르면 입소정원은 120명(12명×10유닛)에 불과했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용산구 내 노령인구(65세 이상)는 3만9753명이며 이는 용산구 전체 인구의 17.27%를 차지한다. 치매가 노령인구만의 질환은 아니지만, 대부분 노령인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안심마을에 용산구의 치매 어르신들만 입소한다는 가정하에 용산구 노령인구의 0.3%만 수용 가능한 시설인 셈이다.

하지만 용산구에서 추진하는 치매안심마을은 용산구 어르신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이는 "(왓이슈) 양주시 동의 여부에 성패 걸리는 치매안심마을"(서울경기케이블TV, 2020.08.05) 보도의 용산구청 관계자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치매안심마을) 상주 근무직원이 100명이 넘어요. 자격이 되시는 지역주민들을 우선 채용할 수 있다는 거죠. 양주시에 치매 어르신들 일정한 티오(정원)를 해서 그분들을 또 입소를 해드릴 수 있는. 주변에 또 식당들이 많이 있어요. 지역 상생 방안 이런 거에 대해서 계속 협의를 하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과."
 
건립비 총 175억 원 중 국비 23억 원, 시비 23억 원을 제외한 129억 원의 구비 예산으로 추진 예정인 용산구 치매안심마을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태그:#용산구, #치매안심마을, #호그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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