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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보통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 판결과 검찰 불기소 처분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상자에 따라 판결과 처분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의문과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관자(管子)>는 "법이란 천하의 정식(程式; 규격, 격식)이며 만사의 의표(儀表)이다"라고 하였다. 법률이란 사회의 각종 행위를 측정하는 기본 규범이라는 의미이다. 무릇 법률의 생명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며 각자에게 그의 몫을 찾아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법률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끊임없이 분별하는 것이다.

미국 법관과 검사는 국민들이 선출하고, 일본은 국민이 탄핵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법관이 선출직이다. 미국의 법관은 주(州)마다 직접 선출되고 있는데,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주도 있고 정당을 배제하는 주도 있다. 선출된 법관은 다음 임기는 연임 여부에 대해서만 투표가 이뤄진다.

일본은 <법관 탄핵법>에 의거해 모든 국민들이 국회에 판사와 검사에 대한 탄핵 신청을 할 수 있다. 국회 양원 의원 11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이를 심사하여 탄핵 청구를 하고, (헌법재판소가 없는 일본의 상황에서) 7인의 양원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 결정을 한다. 일본 국민들은 1948년부터 2014년까지 약 90만 건의 탄핵을 신청했는데, 대부분 국회에서 각하되고 9건이 청구되어 7명의 재판관이 탄핵되었다. 이 중 일본 최고재판소는 자체적으로 판사 6명의 탄핵을 국회에 신청하여 모두 탄핵 결정되어 파면되었다.

한편, 미국의 주검찰청 및 카운티(County) 검찰청의 검사장은 대부분 지역 주민의 직접 선출로 구성된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미군정 하에서 미국의 대배심(Grand Jury) 제도 대신 검찰심사회를 설치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검찰심사회는 각 관할 지역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주민 11명의 심사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8명 이상의 동의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기소 의결을 하게 되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연간 약 7300명이 검찰심사원으로 선발되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심사회는 검찰 사무의 개선에 대한 건의와 권고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검찰도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참고해 검찰시민위원회라는 제도를 설치했다. 그러나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할 뿐이다.

일본 법과 제도를 그토록 모방하면서 정작 좋은 것은 도외시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법률과 제도에는 '일제 잔재'가 대단히 많은 부분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일본의 법이나 제도를 신주단지처럼 답습하고 모방해왔으면서도 정작 일본의 좋은 제도나 법은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우리 법원과 검찰이 법과 제도를 자신들만이 독점하면서 시민들에게는 개입할 공간이나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왔던 중요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검찰과 법원은 습관처럼 '법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법치'란 이렇듯 시민들에게 참여하고 개입할 공간을 전혀 차단하면서 오로지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은 법과 제도를 앞세우면서 주창하는 법치의 측면이 강하다.

결국 법원과 법관 그리고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다. 법원과 법관 그리고 검찰의 직무와 신분과 지위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국민을 일방적이고 독점적으로 심판하고 국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반대로 국민이 법원과 법관 그리고 검찰을 '심판'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민주주의고 법치라 할 수 있다.

태그:#법관, #검찰, #민주주의, #민주적 통제,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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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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