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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을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에서 감사장 전달 모습. 좌측부터 여천농협 박상근 조합장, 문병훈 여수경찰서장, 화동지점 홍해덕 과장, 정영곤 지점장.
 보이스피싱을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에서 감사장 전달 모습. 좌측부터 여천농협 박상근 조합장, 문병훈 여수경찰서장, 화동지점 홍해덕 과장, 정영곤 지점장.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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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의 한 농협에서 거액을 노린 보이스피싱을 두 번이나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보이스피싱범에게 9천만 원을 날릴 뻔한 사건을 막은 주인공은 여천농협 화동지점(지점장 정영곤) 홍해덕(53) 과장이다.

사건은 지난 12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화양면에 거주하는 김아무개(76) 할아버지가 '현금 4천만 원'을 급히 인출하러 농협에 왔다. 홍 과장이 사용처를 물었으나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계속 물으니 "자녀(딸) 병원비 때문에 급히 돈을 찾으러 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홍 과장이 "너무 거액이라 병원비 같으면 병원이나 딸 계좌로 이체해 드리겠다"라고 말하자 어르신은 "꼭 현금이 필요하다"라고 거부했다. "요즘 현금이 위험하니 어떤 용도로 쓰실 거냐"고 재차 묻자 "내 돈인데도 왜 못 찾냐"고 화를 내며 계속 현금인출을 요구했다.

홍 과장이 할아버지를 진정시킨 뒤 "요즘 농한기라서 검찰청, 경찰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빈번해 사용처를 여쭤본다"고 안내하자 그제야 할아버지는 "검찰청에서 집으로 직접 전화가 와서 의심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보이스피싱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현금 인출을 막을 수 있었다.

"회의 때마다 보이스피싱 교육 자주 해 사기 막을 수 있어"
 
9천만원 보이스피싱을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 직원들이 6일 감사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9천만원 보이스피싱을 막은 여천농협 화동지점 직원들이 6일 감사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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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40분경 홍 과장에게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할머니였다. 화양면에 거주하는 강아무개 할머니가 찾아와 예금통장 해지와 함께 현금 5천만 원 인출을 요구했다. 평소에 출금 거래가 전혀 없었던 고객이었다.

이번에도 홍 과장이 어디에 쓰려고 인출하는지 묻자 할머니는 "집수리를 위해 현금을 찾으러 왔다. 여기서 안 되면 다른 곳에 가서 찾겠다"라며 현금 인출을 요구했다. 다른 직원이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보여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국제전화가 찍힌 전화가 왔고 홍 과장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어눌한 중국말을 쓰는 보이스피싱범이 홍 과장에게 누구냐고 묻길래 "딸인데요. 다시 한번 말씀해 보세요"라고 했더니 "농협이나 은행가면 직원들 말 절대 듣지 말고 자신의 설명만 들으라"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홍 과장은 "보이스피싱범에게 우리 어머니는 돈 없으니 못된 짓거리 그만하라"라며 호통을 친 뒤 전화를 끊었다. 홍 과장의 기지가 두 번씩이나 거액의 현금 인출을 막은 셈이다. 보이스피싱을 막은 홍 과장의 말이다.

"어르신들이 나중에 사기라는 것을 알고 엄청 당황했습니다. 이번 보이스피싱 사기는 계좌 송금이 아닌 현금을 찾아 어디 어디에 보관해 놓으라는 수법의 사기가 극성입니다. 이번 일은 저 혼자 한 것이 아니고 우리 직원들과 함께한 일입니다. 지점장님께서 매번 회의 때마다 보이스피싱 교육을 자주 해 이런 사기를 막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6일 오후 2시 여천농협 화동지점에서 여수경찰서장의 표창이 이뤄졌다. 여수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고를 막기 위해 적극 협조했다, 특히 전화금융사기 관련 신속한 조치로 피해 예방에 기여한 공이 크다"면서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의 감사장을 수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보이스피싱, #여천농협 화동지점, #홍해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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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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