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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답답하게 갇혀 지내는 우리가 분명하게 깨닫게 된 진리,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놀라운 기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탈출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제주도로 떠나 오지만, 되돌아갈 때 '나름대로 아주 흡족한 여행'이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는 왜 그럴까? 정답은 간단하다.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낯선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는 대개 그렇지 않다. 항공, 숙박, 일정 그리고 먹을거리, 놀거리, 즐길 거리 등 준비가 대단하다. 그런 그들이 왜 제주도로 올 때는 그런 단단히 준비하지 아니할까?

같은 한국이어서, 벌써 몇 번 다녀왔기 때문에, 그냥 대충 즐기러 가는 것이기에, 이유는 많을 거다. 그렇기에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 깊은 감동을 받으며 아주 흡족한 여행이 되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모든 여행이 항상 감동하여야만 하냐고, 대충 먹고 놀고 즐기다 가는 것도 좋은 관광이지 않냐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제주도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정말 기가 막힌 감동을 주는 신비로운 섬'인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그 감동과 신비로움을 절대로 맛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제주도의 한 바닷가.
 제주도의 한 바닷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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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유홍준 님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즈미 세이이치가 30년에 걸쳐 써낸 <제주도>는 내게 큰 감동이었다. 그의 학자적 자세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고, 인류학적 사고의 총체적 시각이 갖는 인식의 힘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듯했다"라 하였다.

'제주학'이란 제주 사람들의 유 무형 문화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제주도 여행을 준비한다면 '제주학'을 깊게는 아니어도 얼개만이라도 검색해 보기를 권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이끌리는 부분만이라도 공부하고 제주에 오라.

그렇다면 제주 여행을 제대로 준비하려는 이가 꼭 찾아봐야 할 검색어는 무엇일까? '제주학' '제주 4.3 아카이브(http://www.43archives.or.kr/main.do)' '제주 올레' '괸당 문화' '제주 메밀' '제주 토양과 제주인의 문화(제주대학교 현해남 교수)' 그리고 책 '문경수의 제주과학탐험(문경수, 동아시아, 2018년)' 추사 김정희 관련 수많은 책 중 제주문화 관련 부분 등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그 많은 자료를 이 짧은 기사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간단한 맛보기를 소개하려 한다. 먼저, 제주도는 홍콩과 서울시와 비교해서 몇 배쯤 넓이일까? 많이들 상상하겠지만 의외의 정답일 것이다. 제주도 넓이는 홍콩의 1.6배, 서울시의 3배이다.

제주도의 동쪽 사람과 서쪽 사람은 성격도, 결혼도, 상속도, 제사 풍속도 서로 크게 다르다. 즉, 제주도를 시계에 비교해서 함덕은 1시쯤 화순은 7시쯤인데 그 둘을 이어준 선으로 동쪽과 서쪽을 나눌 때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왜 그럴까?

제주도의 동쪽은 흑색 화산회토, 서쪽은 암갈색 비화산회토로 되어 있다. 즉, 동쪽 흙은 척박하고 서쪽 흙은 비옥하다. 그러므로 척박한 땅 제주도 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악착같이 농사를 지어야 겨우 먹고 살고, 비옥한 땅 제주도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느슨하게 농사를 지어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결국, 제주도 서쪽 사람은 제주도 동쪽 사람이 악착같다 지독하다고 욕할 것이고, 제주도 동쪽 사람은 제주도 서쪽 사람이 느슨하다 물러터졌다고 욕할 것이니, 서로 안 친할 수밖에 없다(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약간씩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이 상황은 상속과 제사에 까지도 귀결된다. 즉 제주도 서쪽 사람은 비옥한 땅을 형제가 나누어 상속받는 대신, 제사도 형제가 나누어 지내는 분짓거리라는 아주 합리적인 풍속으로 이어지지만, 제주도 동쪽 사람은 척박한 땅을 장남이 모두 상속받는 대신, 제사도 장남이 모두 책임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제주시의 동쪽 동네에는 제주도 동쪽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서쪽 동네에는 제주도 서쪽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제주 사람들이 꽤 많다.

자, 어떤가? 어렵게 떠나는 제주 여행길, '나름대로 감동' 하고 싶지 아니한가?

태그:#제주 여행, #제주학, #제주도 풍습의 차이, #제주 토양과 제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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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7권(껍질/발바닥으로 하는 기도/비오는 날 찾아간 삐에로의 아파트/소리 찾기/내 마음의 간장종지/아홉 줄 가얏고의 노래/8자 9행 72자의 하모니) 출판, 수상 2건(2005 물리교사상-한국물리학회/2016 올해의과학교사상-교육부), 고교 물리교육 40년, 창작실험연구개발 한국대표 초대 이십여년, 제주학 연구 십수년(프라이빗투어 가이드), 서귀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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