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포스터

<차인표> 포스터 ⓒ 넷플릭스

 
대스타 차인표를 주연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차인표>는 배우가 본인의 역할을 맡은 블랙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차인표는 드라마에서 선보인 탄탄한 몸매와 색소폰 연주, 손가락 흔들기 등을 통해 시대의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톱스타 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뛰어난 예능감으로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는 건 물론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배우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택한 작품이라는 <차인표>는 왕년의 스타 차인표가 배우 사대천왕에 들어가기 위해 분투하던 중 예기치 못한 위기에 빠지는 내용을 보여준다. 송강호, 이병헌, 설경구, 최민식. 영화계 최고의 네 배우가 뭉친 예능에 들어가고자 하는 차인표의 모습은 여전히 예전의 인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차인표> 스틸컷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꼰대로 돌아온 차인표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의 차인표는 작품 내에서 꼰대로 변신한다. 그는 편한 스포츠웨어 광고니 편한 모습으로 촬영해 달라는 감독에게 경력을 들먹이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선보인다. 주변의 말이라고는 전혀 듣지 않는 차인표는 여전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시절의 90년대 스타로 살아간다.

허나 산에서 만나는 아주머니들은 차인표가 이제 연기를 안 하는 줄 알 만큼 대중과 거리가 멀어졌다. 현실과 과거의 괴리를 인정하지 않는 꼰대 차인표 때문에 고통을 겪는 건 매니저 아람이다. 이미 캐스팅이 안 된 작품을 제작이 연기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후배를 자신이 들어가는 작품에 넣어달라는 차인표의 말을 최대한 완곡하게 거절한다.

눈치 없는 차인표는 배우 사대천왕이 출연하는 예능에 최민식의 참여가 힘들어지자 자신도 그들과 동급이라며 출연을 잡아놓으라 아람을 종용한다. 반려견과 등산 중이던 차인표는 산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에 의해 손에 개똥이 묻고, 진흙탕에 빠지는 등 수난을 겪는다. 길 가던 아저씨의 조언으로 학교 강당 샤워실에서 몸을 씻던 그는 갑자기 강당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히게 된다. 하필 그 샤워실이 여성용이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생존보다 여론이 무서워 아람에게 남들 몰래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차인표> 스틸컷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재난 상황으로 묘사된 차인표의 현재  

배우 차인표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감독이 자신의 안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는 차인표란 인물을 처절하게 묘사한다. 강당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힌 차인표의 모습은 과거의 영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꼰대 차인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답답하게 진행되는 작품의 전개는 이미지 때문에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차인표의 현실은 그의 위에 쌓인 구조물을 통해 표현된다. 그는 스스로를 최민식 등 대배우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커리어를 지니고 있다 생각하지만, 현실은 시청자들이 그가 연기활동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수준이다. 그의 현실은 바닥에 있고, 그 위에는 넘어야 할 산이 가득 쌓여 있다. 가득 쌓인 구조물 사이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갇혀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하는 거처럼 보인다.
 
차인표와 아람이 대화를 나누는 환상 속 장면의 배경은 우주다. 이 우주 속에서 차인표는 오토바이에 가죽 재킷을 입고, 색소폰을 들고 있다. 여기에 손가락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당시 그대로다. 차인표가 자신만의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정말 팬인지 안티인지 의문을 품을 만큼 신랄하게 차인표라는 인물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다룬다.    
 <차인표> 스틸컷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왜 '차인표'여야 했나   

다만 이런 구성적인 측면에서 굳이 배우가 차인표였어야 했나는 의문이 든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몇 가지 키워드를 제외하고는 차인표가 부각되는 장면이 없다. 왕년의 톱스타 누가 와도 진행될 수 있는 전개다. 여기에 초반부터 차인표가 학교 강당에 갇히면서 전개가 다소 답답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인표란 인물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만들기보다는 정해진 에피소드에 차인표를 껴 맞춘 느낌이다. 차인표는 예능감이 좋은 배우다. 다수의 예능에서 이를 입증한 바 있다. 그의 다양한 예능감을 표출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기 보다는 정해진 스토리 라인 안에 가둔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특화된 예능인이 본인이 주연인 스페셜 콩트에 나왔지만 본연의 매력을 선보이는 구성이 아니다 보니 웃음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유머 코드 역시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다분하다. 독한 유머 스타일은 재미를 주지만 그 상황 설정이 반복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지루함이 느껴진다. 차인표의 꼰대 스타일 유머 역시 매니저 아람만 호흡을 맞추다 보니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의 티키타카를 통해 더 다채로운 면모를 발견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차인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