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하성이 새로운 팀을 찾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지역 언론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29일(이하 한국 시각)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파드리스와 기본 조건 합의 소식을 전한 이후 지역 언론에서 계약 규모를 밝힌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의 이전 소속 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가 받는 이적료는 500만 달러다. 이전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는 일단 관심을 보이는 팀들 중 가장 많은 입찰 금액을 신청한 팀과 우선 협상을 한 뒤 계약하면 입찰 금액을 이전 소속 팀에 이적료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계약한 뒤 한화 이글스에 2573만 7737달러 33센트를 지불했다. 강정호를 영입했던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히어로즈에 500만 2015달러를 지불했다. 박병호를 영입했던 미네소타 트윈스는 히어로즈에 1285만 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2018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KBO리그 사이에 한미 선수계약협정이 새롭게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입찰 금액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일단 선수와 협상하여 계약을 한다. 이적료는 계약 규모에 따라 비율로 지불하는데, 보장 총액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20%를 지불한다.
보장 총액이 25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일 경우는 500만 달러 기본 지불에 보장 규모 2500만 달러를 차감한 나머지 금액의 17.5%를 덧붙여 지불한다. 예를 들어 보장 총액이 4000만 달러일 경우,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에 나머지 1500만 달러의 17.5%인 262만 5천 달러를 붙여 도합 762만 5천 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202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한 김광현은 이 개정된 포스팅 시스템 규정에 따라 이적했다. 당시 김광현은 SK 와이번스와 4년 규모의 FA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이적했다. 김광현이 2년 규모에 보장 금액 800만 달러에 계약했으므로 기본 규정에 따라 카디널스는 SK에 160만 달러를 이적료로 지급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한국인 선수들과의 인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를 연고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소속된 파드리스는 한국인 선수들과도 인연이 적지 않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3번의 완봉승을 기록했는데, 그 중 첫 번째 완봉승이 2000년 다저스 소속일 때 파드리스를 상대로 거둔 경기다.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던 박찬호는 2005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필 네빈과 트레이드되어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레인저스와의 계약 기한이었던 2006년까지 파드리스에서 활약한 박찬호는 2006년 파드리스 소속으로 생애 3번째 완봉승(6이닝 강우 콜드)을 기록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의 여러 팀과 일본의 오릭스 버팔로스 그리고 KBO리그의 한화 이글스를 거쳐 은퇴한 박찬호는 또 다시 파드리스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19년부터 파드리스의 특별 고문을 맡게 된 박찬호는 구단 프런트 경영에 관여하며 구단 경영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있다.
KBO리그에서 포수와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홍성흔도 파드리스와 인연을 맺었다. 2016년을 끝으로 은퇴했던 홍성흔은 2018년부터 파드리스 산하 루키 팀에서 필드 코치가 되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적은 아니지만 부산 출신의 백차승(현 두산 베어스 퓨처스 인스트럭터)도 파드리스와 인연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KBO리그에 지명되기 전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던 백차승은 이후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는데, 2008년에서 2009년까지 파드리스에서 잠시 활약했다.
현재는 카디널스 소속이지만 김광현도 파드리스와 인연을 맺을 뻔한 적이 있었다.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 자격을 얻었던 김광현은 당시 파드리스와 협상까지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당시 우려 요소였던 팔꿈치 부상과 관련해서는 이후 토미 존 서저리를 통해 해결되었고, 이후 김광현은 카디널스와 계약했다.
박찬호를 상대로 1999년 한 이닝에 그랜드 슬램 2개를 날리며 일명 "한만두" 인연을 맺었던 페르난도 타티스도 간접 인연이 있다. 그의 아들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현재 파드리스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김하성과 같은 팀 동료로 만나게 됐다.
파드리스의 공격적인 투자... 스넬, 다르빗슈 등 영입
1969년 창단된 파드리스는 전에는 NFL 샌디에이고 차저스와 퀄컴 스타디움을 함께 썼지만, 2004년부터 야구 전용 경기장인 펫코 파크를 사용하고 있다. 펫코 파크는 넓은 외야를 바탕으로 투수들에게 많이 유리한 경기장으로 유명하다.
20세기 후반 뛰어난 교타자였던 토니 그윈, 메이저리그 최초의 600세이브 투수인 트레버 호프먼 등이 파드리스 출신의 영구결번 인물들이다. 현재 다저스의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도 2005년과 2006년 박찬호와 함께 파드리스에서 활약한 적이 있으며, 다저스의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파드리스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그러나 파드리스는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52시즌 통산 승률 0.461로 현 30구단들 중 가장 낮은 팀이다. 박찬호가 있었던 2005년과 2006년을 포함하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도 고작 5번에 그쳤다. 포스트 시즌에 가서도 초반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셔널리그 우승도 1984년과 1998년 두 번에 그쳤고, 두 번의 월드 시리즈에서 도합 1경기 승리로 준우승에 그쳤다.
파드리스의 가장 가까운 이웃 팀 다저스가 현재 서부지구를 제패하고 있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콜로라도 로키스 그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다른 팀들과의 경쟁에서 상위권에 올라간 적이 적다. 연고지를 옮기지 않은 메이저리그 팀들을 기준으로 하면, 창단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월드 시리즈 챔피언에 올라보지 못한 팀이 파드리스일 정도다(52년).
파드리스는 포스트 시즌이 일시적으로 확대된 2020년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서 김광현이 소속되어 있던 카디널스를 누르고 디비전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하필이면 월드 챔피언이 된 다저스를 만나는 바람에 3경기에서 잔루만 20개를 쌓으며 스윕을 당했다.
이번 겨울 파드리스는 김하성 뿐만 아니라 다른 자원들까지 대거 영입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4명의 유망주를 희생하면서 블레이크 스넬(2018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영입하는가 하면, 김하성의 계약 발표 직후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 보장, 한국인 내야수들의 이력은?
김하성은 히어로즈의 풀 타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공수주를 겸비한 거포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통산 출루율 0.373에 134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김하성은 타격에서의 파워로 575타점을 기록하면서 606득점도 달성하는 등 작전을 통한 득점 생산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의 내야수들이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희섭(현 KIA 타이거즈 코치)도 입지를 확실히 다지지 못했고, 박병호는 첫 시즌에 풀타임을 치르지 못한 뒤 계약을 중도 해지하며 국내로 복귀했다.
그나마 2시즌 동안 주전으로 자리 잡았던 강정호는 음주운전 누적 이력으로 인해 비자 재발급이 거부됐다. 이로 인한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고, KBO리그도 복귀 신청을 했다 논란만 일으키고 철회하면서 사실상 불명예 은퇴한 셈이 됐다.
파드리스에도 김하성에게 보장된 빈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격수 자리에는 FA 장기 계약을 맺고 영입된 매니 마차도가 있으며, 3루수 자리에는 타티스 주니어가 있다. 2루수 자리에는 그나마 경험이 적은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있는데, 김하성은 이 자리에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다저스가 유틸리티 야수들을 많이 활용했듯이 파드리스도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선수들에게 골고루 출전 기회를 주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시즌을 치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 받은 김하성은 일단 스프링 캠프에서 포지션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 한시적으로 내셔널리그에서도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되었는데,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 고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만일 이 제도가 내셔널리그에도 도입된다면 김하성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의 활용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김하성과 우투좌타인 크로넨워스가 플래툰으로 활용되는 경우의 수도 있다.
아직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내야수가 롱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또 다른 내야수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의 경우도 월드 시리즈까지 출전은 했으나, 최희섭이 그랬던 것처럼 플래툰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김하성이 파드리스에서 한국인 내야수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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