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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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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 2006년 12월의 노무현과 2020년 12월의 문재인

2006년과 2020년 12월은 정치적으로 무척 닮았다. 무엇보다도 부산 출신의 인권변호사였던 두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긴 민주화 이후 정부들의 임기 후반 지지율이 대부분 바닥이었다는 점에서, 두 정권만의 공통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6년 12월과 이듬해 1월에 당시로선 최저치(20.3%)를 기록했고,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지지율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36.6%에 그쳤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지지율 38%... 30·40대의 긍정평가는 상승). 

보다 눈길을 끄는 공통점은 소위 '진보 지식인층'의 요란법석한 이탈 행렬이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그 시작은 '4대 개혁 입법'이었다. 2004년 탄핵의 와중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법, 언론 관계법 등 소위 4대 개혁 입법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기억하다시피 4대 개혁 입법은 당·정·청의 내부 분열과 전략 부재, 일부 보수언론의 집중 포격,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인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4대 개혁 입법이 무산되자 노무현 대통령은 대연정(2005년 7월)과 한미FTA를 추진(2006년 2월)했고, 이는 이를 '개혁 파산'으로 받아들인 일부 지식인·지지층들의 대규모 이탈을 가져왔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 후반기 동안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일부 진보 언론과 유명 지식인들의 날 선 비판은 지금보다 몇 배는 컸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유시민 작가와 조기숙 교수 등 몇몇을 빼고는 대통령 곁을 지키는 지식인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관련 기사: "너무 끔찍했다" 끝나지 않은, 노무현 향한 언론의 저주?).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연재 칼럼의 마지막 순서로 두 겨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달궜던 검찰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참여정부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4대 개혁 입법과 같은 운명으로 전락할 것인가? 이 진퇴양난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을 반전의 카드가 있기는 한 것일까?

그 해답을 구하기 전, 검찰개혁 추진 와중에 놓친 질문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 검찰개혁의 불가피한 결과였나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 방침을 밝혔다.
 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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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은 검찰개혁, 정확하게는 권력기관 개혁이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할 만한 가치·명분이 있는 것인가의 문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해 보인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개편을 담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은 정부 출범부터 국정과제로 추진돼왔다. 특히,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후보의 1호 공약이기도 했다.

이 점이 참여정부의 4대 개혁 입법과는 완전히 다른 점이다. 이번 달 여당은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국정원법) 개정안 등 소위 권력기관 개혁 3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은 즉시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12.15)했다. 여야 합의나 여론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통과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임정치 실현'과 '개혁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분명한 나름의 성과라 본다. 이 부분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평가는 궁극적으로는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몫이다. 

둘째,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인-업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들이었는가? 결과적으로는 아니었으나 당시 상황에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다. 정부 출범 초부터 '국정과제로서의 검찰개혁'의 로드맵을 입안·추진했던 실질적 책임자는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그런 그가 법무부 장관이 돼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 부적격의견(2019.7.10.)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검찰총장으로서 윤석열을 적극 지지했던 배경엔 그를 검찰의 공고한 아성을 깰 내부의 '강단 있는 조력자'로 평가한 게 들어있었다.

이 파국의 발단은, 검찰이 조국 당시 후보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 정경심 교수를 기습적으로 기소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일어나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당시 행보가, 표창장을 위조해 입시 비리를 묵인하고 사모펀드를 통해 불법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조국)에 대한 정의로운 결단이었는지, 아니면 식민지 총독부 권력과 군사독재정권 아래서도 누려왔던 검찰조직의 보위를 위한 치밀한 폭거였는지 단언할 방법은 없다. 당분간 이 문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사실의 발굴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꾸로, '무죄 추정'의 대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동시에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누군가에 대해 '(그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무한 신뢰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공직의 영역에서는 배제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개혁 칼날 위에 선 검찰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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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어떠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 이미 들어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재가가 있던 날(12.15.), 법무부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대응을 비롯한 권력 기구 개혁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장관의 언행이 좀 더 부드럽고 완곡했다면, 그리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안팎으로 설득할 확실한 근거가 충분했다면 등등 하는 것이 그 사례다. 그렇지만 청문회 첫날부터 시작된 보수언론과 야당의 전방위적 공격 속에서 이 만큼이나 검찰개혁을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추 장관이 나름의 강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듯하다. 조국 사태를 사법부 판단에 맡겨 좀 더 일찍 수습하고, 더 강하고 더 청렴한 제2 혹은 제3의 법무부 장관을 신속히 임명하고, 아예 비검찰 출신 검찰총장을 발탁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검찰개혁에 이 정도의 희생과 저항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마치 김영삼 대통령 혼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군사정권을 청산한 듯 보이지만, 실은 여기엔 광주항쟁과 6월항쟁 등으로 면면히 이어진 시민들의 숭고한 저항이 있었기에 군부가 30년 만에 병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권력기관 중, 특히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단행하지 못했던 권력기관이 검찰이고 검찰의 쇄신이다. 이 정도 저항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순진한 게 아니라 역사에 무지한 것이다. 친일파 청산을 내건 반민특위도, 역사의 박물관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던 국가보안법 폐지도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같은 이유로 좌절됐다.

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 검찰이 지금 개혁의 칼날 위에 서 있다. 검찰총장의 복귀가 결정되던 순간 검찰과 야당, 일부 보수언론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이 있던 그날(2004.3.12.)처럼 환호성을 외치고 있다.

그렇지만 그날의 환호성이 어떻게 메아리가 돼 돌아왔는지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확률상 또는 정략적인 압수수색의 남발에서 드러나듯이, 윤석열 검찰의 오만하고 과도한 권력 행사는 추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당·정·청이 상황을 한탄하면서 서로를 힐난할 때가 아니라, 흐트러진 민심을 모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지혜와 역량을 결집할 때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 세 가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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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과후진(盈科後進). 서울시교육감이 보낸 신년 카드에 쓰인 고사성어다. 그 뜻인즉 '물은 흘러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것.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 직후 인사권자로서 이에 사과하고, 국정 안정과 수습을 당부했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국민께 불편.혼란 초래... 사과말씀을 드린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검찰총장과 사법부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그것은 열성 당원이나 극렬 지지층의 주장일 수는 있으나 5000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니며, 자칫 탄핵으로 들어선 정권이 탄핵으로 몰락할 수도 있는 분별없는 처사일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 그리고 집권 여당 대표가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좋다.
   
당장 집중할 일은 인사 쇄신을 통해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더 강직하고 보다 청렴하며 검찰 내부에 밝은 법무부장관을 발탁, 임명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인물이 어디 있냐고 묻지 말라. 물론 조국 전 장관을 대상으로 했던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사돈에 팔촌까지의 '신상털기식' 수사에도 건재할 공직 후보자가 드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런 귀한 분들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오히려 겸허하게 반성할 점은, 문재인 정부의 인재 명부와 인사 시스템이 다소 편향돼 왔다는 점이다. 조국 전 장관보다 주변의 결함이 작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에 밝고, 추미애 장관보다 유연하나 그만큼 소신이 있는 법무부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의 시즌2에 착수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 것이다.

둘째,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부 안에서 '미니 분권형 대통령제' 실험을 감당해 내야 한다. 물론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속한 자진 사퇴 이후 신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동시 임명으로 국면을 쇄신하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마치 사법부의 결정을 예측이라도 한 듯 검찰총장의 징계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라고 당부(12.3.)했던 문재인 대통령 성품상 '다른 수단'에 의해 임기제 총장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것은 감사원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프랑스가 했던 좌우 동거 내각(cohabitation)처럼, 실세 장관과 실세 총장이 견제하는 분권적 상황을 터득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정부 여당의 협력 속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2차 검찰개혁을 단행하고, 검찰총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기업 등 살아 있는 진짜 권력에 대한 감시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처음에는 좌우 동거 내각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자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국민 편에서 이는 그동안 유력한 개헌안의 하나로 제시됐던 이원집정부제의 모의시험일 수 있고, 정부 편에서는 임기 말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강력한 예방조치일 수도 있다.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임기제 기관장을 둔 제도적 취지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인사가 만사'다.

마지막으로, 신축년 새해에는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부동산, 한반도의 평화정착 등 대통령 의제(presidential agenda)에 대한 대통령의 적극적인 현장 행보를 보고 소상한 담론을 듣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코로나 상황 탓이겠지만, 올 한해 들어 대통령의 모습은 최근 다소 어두웠고 말수 또한 부쩍 줄어든 느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부, 국회, 지방정부를 압도적으로 석권하고 있는, 굳이 대연정이나 거국 연립내각을 고민할 이유가 없는 다수파 정부다. 새해에는 부디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들의 지금보다 훨씬 겸손한 자세와 그리고 자신감에 차 광폭 행보에 나서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을 쓴 정상호씨는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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