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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청년 김용균을 만난 지 어느덧 2년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모습은 2년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안타까운 죽음 앞에 서 있고 그 현장에서 제발 더 이상 죽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은 투쟁현장에서 그리고 심리치료와 약으로 꾸역꾸역 이겨나간다.

용균이가 죽고 정부와 발전사는 2019년 12월 12일 발전산업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 하고 안전설비와 노동자처우, 노동환경을 적극 개선한다고 했다. 일부 성과도 있는 듯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전 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현장에서 홀로 위험하게 일하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가 여전했다.

지난 11월 28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를 싣던 화물차기사 심장선씨가 추락사한 사고도 용균이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살인이다. 그 비판 앞에 김용균 2주기 추모제에 함께한 고 심장선님의 유족인 아들은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피눈물을 흘렸다. "아빠의 마지막 카드 결제 내역을 봤습니다. 저녁으로 3000원짜리 빵 하나 사드셨더라고요.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드시고 갔으면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지 않을 텐데. 저랑 동생 키우려고 고생만 하다 떠나셨습니다." 이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가족을 위한 노동의 신성함은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고귀함이다. 그러나 그 값어치는 기업의 이윤과 탐욕 앞에서 무너지고 원·하청의 이중구조 속에서 어느새 일상화 된 죽음으로 다가와 나와 우리를 마비시킨 듯하다.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고 정신을 차렸다. 용균이 어머니 김미숙님의 말 때문이다.

"안전을 방치한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결과물을 아들 용균이의 묘비 앞에 가져다 줄 수 있어야 죄 많은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노력했다고 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유가족이 이 차가운 날씨에 국회 앞 단식 농성을 들어가는 슬픈 겨울을 맞이했다.

죽은 이들의 이름으로 외치는 소리
 
김용균 2주기 추모를 위한 문화행동에서 쓴 글
▲ 김용균 2주기추모 문화행동 김용균 2주기 추모를 위한 문화행동에서 쓴 글
ⓒ 김용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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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죽은 이의 이름을 등에 업고 변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또 정치를 향해 외치고 있다. 가족을 죽이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엄히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기업이 책임지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말이다.

김용균 2주기 나는 용균이에게 참 미안했다.

약속했던 책임자 처벌 재판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뿐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수많은 대책은 현장에서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다. 여전히 운전분야 노무비는 개선 되지않아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김용균의 동료들도 여전히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원화 된 고용구조와 임금착복 그리고 악순환.... 또 다시 노동자의 죽음을 등에 업는다. 며칠 전 12월 14일, 나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한 용역업체 노조 대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죽음을 봐야만 했다. 회사는 이 죽음 앞에 경건함보다는 늘 이야기하던 개인문제, 갈등, 흠집을 이야기 헸다. 참 변하지 않는 법칙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더 이상 일터에서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하는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전태일 50년을 지나 우리는 김용균을 만났다. 그리고 또 다시 50년 뒤 또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노동자 죽음이 없이는, 유가족의 절규 없이는, 국민의 희생 없이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정부와 국회는 반드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답해야 한다. 언제까지 목숨 값으로 세상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단 말인가.

용균이 묘소 자전거위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그 풍광은 이제 한 청년의 꿈, 희망, 미래 그리고 즐거운 노래가 되어 우리에게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고 김용균을 기억하며 아프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죽지 않게를 말하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생명이 우선인 세상으로 함께 할 것이다.   

용균이가 좋아했던 나얼의 바람의 기억을 들으며 김용균 추모 2주기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마석모란공원의 김용균 묘소
▲ 자전거탄 용균이 마석모란공원의 김용균 묘소
ⓒ 김용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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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이자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인 이태성 님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김용균2주기, #죽음의외주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아프지않게 차별받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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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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