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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별세하기 직전의 나철 선생.
 1916년 별세하기 직전의 나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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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이 순국의 길을 택하면서 하고자 했던 발언은 악독한 조선총독 데라우치와 일본총리 오쿠마에게 보낸 공개장일 것이다.

총독 데라우치는 포악한 통치로 조선사회를 연옥으로 만들었고, 오쿠마는 일왕의 하수인으로서 조선 식민지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먼저 「일본총리 오쿠마에게 주는 글」이다.

철(喆)은 종교인이다. 대(大)는 천(天)이요 종(倧)은 신(神)이니 우리 한얼 한님께서 처음 세우신 천신교(天神敎)이다. 철이 받든 지 10여 년 한 세상을 크게 건지고 자기의 책임을 삼았더니 지금 믿는 무리를 다리고 아사달메에 와서 세검한님의 오르신 곳을 퇴오며 한얼께 제사하는 의식을 삼성사에서 공경히 행하여 인하여 교를 위하여 죽노라.

이제 세상을 떠나는 날에 당하여 가히 각하를 위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억지로라도 이러한 말이 없으면 허물이 철에게 있으니 어찌 말하지 않으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실로 각하를 위함이 아니라 이 백성을 사랑함이요 한갓 이 백성만을 위함이 아니라 곧 한얼께 공경함이니 오직 각하는 살필지어다.

대개 종교와 정치는 두 길로 갈렸으나 종교의 도덕으로서 정치의 베품을 기우는 것이 동서고금이 아울러 행하여 어기지 않은 것이라. 각하는 정치의 대가로서 마땅히 이에 거울 하겠거늘 이제 반만년 내려오는 천신대교(天神大敎)를 막고 만국에서 같이 아는 신교자유를 없애려 함은 어쩐 일이요. 비록 막고자 하나 한님께서 반드시 노여워하실 것이니 또한 두렵지 않은가. 비록 없이 하려 하여도 공법에서 항거할 것이니 또한 애달프지 않는가.

작년 10월 1일에 조선총독으로부터 신교 불교 기독교의 포교규칙을 발포하였다. 오직 우리는 신교의 조종이 됨으로 12월 21일에 그 규칙에 의거하여 신청하였더니 총독부에서 대종교는 신교가 아니라고 퇴각하였고 또 금년 4월 3일 총독부의 구속으로 만주에 수도하려는 길을 막으니 과연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대종교는 4천 3백 일흔 세 해 앞에 나온 한얼길이라. 

태백산의 강신궁(降神宮)과 마니산의 제천단과 구월산의 수도대(修道臺) 단군대(檀君臺) 어천석과 묘향산의 수도굴(혹 단군굴)이 사기(史記)에 빛나고 우주에 환하니 그 연대로 말하면 선, 불, 유, 야의 종교가 다 그 가지가 되었고 그 신덕(神德)으로 말하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민족이 같이 기르심이라. 

한울에 절하는 도리와 한얼을 높이는 이치가 다 한배검으로부터 생겨서 비로소 종교가 세상에 있게 되었거니와 더구나 여러 신교는 종문의 흐름이어늘 이것이 신교됨에 부족하다고 배척하여야 하겠는가. 

철이 정치의 관념을 버린 뒤로 세법의 좁음을 깊이 깨닫고 드디어 몸을 종문에 바쳐서 스스로 천하를 건짐으로써 백산(백두산)의 남북지경에 분주하였더니 물이 흐르다가 그침 같고 구름이 스스로 걷다가 펴음 같아서 꼭 30여 만의 신도를 얻었다. 

또한 돌아보건대 이 몸이 다시 해에 칼을 품고 역적을 죽이려던 인영(寅永)이 아니라 이에 오늘날 정성을 열어서 원수를 돌이키는 철이 되고 또 이 맘이 다시 옛날에 열을 맛보면서 한나라만 사랑하는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이에 이 날로써 짊을 같이 하여 온 세상을 구원하는 한 길을 가졌거늘 오히려 교를 믿음으로 알지 않고 억지로 구속하는가! 설사 일, 러가 강화할 즈음에 일본 내각에 글로 힐문하고 을사조약 뒤에 한국대신을 죽이려 한 것은 다 그때의 일이라. 

당시에 국민 된 자가 도의로서 이런 일이 없을 수 없었으니 이것은 혹 헤아릴 것이요. 지금엔 이미 때가 옮기며 일이 지나고 기질도 바꾸어서 다시 조금인들 마음에 붙임이 있으리오. 만일 철의 지난 일로써 의심을 가진다면 크게 그릇됨이라. 유태가 망하나 예수의 도는 점점 떨치고 인도가 쇠잔하나 석가의 도는 더욱 일어났으니 한국이 비록 빈터가 되었으나 대종의 도가 다시 일어남을 어찌 다르게 의논할까. 생각건대 각하는 혹시 철이 한님의 한얼나라에 나었고 한님의 한얼교화를 받들며 한얼 겨레를 합하여 다만 옛 정신을 가진 줄 알면 더욱 잘못이다. 

우리 한님은 한우님이시니 사람이 되시어 처음 한울을 열으사 끝없는 대교(大敎)를 드리우시고 한얼이 되시어 다시 한울에 오르사 위없는 한 자리에 계시니 밝게 다다르시며 넓게 사랑하셨다. 

철은 써하되 천하의 땅을 보전하여 다 한님의 한얼나라가 되고 천하의 도를 높여서 함께 한님의 한얼고화가 되니 천하의 백성을 사랑하면 뉘가 한님의 한얼겨레가 아니리오.

시험하야 먼저 대화(大和)의 옛 사기를 상고하건대 그 만족의 근본과 신교의 본원이 다 어디로부터이며 신사(神社)의 삼보한궤(三寶韓几)와 궁내성의 오십한신(五十韓神)이 다 어디서 왔으며 의관문물과 전장법도와 공훈을 세운 위인들이 모두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가?

옛적에 찬하가 한 집 됨은 분명한 증거가 있거늘 요사이 정치가들이 지경을 가르는 소견은 내가 취하지 아니 하노라. 철의 도는 법문(法門)이요 철의 몸은 한님의 혈통이요 철의 뜻은 천하의 화유(化有)이니 어찌 한갓 한울 메의 남북에 한정할 따름이리오. 

슬프다. 대종은 온갖 교의 조종(祖宗)이어늘 도리어 무리한 업신여김을 받아서 우리 한님께 욕됨은 철의 허물이요. 몸이 대교의 임자가 되거늘 함부로 무리한 속박을 입어서 우리 종문을 더럽힘은 철의 허물이요, 도는 널리 구원하는 믿음이어늘 가만히 무리한 타격을 만나서 우리 중생을 빠뜨림은 철의 허물이다.

오직 크신 한님이 나려 보심에 사정이 없으사 한얼에 공경하면 복조(福祚)를 내리시고 한얼에 게을리 하면 재앙을 내리시니 이제 각하는 수상이라 능히 한얼교인을 잘 보호하여 그 복조를 누리려는가. 실로 이 세상의 다행이요 혹시 한얼자손을 학대해서 그 재앙을 부름이 없겠는가. 실로 이 백성의 복이로다.

죽음에 다달아서 한번 말함을 철이 어찌 거짓 하리오. 한얼의 보심이 매우 밝으심이니 경계해 두렵지 않을까 보냐! 철이 마땅히 한남-한배의 곁에 모시어 인간의 선악부를 살피고 천하 만대의 공론을 기다리리니 빌건대 각하는 짐작하라. 붙여 훈안(勳安)을 기리노라.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태그:#나철, #나철평전, #홍암, #홍암나철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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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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