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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법무총장 예관 신규식 선생
 임시정부 법무총장 예관 신규식 선생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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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관(晲觀) 신규식(申奎植, 1879~1922)은 대종교계열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다.

대한제국 시기 육군무관학교에 들어가 보병 참위로 임관되어 부위(副尉)까지 진급되고, 시위대로 옮겼을 때 을사늑약이 강제되자 시위대를 중심으로 의병을 일으키려 했으나 실패하자 음독자살을 꾀하였다. 이 때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쪽 눈 시신경이 망가져 외견상 흘겨보는 상이 되자, '흘겨 본다'는 뜻으로서 스스로 예관이라 자호하였다. 

대한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1909년 나철이 대종교를 중광하자 가장 먼저 입교하고, 1910년 국치 소식을 듣고 다시 음독했다가 나철에게 구명되어 함께 구국운동에 나섰다.

1911년 1월 대종교 지교(知敎)의 교질(敎秩, 대종교 믿음의 단계)을 받고 대종교 본사의 경리부장과 종리부장(倧理部長)을 맡았다. 동년 4월에 대종교의 영계(靈戒)를 받았으며, 나철의 밀명을 받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면서 이름을 정(檉)으로 개명했다.
  
중국의 아버지 손문과 대한민국의 아버지 신규식
 중국의 아버지 손문과 대한민국의 아버지 신규식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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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손문이 이끄는 중국동맹회에 가입하고 무창봉기에 참가하면서 중국혁명 지도자들과 친교를 맺고, 박은식ㆍ김규식ㆍ신채호ㆍ조소앙ㆍ여운형 등과 동제사를 조직한 데 이어 1915년 대종교의 핵심인물이었던 이상설ㆍ박은식 등과 대동보국단을 조직하였다. 나철과는 의형제로 지냈고 대종교 최초의 시교사(施敎師)를 역임한다. 

1919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14인과 발표한 「대동단결선언」과, 1919년 초에 독립운동가 39인 명의로 발표한 「대한독립선언」(무오독립선언)은 그를 비롯한 대종교도들이 주동이 되었다.
  
애국지사 신규식 선생 묘에서 바라본 친일파들 무덤. 사진 속 좌측 상단에 소나무 사이 비어있는 언덕이 제2장군 묘역이다.
 애국지사 신규식 선생 묘에서 바라본 친일파들 무덤. 사진 속 좌측 상단에 소나무 사이 비어있는 언덕이 제2장군 묘역이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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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치열한 역사가이기도 했다. 망명지에서 지은 『한국혼』은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격문이었다. 책의 앞 부분과 시 두 편을 소개한다.

백산의 쓸쓸한 바람에 하늘도 땅도 시름에 젖고 푸른 파도가 굽이치니 거북과 용이 일어나서 춤을 춘다. 어둡고 긴 밤은 언제 그치려나, 사나운 비바람만 휘몰아친다. 5천 년 역사를 가진 조국은 짓밟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3천만 백성은 떨어져 노예가 되었으니, 아아! 슬프다. 우리나라는 망했도다. 우리들은 기어이 망국의 백성이 되고 말 것인가?

마음이 죽어 버린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나니 우리나라의 망함은 백성들의 마음이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망국의 백성이 되어 갖은 슬픔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어리석고 무지하여 깨닫지 못함은, 죽은 뒤에 한 번 더 죽은 것과 같다. 아아, 우리나라는 끝내 망하고 말았구나. 

우리의 마음이 아직 죽어 버리지 않았다면 비록 지도가 그 빛을 달리 하고 역사가 그 이름을 바꾸어 우리 대한이 비록 망했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각자 하나의 대한이 있는 것이니 우리의 마음은, 곧 대한의 혼은 아직도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힘쓸 지어다, 동포여! 다 함께 대한의 혼을 보배스럽게 여겨 쓰러지지 않도록 할 것이며 먼저 개인의 마음을 구하여 죽지 않도록 하라.

 
예관 신규식 선생의 거주지였던 곳에서 직접 제작한 배너를 들고.
 예관 신규식 선생의 거주지였던 곳에서 직접 제작한 배너를 들고.
ⓒ 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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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암 선생께 드리다

 작년 오늘에 우리 같은 옥에 갇히어
 아사달 노래부르며 영웅기개 떨쳤지
 외기러기 남으로 날아 어디로 가려나
 백산 흑수 천리 길 아득만 하구나.

종문(倧門)에 대한 소감

 사천 삼백 년 지난 오늘
 대종교의 문 다시 열렸네
 삼라만상 두루 귀화하고
 삼신은 홀로 존귀하여라
 손아래 사람 두루 형제며
 영단에는 자손이 있어라
 창생의 도탄 널리 구하고자
 먼저 부르네 배달의 얼을. (주석 9)


주석
9> 이상 『예관신규식전집(1)』, 예관 신규식전집편찬위원회, 2020.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태그:# 나철, #나철평전, # 홍암, #홍암나철평전, #신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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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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