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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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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님께서 내년도 교원 성과상여금 균등지급을 주장하셨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선생님들은 방역, 원격수업, 등교수업에 힘과 지혜를 모아 안전한 배움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교사 간 신뢰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 때, 성과급 기준을 놓고 벌어지는 교내 갈등은 교직 사회의 협력을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아이들 안전한 배움을 위협할 것이 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조희연 교육감님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저는 논의 마당이 생긴 김에 더 근본적인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내년 균등지급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입니다. 이참에 교사, 공무원 성과상여금 자체를 폐지하고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제 때가 되었고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닙니다.

성과 상여금 도입 20년... 공직 사회에 긍정적 영향 미쳤을까

공직사회에 성과 상여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되었으나, 이 제도가 공직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의견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향이 전혀 다른 교원단체들도 성과급과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두 제도가 아무런 효과도 없이 교직사회에 불신과 분열만 초래해 교육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명백한 까닭입니다.

정부는 이 제도의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한 번 없이 실체도 없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만 되뇔 뿐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댄 애리얼리를 비롯한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와 실험으로 성과주의가 오히려 생산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성과주의 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했던 미국의 공공부분뿐만 아니라 GE,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기업 조차도 제도 실패를 인정하고 폐기한 지 오래인데 여기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원을 비롯한 공직자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입니다. 그러나 성과급은 업무 밀어내기, 보여주기, 무사안일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피해가 가게 합니다. 교사, 공무원의 업무는 계량화할 수도 없습니다. 특정 업무를 계량화한다고 해도 성과급 지급을 위해서는 업무 간 경중을 또 따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이미 폐기한 정책을 계량화가 불가능한 공공 부분에 적용하는 것은 효율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집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방역이 강화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문제가 있는 제도라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있던 것을 없애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없애야 할 것을 없애지 못하면 피해만 누적될 뿐입니다. 공직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금전을 매개로 한 통제와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입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교육감들을 초청하셨을 때 저는 공무원성과급 폐지를 제안하며 중장기 과제로 선정하여  임기내에 꼭 실현되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있겠지만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이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태그:#교원성과급, #민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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