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릉아레나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이 검체 채취를 하고있다.
 강릉아레나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이 검체 채취를 하고있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강원 강릉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코로나19 시민 전수조사'의 참여율이 저조하자 김한근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각 과별 실적을 보고하라고 지시해 논란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15일 오전 김한근 강릉시장은 시 소속 공무원 1300여 명에게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각 과별로 실적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지시는 별도 공문 없이 행정지원과를 통해 내려왔다.

그러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시장이 코로나19 검사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검사를 강요하는 건 부당한 지시"라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공무원들이 대거 검사를 받으면 오히려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검사자들이 몰리면 시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2일 강릉시민 21만명 대상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장으로 쓰였던 강릉아레나 주차장터에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선별진료소를 설치,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민 참여가 저조해 13, 14일 이틀간 검사자 수는 1600여 명에 그쳤다.

공무원 A씨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며 검사를 독려하는 상황에 시행 주체인 공무원들을, 그것도 업무시간에 집단으로 검사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지만 시장이 원하는 방향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눈치 보기로 억지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많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공무원노조마저 반발하고 나서자 김 시장은 "희망자들에 한해서"라며 한발 물러섰다고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그냥 개인 판단에 따라 하라는 것이지 강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릉시민 전수조사 대대적 홍보... 시민 참여는 저조
 
15일 오후 1시 30분 경 강릉아레나 드라이브스루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오후 1시 30분 경 강릉아레나 드라이브스루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앞서 지난 12일 김한근 강릉시장은 강릉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3일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선별진료소를 설치 운영해 전국 최초로 시민 전체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릉문화원 악기강사를 고리로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직후였다.

시는 동계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강릉아레나 주차장터에 '선별접수 문진표 작성' 7개소, '검체 채취' 4개소를 세운 뒤, 강릉아산병원 의료진 6명과 일반 공무원, 강릉보건소 직원을 상주시켜 13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또 같은 날 대중목욕탕을 고리로 지역감염이 발생한 옥계면에도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김 시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무증상자를 선제적으로 가려내, 지역 내 추가 전파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에 언론들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라는 수식어를 부각해 보도했고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민 참여율은 낮았다. 전수조사 첫 날인 지난 13일 강릉아레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검사자 수는 566명에 불과했고, 다음날인 14일도 1084명이 검사를 받았다. 강릉시가 차량 탑승 검사를 권유하는 문자를 전 시민 대상으로 수차례 발송했지만 검사자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코를 통한 검체 채취 과정도 고역인데다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2일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지침이 부담됐다. 또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외부 활동을 거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강릉시는 '강릉시민 전수조사'를 '희망자 무료조사'로 바꾸었다. 김한근 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전 시민의 1/3(7만명)을 검사받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위를 낮췄다. 또 무증상자들은 검사 후에도 자가격리 없이 일반 활동이 가능하게 변경했다.

"기간 설정 없는 전수조사 무의미" 지적도

한편 의료계 전문가들은 강릉시의 시민 전수조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수조사는 짧은 기간에 끝내야 의미가 있는데, 강릉시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은 데다 강제성도 없어 전수조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구 대비 확진자 발생 빈도가 낮고 검사 대상이 광범위할 경우 전수조사는 의미가 없다"면서 "강릉시처럼 조사 기간을 길게 잡으면, 결국 먼저 조사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들 간 재접촉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실효성은 물론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10일과 11일 확진자에 대한 밀접촉자 약 3천명 전수조사에서도 2명(12일)만 양성으로 나왔다는데, 굳이 전수조사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강릉, #강릉코로나, #드라이브스루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