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영화 포스터

▲ <리플레이> 영화 포스터 ⓒ (주)모쿠슈라픽쳐스


LA에 머물던 무명의 뮤지션 엘리엇(조 퍼디 분)은 콘서트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탄다. 그런데 9.11 테러가 일어나며 모든 여객기의 운항이 정지된다. 공항에 발이 묶인 엘리엇에게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조니(엠버 루바스)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엘리엇은 병든 어머니의 간병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니와 함께 캠핑카로 뉴욕까지 이동하는 긴 여정에 오른다.

영화 <리플레이>는 9.11 테러의 여파로 인해 우연히 만난 남녀가 LA부터 뉴욕까지 14개 주를 캠핑카로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눈길을 끄는 건 '9.11 테러'가 일어난 날과 그 이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9.11 테러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 다룬 바 있다. 대표적인 영화론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비극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 반전의 장치로 쓴 <리멤버 미>(2010), 상실의 고통으로 수렴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11)이 있다. 그러나 20여 년이 흐르면서 당시의 슬픔과 혼란이 희미해진 것도 사실이다.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리플레이>가 9.11 테러가 일어났던 당시를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하인즈 감독은 "앞으로 또 찾아올지도 모르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모두가 겪었던 그 날의 기억을 통해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를 상기시켰으면 한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리플레이>의 원제는 '아메리칸 포크(American Folk)'다. '포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다. 또한, '민요'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음악 포크 송'이란 뜻을 가진다. <리플레이>는 포크의 여러 의미를 영화에 모두 녹였다.

"그날(9월 11일) 우리는 하나가 됐다. 그날 하루만큼은 인종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였다.

9.11 테러 이후의 미국 사회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9/11 키즈>의 한 대목이다. 엘리엇과 조니는 LA,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테네시를 거쳐 뉴욕에 이르는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라 세상엔 불안과 불확실성이 만연했지만, 엘리엇과 조니는 낯선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과 사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돌보고 연대 의식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도 목격한다. <리플레이>는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게 아닌, 정서를 관찰하는 로드 무비인 셈이다.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한편으로 <리플레이>는 음악의 여정이다. 영화 속 엘리엇과 조니 역을 연기한 두 주인공 조 퍼디와 엠버 루바스는 실제 인디 팬들 사이에서 탄탄한 인지도와 음악성을 확보한 베테랑 싱어송라이터다.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던 두 사람은 <리플레이>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엘리엇과 조니는 5600킬로미터 캠핑카 여정엔 언제나 음악이 함께한다. 인적이 드문 황량한 사막 지대부터 대도시의 빌딩 숲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든 버스킹 장소가 되고 음악적 영감을 주는 곳으로 기능한다.

<리플레이>는 남녀와 음악을 소재로 삼은 영화인지라 <원스>(2006)나 <스타 이즈 본>(2018)이 떠오른다. 그러나 <리플레이>는 이들 영화와 분명한 차이점을 갖는다. <원스>와 <스타 이즈 본>은 남녀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야기 전개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했다.

반면에 <리플레이>는 엘리엇과 조니를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는다. 엘리엇과 조니는 사람들에게, 때론 같이 포크를 노래한다. 그런 과정에서 세상을 향해, 또는 가족에게 세웠던 마음의 벽을 부순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음악적 꿈과 열정을 되찾는다.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리플레이>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이것은 미국 사회가 다른 문화, 인종, 국가에 대한 혐오를 지우고 잃어버렸던 친절과 용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호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가 하나로 통합되었던 그 순간처럼 말이다. 또한, 증오와 분열로 가득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잊고 있었던 가치가 무엇인지 영화로서 되새기게 해준다. 조니 역을 맡은 에버 루바스는 이야기한다.

"지금을 사는 우리 역시 국가적 트라우마와 분열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친절과 연대가 지역 사회와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주었으면 한다."
리플레이 조 퍼디 엠버 루바스 데이비드 하인즈 크리샤 페어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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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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