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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31일을 기억하십니까? 이날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조중동매’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일부 종편은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디어계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종편이 망가뜨린 미디어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3회에 걸쳐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과 종편 선정 이후 10년을 짚어봅니다[편집자말]
조선일보 종편인 TV조선은 지난 2011년 12월 1일 개국 첫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특집 방송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종편인 TV조선은 지난 2011년 12월 1일 개국 첫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특집 방송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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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상업 방송이에요. 공영 방송과 달리 방송이 상업화될수록 선정적, 폭력적,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2011년 1월 최진봉 교수 인터뷰 중) [관련기사 : "'조중동매' 방송은 한국판 폭스뉴스 될 것" (http://omn.kr/1qy8q]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발표 일주일 뒤인 2011년 1월 초에 만난 최진봉 당시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현재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판 폭스뉴스'를 예상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상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그 사이 한국으로 돌아와 종편의 모습을 계속 지켜본 심정은 어떨까?

"예상했던 대로 돼 답답해요. 종편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가 보수 신문사들에게 종편을 허가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폭스뉴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어요. <폭스뉴스>도 보수 정권의 지원을 받아 영향력 키웠거든요."

종편 등장 이후 신문 시장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조선·중앙·동아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9년 7월 야당의 반대에도 신문·방송 겸영이 가능하도록 미디어 관련법 개정해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조중동 여론 영향력, 지상파3사 추월... "종편의 힘"

지난 2010년 출범한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신문·방송·인터넷 등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종편 개국 이듬해인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종편군'의 합산 점유율은 22.3%로, KBS, MBC, SBS 등 지상파군(4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종편군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져 지난 2015년에는 지상파군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32.5%를 기록해 지상파와 격차를 8%포인트까지 벌렸다.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군 점유율도 2012년 4.7%에서 2018년 18.5%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래프 1 참조)
 
신문·방송·인터넷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 비교.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편군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져 지난 2015년에는 지상파군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32.5%를 기록해 지상파와 격차를 8%포인트까지 벌렸다.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군 점유율도 2012년 4.7%에서 2018년 18.5%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 그래프1 신문·방송·인터넷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 비교.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편군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져 지난 2015년에는 지상파군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32.5%를 기록해 지상파와 격차를 8%포인트까지 벌렸다.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군 점유율도 2012년 4.7%에서 2018년 18.5%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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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TV조선 등 <조선일보> 계열 점유율은 2012년 7.0%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11.1%로 증가해, KBS 계열(17.5%)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 계열과 연합뉴스 계열도 3년 사이 각각 4.6%, 2.4%에서 9.7%, 9.9%로 크게 늘어난 반면, 2012년 10.7%로 전체 2위였던 MBC 계열은 7.6%로 떨어졌다.

3기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조사보고서에서 "신문과 뉴스통신사의 텔레비전 진출이 이들 뉴스매체의 이용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으며, 여러 매체 부문에 걸쳐 이들 뉴스매체의 여론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고 밝혔다.
  
최진봉 교수는 이같은 상황이 재벌의 언론 진출과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미국 상황과 판박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와 방송사를 겸영하면 어느 한 매체에서 취재한 내용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적은 인력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요. 더구나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 동안 종편에 20번대에 드는 황금 채널과 의무 전송,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같은 일방적인 특혜를 주면서 성장하게 만들었어요."
  
"시사대담 프로그램 영역 개척한 종편, 방송의 질 떨어뜨려"

그렇다면 조중동 영향력을 끌어올린 종편은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예능·오락 분야에서는 그동안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했거나 트로트를 예술장르 코드로 만드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시사·보도 분야를 보면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습니다.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완전히 무너뜨렸어요. 언론은 사실 중심으로 보도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얼마나 비판했나요? 칭찬일색이었어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종편의 편파 보도는 더 심해졌고 언론 윤리도 전혀 안 지켜요. 가십성, 명예훼손성 기사를 노출하고 취재원 집 앞 뻗치기나 현관문 두드리기 같은 잘못된 관행도 만들어 냈어요.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막말이나 사실 확인 안 된 말을 자극적으로 반복해요. 종편이 시청률에 매달리고 지지 세력과 보수 성향 시청자 눈길을 끌기 위해 (시사 보도에) 재미를 더하면서 언론의 사명과 원칙을 무너뜨렸죠. 전체적으로 방송의 질을 떨어뜨렸어요."

  
종편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건수만 봐도 부작용을 알 수 있다. 방송사업자 재승인 심사 때 주요한 벌점 요인이 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법정제재' 건수만 봐도 종편은 지상파TV를 일찌감치 앞섰다. (그래프 2 참조)

지난 2012년 종편·보도채널의 보도교양 분야 법정제재는 20건으로 지상파TV(23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3년 이후 줄곧 지상파TV를 앞섰다. 올해 들어서도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등을 퍼뜨려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32건 가운데 절반은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3사에서 나왔다. (관련 기사 : "코로나19 허위정보 심각"... 종편3사 위반이 '절반' http://omn.kr/1pfmx)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채널 보도교양 프로그램 방송심의규정 위반 법정제재 건수. 지난 2012년에는 지상파와 종편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3년 이후  종편이 줄곧 앞서고 있다.
▲ 그래프2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채널 보도교양 프로그램 방송심의규정 위반 법정제재 건수. 지난 2012년에는 지상파와 종편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3년 이후 종편이 줄곧 앞서고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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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성·진영논리 여전"... 다른 언론에 보내는 잘못된 싸인들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종편 개국 직후부터 종편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꾸준히 모니터했다. 지난 2011년 12월 6일 민언련의 첫 종편 모니터 보고서 제목은 '뉴스의 ABC도 못 갖춘 이념편향 방송'이었다. 당시 TV조선은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빈축을 샀다. 과연 종편은 지난 9년 동안 달라졌을까?

임동준 민언련 정책모니터팀장은 10일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같은 출범 초기의 극단적인 정파성은 아니라도, 종편의 진영 논리나 정파성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최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도 반대 진영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실이 아닌 걸 가지고 비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종편의 부정적 행태가 지상파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KBS와 MBC도 평일 오후 시간대에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4~5명의 출연자가 생방송으로 대담을 진행하는 방식인데, 심지어 출연자가 (종편과) 동일한 경우도 있어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소수 출연자가 모든 사회 이슈를 다뤄야 해 백화점식 논평을 할 수밖에 없고, 극단적인 진영 논리를 펼쳐 어느 한쪽 시청자를 끌어들여요. 방송사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라 종편에서 먼저 포맷을 만들었는데, 지상파가 종편 방식을 따라가고 있어요."

그는 종편들이 재승인 심사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고도 연달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는 것도 지상파 방송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점수 미달이나 과락으로 재승인을 받을 수 없는 종편 사업자가 연달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으면 다른 방송사도 그걸 빌미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어요. 또 정파성을 가진 언론이 계속 살아남으면서 다른 언론사도 그걸 생존 방법으로 인식해 미디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요."

☞관련기사 
조중동과 손잡은 MB 꼼수의 필연, '승자의 저주'  (http://omn.kr/1qxpb)

(이어지는 글에서는 미디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탈종편' 해법을 짚어봅니다.)
 

태그:#종편, #조중동방송, #형광등아우라, #여론집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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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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