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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하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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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가
소행성 토양 시료를 채집하는 소리라도 들은 것이냐
- 이상옥 디카시 <동물적 감각>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은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마냥 자유롭지 못한 점이다. 어쩔 수 없이 본의 아니게 고향 마을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산책과 집필과 유튜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자주 가는 곳 중 하나가 마을 앞의 하천이다. 겨울 건기라 하천 갈대밭으로 걸어 들어가 볼 수가 있다. 여름에는 무성한 잡풀들이 우거지고 또한 물이 많이 흘러 하천 바닥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겨울 건기가 되니 물도 잦아들고 잡풀들도 다 시들어버리고 갈대 군락만이 남아 있어 직접 바닥을 걸어볼 수 있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분명하게 구별하기도 좀 힘들다. 생긴 모양도 그렇고 꽃이 피고 지는 계절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억새와 갈대의 가장 쉬운 구별법은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 자생하고 갈대는 물가에 군락을 이룬다고 한다. 고향 마을 하천 둑에는 억새도 있겠지만 하천 바닥에서 자라는 것들은 갈대가 맞는 것 같다.

어제 오늘 계속 하천의 갈대숲을 걸어봤다. 바닥의 흙들이 일반 뭍의 흙과는 달리 갈대 뿌리들이 얽혀서 밟는 느낌이 특별했다. 갈대숲이 우거져 있고 웅덩이처럼 고인 물, 또 흐르는 물도 있으니 먹이도 풍부하고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라 물새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천 갈대숲을 조심스럽게 거닐어 보면서 우주적 사유에 잠겨보는 것도 코로나19 때문인가. 코로나19는 광대한 우주 어디에서 지구로 점령군처럼 침범한 것인가.
  
진돗개 CD와 마을 하천에서
 진돗개 CD와 마을 하천에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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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하천의 물새
 마을 하천의 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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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진돗개 CD를 풀어 놓으니 신기한 듯 냄새를 맡고 갈대숲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멈춰서는 무슨 상념에라도 잠긴 듯했다. 그 장면을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순간 포착하고는 생각했다. 멀리 산맥들이 보이는 넓은 하천에는 나와 CD뿐이다. 우주 속에 혼자 던져진 것 같았다. CD는 무슨 기척을 느낀 모양이다.

나는 가장 문명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원시 갈대숲에서 순간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잠시 잊고 지냈던 광활한 우주, 사람이 닿을 수 없는 우주의 어느 귀퉁이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CD가 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소리라도 들은 것은 아닐까 하는 다소 도발적인 상상력으로까지 뻗쳤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하야부사 2호가 2014년 지구를 출발한 이후 6년 만인 지난 6일 오전 2시 50분(한국 시각) 소행성 토양 시료를 채집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제 인류의 과학기술은 우주 귀퉁이에 비밀로 간직된 천기까지 누설할 태세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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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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