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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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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수능을 치른 고3들에겐, 12월 말까지가 고등학교 와서 처음 경험하는 '진짜 방학'이다. 고작 20일에 불과한 데다 방역지침이 강화되어 바깥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들에겐 마냥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풍 전야'일 뿐이다. 당장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12월 23일 이후에는 다시 전쟁 같은 대입 전형에 골머리를 썩여야 한다. 2021년 1월 7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논술 전형에 응시했거나 대학별 고사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그 짧은 여유조차 누릴 수 없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뒤엔 교사와 학부모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합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학마다 영역별 반영 비율과 조건이 다 달라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시기다. 경험 많은 진학 담당 교사의 혼조차 빼놓는 게 우리나라의 천차만별 대입 전형이다.

교육과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교사조차 대입 전형 앞에서는 움찔한다. 아무리 관련 연수를 열심히 찾아 듣는다고 해도 별반 소용이 없다. 해마다 전형 요소와 절차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데다, 무엇보다 대학의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고3 교실마다 전국의 대학별 전형을 모아놓은 책이 꽂혀있는 이유다. 판형도 큰 데다 쪽수가 무려 1500쪽에 이르는 '벽돌 책'이다. 한 손으로는 들 수도 없고, 웬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도 않는 크기다. 얼추 영역별 수능 대비 문제집을 한데 모아놓은 분량이다.

아이들은 수능 공부하기도 버거운데 전형 안내서까지 챙겨 읽어야 하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담임교사가 전형을 섭렵한 뒤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 성적을 고려해 족집게처럼 대학과 학과를 추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시모집 원서 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오산이다. 예년의 대학과 학과별 배치표를 참고하여 수능 점수에 맞춰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을 여럿 봤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논술 등 수시모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며 나무라는 경우마저 있다.

당사자인 고3 수험생에겐 수능을 치르는 것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절차다. 진로가 확고부동하거나 재수도 불사하겠다면 모를까, 성적에 맞춰야 한다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하느냐는 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도박판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말 그대로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에 견줘 줄어든 건 맞지만, 어떻게든 붙고 보자는 아이들이 여전히 다수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어선지, 학과보다는 대학 '간판'에 연연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한데,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합격해도 휴학과 자퇴가 빈번한 이유다.

'눈치싸움'의 서막
  
 4일 오후 서울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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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시 지원 과정에 대해 낯설어하는 이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이달 23일 수능 성적이 발표된 이후의 정시모집 지원에 한정된 이야기다. 고3 1학기 말부터 챙겨야 하는 수시모집을 포함하면, 왜 1500쪽짜리 '벽돌 책'이 필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 성적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나뉘어 표시된다. 수능 영역마다, 대학마다 활용하는 반영하는 기준이 달라 원서를 쓰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점수뿐 아니다. 반영 과목 수와 영역별 반영 비율, 가산점 부여 여부, 지정 과목 유무 등도 챙겨야 할 변수다. 심지어 한국사와 함께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도 대학마다 반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워낙 복잡하다 보니, 수능 성적보다 지원 전략이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단언하는 이도 있다. 대학의 전형 방식에 따라 총점보다 영역별 성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총점을 기준으로 볼 때,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당락이 뒤바뀐 사례가 드물지 않다.

수시모집에는 여섯 대학에 응시할 수 있고, 정시모집에선 총 세 번 지원이 가능하다. 복수로 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모집군별 대규모 '엑소더스(exodus, 집단탈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미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이 대목에서 운이 작용한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인기 학과와 기피 학과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원자 수와 추세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른바 '눈치작전'인 셈인데, 세 번의 기회를 소신 지원, 적정 지원, 안정 지원으로 나누는 건 정시 전략의 불문율이다.

어떤가. 대충 정시모집의 얼개만 소개한 건데도 이 정도다. 물론 수시모집은 이보다 수십 배는 더 복잡하다. 고3 담임교사는 수업도 충실히 해야 하고, 수시모집을 대비해 학생부도 꼼꼼하게 기재해야 하며, 수능 이후 진학 상담도 소홀할 수 없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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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 이른바 '대입 컨설턴트'가 활개를 치는 이유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입 전형을 분석해 수험생 개인별 맞춤형으로 상담하고 지원 대학과 학과를 추천해주는 신종 직업이다. 예전에는 고3 담임교사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상태다.

물론, 그들이 수능 이후에만 바쁜 건 아니다. 대학 입시의 전 과정에 개입하는 '전문직'이다 보니, 고1 때부터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컨설턴트도 있다고 한다. 사실상 그때부터 대입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능 점수를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비법은 기본이다. 내신 성적 관리, 자기소개서 쓰기, 논술 대비에서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수험생과 학부모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그들의 노하우는 끝이 없다. 오로지 입시 실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부르댄다.

과거 학원이라고 하면 대개 부족한 과목 공부를 보충해주는 보습학원을 의미했지만, 요즘 사교육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입시 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진학 컨설팅 위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점수나 등수를 올려주겠다는 식의 학원 홍보 문구는 이미 낡았다. 그보다 맞춤형 입시 전략을 세워주겠다는 걸 앞세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현재 고3은 등교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지난 5월 말 개학한 후 줄곧 등교해왔는데, 수능이 끝났으니 굳이 학교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거다. 대신에 밀집도를 1/3로 줄이라는 지침에 따라 고1과 고2가 격일제로 등교하고 있다.

제자의 하소연

강화된 방역지침을 전할 겸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물었다. 놀랍게도 '진짜 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적었다. 대학별 고사를 치르고 있다는 아이부터, 일찌감치 재수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아이,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아이까지 다들 바빴다.

"수능만 치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더군요."

요즘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게 된다는 한 아이의 말이다. 그는 수능 이전에는 문제집만 풀면 됐는데, 이젠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아 더 경황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문득 지난 3년 동안 모든 걸 유예한 채 오로지 수능을 향해 달려온 아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입시 제도가 다양해진다고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게 아니라는 한 아이의 푸념이 귀에 꽂혔다. 그는 조변석개의 입시 제도가 교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의 영역 같다고 말했다. '대입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생겨난 게 그 대표적인 예란다. 그의 말에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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