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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부원장은 헤어 디자이너에 대해 "고객들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지오 부원장은 헤어 디자이너에 대해 "고객들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 설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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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머리하는 일'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머리를 자르는 일이 기분 전환을 해 주고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매일매일 각기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다루는 헤어 디자이너의 삶은 어떨까. 지난 11월 29일 강남 한복판 신논현역에 자리하고 있는 신흥 헤어 브랜드 '메이봄헤어'의 지오 부원장에게서 헤어 디자이너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지오 부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객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해" 

-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 그때는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태생은 서울인데 아버지 사업이 잘 안되고 가족이 어머니 고향으로 내려가서 어업을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운동하는 걸 엄청 좋아하고 남들 가르치는 걸 좋아했다. 원래는 영어 선생님이나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다. 사업하는 것에도 욕심이 있어서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를 생각했다."

- 헤어 디자이너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원래는 레저스포츠학과를 가서 졸업을 하거나 요리 쪽 학과로 가서 요식업을 하려고 했는데 신설로 생긴 뷰티미용학과가 끌려서 다른 학과들과 같이 지원을 하게 됐다. 지원한 학과에 다 붙었는데 이쪽(뷰티미용학과)으로 마음이 더 가더라. 그래서 결국 뷰티미용과를 가게 됐다. 처음에는 이미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적응을 잘 못 했다. 맨날 운동만 다니고 그랬는데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써 주신 교수님께서 실무를 2년만 경험하고 와서 다시 공부하자고 제안을 주셨다. 그렇게 준오헤어에 들어가게 됐는데 일이 너무 잘 맞더라.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게 특히 좋았다."

- 헤어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여러 과정이 있긴 한데 우선 미용사 자격증이 있어야 미용실에서 일할 수 있다. 그걸 딴 뒤에 미용실에 면접을 보고 일을 하는데 각 브랜드마다 인턴 기간이 다르고 승급 시험이 여러 번 있다. 평균 최종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2년에서 2년 6개월 정도 걸린다. 연예인들이 많이 다니는 샵은 5년 이상 걸린다. 샵에만 있으면 금방 배울 텐데 출장을 많이 나가니까 샵에 몇 년, 출장 몇 년 이런 식으로 한다."

- 일반적으로 인턴 생활이 고되다고 여겨지는데 어떻게 버텨냈는가?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좀 더 일찍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다니면서도 주말에 일했다. 사실 내가 이거를 좋아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여기서 끝나면은 우리 가족이 무너진다'라는 생각에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쉬는 날도 안 쉬고 나가서 일하고 다른 지점들에 소문이 다 날 정도로 연습했다. 계단에서 연습한 적도 있었다." 

- 디자이너가 되고 난 이후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하더라. 디자이너가 된 이후에 어떤 고민이 드는가?
"그냥 막연하게 돈이 많이 벌고 싶다, 빨리 성공을 해야 된다는 것을 목표로 잡으면 금방 지칠 수가 있다. '오늘 이분을 만나는 날이네', '저번에 이런 일이 있다고 하시던데 궁금하다' 하고 소통이 괜찮으면 일하러 나올 때 힘들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힘들면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고객님들과 얘기하고 소통한다고 생각하면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경험에 없는 디자인을 해내야 할 때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고객과 충분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고, 못 만들어 냈을 때는 먼저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뒤에 더 열심히 노력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아야 한다. 많은 디자이너와 인턴들이 신규 고객이 많은 매장을 가고 싶어 하지만, 가장 좋은 매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직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걸 도와주시는 원장님이 계신 매장이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필요하다."
 
지오 부원장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오 부원장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설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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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친구들을 정말 좋아하고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친구들도 거의 못 만나고 가족들도 한동안 명절 때조차 보지 못했다. 그렇게 포기해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일은 고객들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직업이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새로운 대인관계가 형성이 되고, 고객님들과 의사소통을 잘해서 내가 해 드린 머리가 잘 어울릴 때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또 하나의 큰 보람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인턴이든 신입 디자이너이든 새로운 디자인이나 내가 알고 있는 기술들을 알려줄 때 또 다른 큰 보람을 느낀다."

-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회사마다 롤 모델로 정해주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있다. 보통 그분들을 앞세워서 '이분들의 연봉은 얼마다' 이렇게 비전 제시를 해 준다. 하지만 보통 필드에 나오면 전부 다 그렇지 못하니까 '왜 나는 빨리 돈을 벌지 못할까, 왜 빨리 고객을 쌓지 못할까' 하는 조급한 마음에 힘들어한다. 나의 경우에는 믿고 기다렸던 것 같다. '나를 좋아해 주는 고객님이 있구나,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힘든 마음을 소통을 해 줄 사람이 없다면, 그런 여유가 없는 오너를 만나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일하려는 곳의 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나의 성향에 맞는지, 거기에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봐야 한다."

- 헤어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타고나지 않았다면 가장 1번이 센스이다. 센스를 가지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많이 보고, 성실함, 끈기가 답이다. 그다음은 무조건 버티는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계속 보다 보면 내가 원래 보이지 않던 게 보이니까 결국에는 좋아진다. 보통은 그거를 못 버티고 그만둔다. 그런 버틸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보통 어느 미용실에 들어갔으면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있는 것이 좋다. 구성원들이 맞지 않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지만 환경이 좋으면 굳이 다른 데 움직여서 손해 볼 필요가 없다. 인턴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경력이 깎인다. 원장님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맞는 분이라면 한 곳에서 버티는 것이 답이다. 무조건 원장과 소통해서 잘 될 방법을 만들어내야 된다고 본다."

-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고객의 제2의 가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헤어 디자이너가 실력이 뛰어나서 예쁘고 멋있는 머리를 해 주어도 고객과 소통이 되지 않는 디자이너라면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디자이너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디자인은 기본이고, 가족, 친구처럼 진심을 다해 소통하려고 하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복지가 매우 좋은 회사의 오너가 되는 게 큰 목표이다. 재미있게 웃으면서 미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회사가 여유가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여유가 있으면 섭외하기 힘든 사람들을 데려와 교육도 해 줄 수 있고, 약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쉴 땐 쉬고 먹을 때는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복지를 만들어서 함께 나누며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태그:#메이봄헤어, #지오,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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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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