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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근로자들은 6개월째 방통위 앞에서 새로운 사업자 선정 절차 진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방통위 수요집회 경기방송 근로자들은 6개월째 방통위 앞에서 새로운 사업자 선정 절차 진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서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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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유일의 종합편성 라디오방송인 99.9MHz 경기방송이 폐업한 지 9개월이 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는 사상 초유의 방송권 자진반납 사태가 발생하자 경기도민들의 청취권 보호와 근로자들의 생존권 보호를 이유로 하루 빨리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계획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경기방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겐 유난히 혹독한 겨울이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방통위는 심사 기준 점수(650점)에 미달한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경영 투명성 및 편성의 독립성 제고, 방송법 위반상태 지속, 대표이사의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허위 자료 제출, 편성의 독립성 문제 등의 이유로 재허가 거부를 고려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청권 보장, 지역 라디오의 보호라는 이유로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줬다. 다만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경영에서 배제할 것, 공개채용 등 대표이사 선임 절차 마련할 것, 재허가 이후 3개월 내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사내이사로 위촉할 것,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3개월 이내 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방통위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지난 2월 20일, 경기방송 이사회는 돌연 지상파방송허가 반납과 폐업을 결의했다. 이후 3월 16일 주주총회서 폐업이 의결됐고, 3월 30일 0시를 기점으로 99.9MHz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자리걸음, 방통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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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지만 방통위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 1일,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하는 640.50점을 받은 MBN에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SBS와 KBS2(수도권)는 지난 3일 방통위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심사평가에서 각각 641.55점과 647.13점을 받았다.

이들 방송국은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에 해당함에 따라 행정절차법상 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와 심사의견 등을 바탕으로 재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해당 방송국들이 향후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방통위가 재허가를 거부한 사례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방통위는 지난 2004년 iTV 경인방송에 대해 증자계획 미이행, 방송수익 사회환원 불이행 등의 이유로 재허가를 거부했다. 당시에도 관련 규정이 미비해 수도권 1300만 시청자들의 시청권 침해 문제와 근로자들의 고용 승계문제, 방통위 재허가 추천거부 행정소송 등 후폭풍이 뒤따랐다.

iTV 경인방송 재허가 거부 사태 이후 방통위의 재허가 거부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 2009년 12월 방통위가 서대구방송에 대해 재허가를 거부한 사례도 있지만, 법원은 방통위의 재허가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대구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는 재허가 거부 사태의 부작용들을 다시 한 번 겪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방통위는 자의든 타의든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의결한 경기방송이 두 달 만에 자진폐업을 하면서 16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방송 일부 근로자들은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상 초유의 방송국 자진폐업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은 "2019년 12월, 경기방송이 편성독립성, 방송법 위반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조건부 재허가 승인이 아닌 재허가 취소라는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방통위가 재허가를 취소할 경우 해당 방송사는 1년 동안 방송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할 수 있다. 방통위가 당시 경기방송에 대한 재허가를 취소했다면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대량 실직 사태와 경기도민들의 청취권 침해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2020년 사상 초유의 경기방송 자진 폐업 사태 이후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매년 수십억 원의 꾸준한 흑자를 내며 사랑받던 수도권 지상파 라디오 방송이 방송권을 자진 반납했을 때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경기방송에 근무했던 PD와 기자, 기술직군 근로자들은 무급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며 99.9MHz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송사업 폐지 절차, 청취권 보호 대책 마련 등 법 개정만이 제2, 제3의 경기방송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태그:#경기방송, #99.9, #방통위, #폐업, #정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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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MHz 경기방송 사회부 기자입니다. 사상 초유의 방송사 자진 폐업 사태에도 좌절하지 않고 99.9MHz를 도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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