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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모임은 줄고 혼자 갖는 시간이 많아져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 혼란스럽지만, 이런 점은 괜찮은 변화 같아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을 되돌려 주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방역을 하면서 일상에 많은 제약이 생겼지만,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공동체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코로나 이전 우리의 일상에서는 '회식', '지인 모임' 등 공동체 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음식을 한 그릇에 나눠 먹는 '찌개 문화'와 '회식 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 주위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가족주의적 집단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개인화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권기창 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 개인화로 변하면서 모든 것이 나쁘게 변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라며 사람들이 개인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하고, 공동체 중심 사회에서 점차 개인주의 사회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적응하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며 "개인주의로 가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10중 7명은 코로나19로 바뀐 직장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직장인 19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장 생활 변화'를 조사한 결과, 66.5%가 '긍정적'이라고 밝혀 '부정적'(33.5%)이라는 답변보다 두 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중 7명은 코로나19로 바뀐 직장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직장인 19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장 생활 변화"를 조사한 결과, 66.5%가 "긍정적"이라고 밝혀 "부정적"(33.5%)이라는 답변보다 두 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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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9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장 생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66.5%)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긍정적인 이유로 '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54.8%, 복수응답)',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서(45.6%)', '신체적 건강 관리에 도움이 돼서(22.5%)', '업무 성과와 효율성이 향상돼서(22%)', '심한 사내 정치 등 악습이 없어져서(12.8%)', '조직에 혁신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돼서(8.2%) 등을 꼽았다.

직장인 한도희씨는 "사장님이 다 같이 회식하는 것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꼭 회식을 했다"며 "회식에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코로나19 이후 회식을 한 적이 거의 없어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일상의 여유

그동안 직장인들은 여유가 없고, 먹고살기 바빠서 취미 생활을 못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시행으로 여가가 생겼다.

지난 3월,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가 88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직장인의 57.6%가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자 직장인들의 생활문화도 바뀌었다. 직장인의 89.7%는 재택근무로 증가된 여가에 '취미생활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시간이 많이 생겨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 했던 것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한도희씨는 "그동안 미뤄뒀던 독일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며 "온라인 강의가 잘 되어있어 집에서 부담 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으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손바느질로 천마스크를 직접 만들다 보니 바느질에도 취미가 생겨서 가방과 파우치를 소소하게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면을 찾아주었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취미 플랫폼 사이트의 지난달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신한카드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취미 플랫폼 사이트의 지난달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 신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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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신한카드가 분석한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미 플랫폼 사이트(온라인 3곳·오프라인 4곳·소셜 모임 3곳)의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이처럼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홈테인먼트(Home+Entertainment)'족이라고 한다. 대학생 윤지현씨는 "요즘 베이킹을 자주 한다"며 "시간이 많아 여러 가지 요리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어진 개인화 현상 속에서 각자의 출구를 찾아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화위복으로 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문가들은 개인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권기창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래왔지만, 코로나19가 개인주의 중심 문화의 기폭제가 됐다"며 "앞으로 개인주의 사회는 지속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권준수 서울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감염병 학자들은 사스, 메르스처럼 10년 단위로 세계적 대공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앞으로는 더 짧은 주기로 다른 바이러스로 대공황이 올 수 있어 개인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져 개인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읽으며 슬로우 라이프를 살 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더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은 심리상담 넬리파크 대표는 "내가 나 자체를 마주하는 시간이 처음에는 공허하고 외롭지만, 진짜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갈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가 나랑 가장 친해져야 남이랑 있어도 외롭지 않고, 없어도 외롭지 않다"며 "나만의 트라우마, 콤플렉스를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물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버킷리스트처럼 적어보며 부지런한 집순이가 되어 하나씩 해나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코로나, #개인화, #홈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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