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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독립문역 우측으로 인왕산, 북악산이 자리하며 그 품속에 경복궁을 감싸 안고 있다. 왼편에 있는 안산은 조선시대에 황해도와 평안도의 상황을 봉홧불로 받아 조정에 전달하는 마지막 전령이었다. 안산과 인왕산 사이의 고갯길을 무악재라 하는데 범과 도적이 출몰하여 10명 이상이 모여야만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서풍 때문일까? 지금도 무악재를 지나 보면 알겠지만,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안산의 지리적 위치는 경복궁을 보호하는 별동대 같은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이는 남산과 엇비슷하여 300m가 채 안 되고, 면적은 절반만 하다. 이 안산 둘레를 잘 정비하여 산책로를 만들었으니 '안산자락길'이라고 한다. 길이 험하지 않고 겨우 7km 남짓한 둘레길이라서 온 가족이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다. 

다섯 번째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는 안산 주변 탐방이다. 산자락을 따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곳곳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필자와 같은 길맹을 위해서 간략한 지도를 만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하여 봉수대에 올랐다가 연대-이대로 나오는 산책길
▲ 안산자락길 산보 코스 독립문역에서 출발하여 봉수대에 올랐다가 연대-이대로 나오는 산책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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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역에서 시작하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람하고 정상인 봉수대에 올랐다가 고은초등학교 방면에서 황금 고릴라를 구경하고, 홍제천인공폭포 방면으로 하산하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코로나19로 사전 예약해야 입장 가능)을 둘러본다.

뒤를 이어 연대 무악학사의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언더우드가(家)기념관에서 잠시 쉬었다가 봉원사를 살펴보고 이화여대를 관통하여 2호선 이대역으로 나오는 코스를 잡는다. (독립문역~서대문형무소역사관~봉수대~고릴라바위~홍제천인공폭포~서대문자연사박물관~연세대~봉원사~이화여대).

서대문독립공원 내의 독립문은 서재필의 주도로 세워졌는데, 프랑스의 개선문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물이다. 간단한 내력을 보자면, 조선 시대 때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의 서대문(돈의문) 근처에 영은문과 모화관을 세운다. 그 뜻은 차이나(華)를 흠모한다는 사대주의 발상이다. 이에 독립협회가 나서서 두 건물을 허물고 독립문을 건립한다. 

이후 불행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이 일대를 서대문독립공원으로 꾸몄으며 이 안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손병희, 한용운 등 3천여 명의 독립운동가를 가뒀던 치욕의 장소다. 해방되고 나서도 군사독재정권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옥고를 치렀다.
 
저 앞쪽의 봉긋 솟은 산이 인왕산이다.
▲ 독립문역에서 바라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경 저 앞쪽의 봉긋 솟은 산이 인왕산이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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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옮겨 산책로를 따라 안산으로 올라가 보자. 깨끗한 화장실이 곳곳에 있으며 약수터와 정자, 쉼터도 여러군데다. 운동 시설과 북카페 등 주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지루하다 싶으면 데크길이 나오고 쉬엄쉬엄 걷다 보면 전망대를 거쳐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산마루 봉화터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져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북향으로 불광동을 넘어 북한산이 우뚝 서 있고 바로 앞에 마주하는 인왕산을 내려다보면서 우측에는 남산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에는 인왕산 그 너머에 경복궁이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남산이 보인다.
▲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강북의 풍광 좌측에는 인왕산 그 너머에 경복궁이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남산이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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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고릴라가 돈의문을 지킨다

봉수대를 뒤로하고 홍제동 고은초등학교 방면으로 걸음을 옮기면, 삼거리 갈림길에서 수문장 고릴라가 돈의문을 지킨다. 앞에서 보면 흔한 바위지만 옆에서 관찰하면 긴 팔을 땅에 늘어뜨리고 서대문을 지키고 있는 형상이다. 해가 낮게 깔리는 오후 시간대에 노을빛 사광을 받으면 고릴라의 이두박근이 더욱 두드러진다. 황금 고릴라는 이렇게 땅을 짚고 당당하게 서풍을 막고 있다.

그간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지났지만 아무도 이 암석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진가의 예리한 눈빛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는다.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평범함에서 아름다움을 캐치해 내는 것이 사진가의 역할 중 하나다. 
 
서풍을 막아 경복궁을 보호하는 별동대 같은 암석 고릴라.
▲ 돈의문을 지키는 황금 고릴라 서풍을 막아 경복궁을 보호하는 별동대 같은 암석 고릴라.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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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따라 진행하면 박두진 시비를 거쳐서 너와지붕 물레방아를 재현해 놓은 홍제천 인공폭포가 나온다. 이 일대가 벚꽃이 많이 식재되어 있어 봄철이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계속해서 서대문구청을 끼고 남향하다 좌측 언덕길 위를 보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 조형물과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바로 앞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구청과 이웃하고 있다.
▲ 홍제천인공폭포의 일몰 바로 앞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구청과 이웃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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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와 쉼터가 있어 온가족이 나들이 하기 좋은 곳.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앞의 공룡 조형물 어린이 놀이터와 쉼터가 있어 온가족이 나들이 하기 좋은 곳.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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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한 정거장 정도 발걸음을 옮기다가 왼편의 서대문소방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연대 후문이 나온다. 이곳이 무악학사인데, 안산 쪽으로 심어진 메타세콰이어길이 포토제닉 포인트다. 겨우 백 여미터에 불과하지만, 인증사진을 찍기에는 충분하다. 

참고로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고종 황제 때 기원하여 서방 선교사의 주도하에 발전하였다. 건물들이 옛스러워 마치 18세기 유럽의 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캠퍼스 한쪽에는 설립자인 언더우드(H.G. Underwood) 가족들이 살던 집이 있는데, 이를 기리기 위하여 박물관을 세우고 언더우드가(家)기념관으로 조성했다. 
 
겨우 1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멋진 사진 포인트가 된다.
▲ 연대 후문, 무학학사 앞의 메타세콰이어길 겨우 1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멋진 사진 포인트가 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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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는 열지 않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12월 9일까지 잠정 휴관이므로, 사전 확인을 바란다.  또한 교내 한복판에 있는 노천극장 뒤편 언덕에는 전파천문대가 있다. 거대한 전파망원경의 위용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온 김에 잠깐 둘러봐도 좋으리라. 
     
다시 안산 방향으로 걷다 보면 시나브로 봉원사에 다다른다. 우리나라 사찰 중 대부분이 조계종 산하이나, 봉원사는 태고종의 총본산이다. 동국대학교 <법보신문>에 따르면, 전통사찰의 약 80%가 조계종이며 태고종은 10% 내외다. 

봉원사는 그 연원이 신라시대 진성여왕 때까지 올라가는 오래된 사찰이다. 도선국사가 처음 지었으며 고려 공민왕 때 보우 스님이 중창하였으나, 선조 때 불타 소실되고 서기 1748년 영조가 봉원사라 친필을 써서 현액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태고종의 본산답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산재가 이름나 있다. 매년 6월 6일에 행해져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서풍 바이러스가 소멸되면 영산재 의식을 볼 수 있을 터이다.
 
진선미관과 함께 옛스러운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 이대의 전통 한옥인 아령당의 단풍 진선미관과 함께 옛스러운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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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원사를 나와 남쪽 아현동 방면으로 진행하면 우측에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건물이 연대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특히 진선미관은 단풍과 함께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그 옆의 전통 한옥인 아령당도 눈길을 끄는 곳이다. 볕 좋은 가을날, 외국 관광객이 드나들 때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던 곳이었다. 휘휘 둘러서 정문으로 나오면 이번 산보의 종착지인 2호선 이대역이다.

태그:#서울 산책, #서울 여행, #안산자락길, #고릴라 바위,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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