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와 KT가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4일 롯데는 소속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KT로 내주고 KT는 투수 최건과 2022년 시즌 신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꾸는 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지난해 8월 KBO 이사회 결정으로 허용된 지명권 트레이드의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그동안은 신인 선수 지명권은 거래가 불가능했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타 종목처럼 선수 트레이드와 동일하게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번 결정에서 KT는 즉시 전력 확보, 롯데는 미래 전력 보강에 역점을 둔 모양새다.  

올해 롯데에서 자리 잃은 신본기

올시즌 들어 각각 부진을 겪긴 했지만 신본기와 박시영은 오랜 기간 롯데 1군을 지키면서 큰 몫을 담당해준 선수들이었다. 특히 신본기는 지난 2018년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 맡아주며 타율 0,294 (규정타석), 11개의 홈런 , OPS 0.799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수 불안을 겪은 나머지 팀은 외국인 유격수 마차도를 영입했고 FA 안치홍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그의 입지는 상당부분 축소되었다.  

3루 자리는 거포 유망주 한동희가 등장했고 시즌 중반들어선 오윤석이 안치홍을 밀어내고 주전 2루수로 등장할 만큼 롯데의 내야진은 예년 대비 두터운 진용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또다른 기대주 배성근, 중견수와 1루 백업이 가능한 정훈도 있다보니 불과 2년 전 유격수와 3루 주전이었던 신본기의 자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내야 자원 필요한 KT

반면 KT로선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야 백업을 확보하기 위해 병역 의무 이행중인 유망주 투수를 과감히 내놓았다. 올해 1루 강백호와 3루 황재균은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주력타자로 확실하게 인정받았지만 유격수와 2루 쪽은 시즌을 치르면서 약점을 드러냈다.  

심우준은 안정된 수비로 유격수를 맡아줬지만 군미필 상태인 데다 규정 타석 채운 KBO 53명 중 타율 52위 (0.235)를 기록할 만큼 빈약한 타격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참 2루수 박경수는 지난해 부진을 씻고 두자릿수 홈런에 타율 0.281로 부활에 성공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2루 자리를 자주 비우는 어려움을 겪었다. KT 입단 6시즌만에 처음으로 400타석 미만 출장에 그친 것도 이에 기인한다.   

기존 백업 내야수 박승욱은 2루에 특화되어 유격수, 3루를 맡아주긴 쉽지 않은 데다 강민국은 빈약한 타격이 걸림돌이다. 장타력을 지닌 1-3루 백업 문상철은 정확성 및 수비 불안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를 감안하면 1루를 제외한 내야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1989년생 1군 경험 많은 내야수의 영입은 당장 KT로선 내년 시즌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올시즌 ERA 8.01로 부진을 겪었지만 투수 박시영 역시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는 투수다. 좌타자 피안타율 0.181, 우타자 피안타율 0.389이 말해주듯 오른손 투수지만 좌타자에 유독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왼손투수 조현우 외엔 변변한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가 부족한 KT로선 활용가치가 높은 불펜 자원을 얻은 셈이다. 또한 이보근-유원상-전유수 등 1986년생 노장 트리오 투수들로 구원진을 꾸려 재미를 봤던 올해의 사례를 감안하면 1989년생 박시영 역시 적절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인 지명권 첫 교환 성사

한편 이 과정에서 1군 자원을 얻기 위해 KT는 유망주 투수 최건(1999년생)과 신인 지명권을 동시에 내주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2018년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최건은 1군 경험은 3경기에 불과하지만 2군 퓨쳐스리그에서 꾸준히 불펜으로 활약했고 입대 전인 지난해엔 ERA 1.73과 6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지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밀려 최종 3위로 마감한 KT로선 내년 시즌 우승 도전을 위해 유망주 카드 2장을 동시에 롯데에 내주면서 전력 보강에 임하게 되었다.  

반대로 롯데는 팀내 경쟁에서 밀려난 경력자들을 타 팀에 트레이드 했지만 2022년 이후를 기약하는 미래 대비 전략을 앞세웠다. 당장 가을 야구 재패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연일 FA선수들의 이적 여부가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롯데와 KT의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이뤄진 트레이드는 내년 이후 KBO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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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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