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온다> 포스터

<그날이 온다>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날이 온다>는 크리스토퍼 모리스 감독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영화다. 그는 미국 법무 장관이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도발한 단체에 대해 체포 명령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인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9.11 테러보다 더 큰 테러사건이 될 수 있었다는 발표를 접한 그는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2년의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돈을 목적으로 한 촌극임을 알게 된다.
 
FBI 정보원이 5만 달러를 줄 테니 미국을 공격하라는 제안을 했고, 제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범인들이 이를 받아들이며 재판 끝에 투옥된다. 그들은 어떤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비슷한 사례를 조사하던 감독은 이런 계획수사가 다수 있었음을 발견한다. 정보기관의 주도 하에 한 개인은 범죄자가 되어 감옥을 향한다. 이 경우 유죄 판결율은 98%에 달하며, 평균 25년 형이 선고가 된다.
  
 <그날이 온다> 스틸컷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영화의 주인공 모세는 '스타 오브 식스'라는 단체를 만들어 혁명을 준비한다. 허나 그의 혁명은 국가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만큼 허술하다. 비폭력주의자인 그는 혁명에 있어 돈을 벌 수 있는 총과 마약은 불경한 것이라며 금지한다. 일원들은 오리걸음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장난감 석궁을 무기로 삼는다. 일원이라고 해봐야 교주 모세와 친구 세 명, 모세의 아내와 딸이 전부다. 그래서 단체명에 숫자 6이 들어간다.
 
돈을 벌 방도가 없으니 모세는 가난하다.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려고 해도 금리가 뭔지도 모를 만큼 경제관념이 없다. 빚은 많아도 영혼은 부유하다는 그는 월세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모세를 발견한 건 FBI 수사관 켄드라다. 실적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던 켄드라는 모세가 연설하는 유튜브 영상을 상부에 보여주며 그를 위험인물이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라 말한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FBI의 기획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준다. FBI는 모세 같은 종교에 심취하거나 과감한 사상을 지닌 엉터리 혁명가들을 찾는다. 이들은 대부분이 돈도 힘도 없어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다. FBI는 정보원을 이용해 이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쥐어준다. 자금은 곧 회수할 것이고, 무기는 엉터리다. 정보원에 의해 폭탄을 받은 남자는 터지지도 않을 폭탄을 누르는 문제로 고민한다. 중간책의 꾀임에 결국 그는 버튼을 누른다.
  
 <그날이 온다> 스틸컷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남자는 체포를 당한다. 실제 폭탄을 터뜨린 건 아니지만 터뜨린 것과 같기에 테러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런 기획수사의 대상이 이번에는 모세가 된다. 작품은 모세의 엉뚱한 면모와 FBI의 허술한 수사로 웃음을 자아낸다. 말을 타고 다니며,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복장으로 혁명가인 척하는 모세의 모습은 허세가 가득하다. 막상 이 허세는 극단적 종교주의를 믿으나 아랍어는 한 마디도 못하는 어색한 모습을 보여준다.
 
캐서린, 앤디, 스티브 등의 FBI 요원들은 보는 내내 저렇게 허술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요상한 작전을 펼친다. 캐서린은 극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키려다 일을 크게 만들고, 앤디는 수습할 생각도 없다. 심지어 경찰에 정부까지 가세하며 모양새는 점점 이상해져 간다. 애초에 모세에게 돈이고 무기고 제공하려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임에도 작전은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날이 온다> 스틸컷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작품의 색깔은 블랙코미디다. 웃음 속에 풍자와 비극을 담아낸다. 풍자의 측면은 톰 크루즈 주연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코믹하게 변주한 듯하다. 미래를 알아내 예비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이 영화의 소재처럼, 모세를 비롯한 이들은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저지르도록 계획을 당한다. 그 덫에 빠지는 과정은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헌신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이를 침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의 움직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인은 없다. 영화의 웃음이 씁쓸한 건 관객들의 머리에 불현 듯 스치는 모세의 결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군부 독재정권 시절 간첩조작 사건이 있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을 생각할 때 이 위협은 언제든 다시 개인을 향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인권을 침해했다.
 
영화의 제목인 '그날이 온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모세가 꿈꾸는 혁명의 날이지만, 주제의 측면에서 보자면 모든 개인이 자유와 존엄성을 존재 받는 날이 오게 될 것이란 의미를 지닌다. 인종, 종교, 성별에 상관없이 감시와 편견에서 모든 개인이 벗어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는 염원은 블랙코미디의 색과는 다른 메시지를 통해 독자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그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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