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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내 생애 첫 사법감시 - 판결문 읽기> 강좌를 통해 올 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주요 판결문을 직접 소리내어 읽습니다. 이와 함께 법은 법률가들만의 영역이라는 전문가주의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이 직접 각자의 시각에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좌의 두 번째 시간은 무려 다섯 번의 재판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게 된, 성소수자 박해 위협을 호소한 우간다 여성 난민 인정 판결을 다뤘습니다.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이 나눈 생각과 의견을 토대로 김민주씨가 판결의 의의를 비평했습니다.[기자말]
2014년 어학연수 자격으로 입국한 A씨는 같은 해 5월 성소수자 박해 위협을 호소하며 난민인정 신청을 냈고 서울출입국관리소의 난민 불인정 처분, 법무부에 제출한 이의신청 기각 처분을 받으며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1심 원고 :패소-난민 불인정
항소심: 원고 승소-난민 인정 
대법원: 원고 패소-난민 불인정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원고 승소-난민 인정
대법원: 원고 승소-난민 인정
 
우리는 삶의 많은 영역에서 '투쟁'하며 살아간다. 사회가 만든 위계질서에서 높은 위치를 점하지 못한 자는 스스로를 증명하며 권리보호를 위한 노동을 이어나간다. 이는 입헌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국민성을 담보받은 자에 한하며,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서사를 가진 '난민'은 이러한 '권리투쟁을 위한 난민인정투쟁'이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우리가 이번에 살펴본 판결문은 우간다 성소수자 난민인정 판결인 '대법원 2017두51020'과 '고등법원 2018누30022'이다. 대법원은 난민불인정판결을, 환송판결인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며 원고의 난민지위를 인정했다.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문을 함께 읽으며 공감했던 '사법의 책무성' 초점을 맞춰 토론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나눈 의견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대법원의 수동태와 고등법원의 능동태

대법원은 박해를 받을 우려와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성은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2016두 56080'판결을 인용하며,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요소로 원고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결여된다는 데 방점을 둔다.

난민면접조사와 제1심 판결 진술에서 특정 사회집단에 속하는 양성애자로서 성정체성을 인지한 후 첫 관계를 가진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점, 출신국의 경찰에게 체포되어 구금되었을 당시 경찰이 원고에게 가한 고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점, 나아가 체포 당시 공권력에 의한 성폭행을 난민면접 당시 경찰에 진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재판부는 원고가 우간다 정부 등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서술한다.

대법원이 지엽적 사실관계에 매몰되어 있는 점에 주목하는 반면 고등법원은 대법원이 지적한 진술의 비일관성이 다양한 보고서와 통계를 들어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관계 전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수강생 다수는 고등법원이 인용한 다양한 근거와 같이 폭력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억눌렀던 절대적인 힘이 작용한 상황을 서술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피해사실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 삶이 놓인 맥락을 능동적으로 읽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난민의 중층적인 서사 읽어낼 수 있는 법관의 책무성 필요

필자는 이번 판결을 읽으며 사회적 약자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자기증명이 모욕적이고, 개인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과거의 기억을 진술하는 부분에서 법이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러한 지점에서 성소수자와 같이 외부요인이 아닌 개인의 문제가 박해와 공포가 되어 난민화된 원고와 같은 이들의 판결에 있어 난민인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진술일지라도, 이 진술이 개인의 사적영역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약자가 원고인 기존의 판결에서 사법부는 남성중심, 정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설정된 '난민다움', '피해자다움'에 부합하는 이들의 삶을 선별하고 있다.

대부분 선별되지 못한 삶들은 자신을 보호해야 할 권리를 얻지 못해 박해받을 공포에서 멀리 떠나온 곳에서 또 다른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두고 한 수강생은 법원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가공된 '난민다움'에 부합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과 더불어, 판결에 있어 법관의 신념이나 과거 판결을 분석하는 '사법행태주의'적 입장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관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 경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관이 많아진다고 해서 판결의 사회적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지만, 다양한 시각의 갈등을 통해 최선의 판결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혐오와 차별을 배제한 판결을 내릴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토론 전체를 관통했던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능동적으로 법과 판결에 임하는 법관의 책무성이다. 기후난민과 같이 난민화되는 배경이 더 복잡해지면서 국경을 두고도 난민수용과 관련해 더 넓은 영역에서의 고민도 함께 요구된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난민의 권리를 위한 법관의 부지런한 노동이 난민 스스로 권리를 되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투쟁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참여연대 블로그와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블로그에 중복게재되었습니다. 필자 김민주 씨는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입니다.


태그:#난민, #성소수자, #박해, #판결비평, #시민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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