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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육아서도 읽어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육아 상황을 나름 그려도 봤다.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실제로 엄마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산후우울증이란 그 흔한 이야기가 나에게는 우울함과 나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춘기 증상으로 나타났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틈으로 새어나오는 우울함과 답답함은 그 감정을 느끼는 순간, 며칠 동안 이어지기를 무한반복했다. 기분 좋음과 나쁨. 순식간에 감정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춘기도 없이 지낸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이제 뭘 하고 살까? 내가 뭘 잘하지? 뭘 좋아하지?" 나에 대한 물음표가 졸졸 나를 따라다녔다. 24시간 아이에게 내어준 나의 시간과 체력 안에서 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물음표를 밀어내기 바빴고, 그저 탈출이 하고 싶었다.

엄마가 되고나서부터 꾸준히 읽고 있던 육아서에서 에세이, 자기계발서로 자연스럽게 분야가 바뀌게 되었고 진짜 독서가 시작되었다. 하루 중에 유일하게 내가 사람을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시간. 아이들이 자고나면 그 시간이 그리워 잠도 줄이고 책을 마주했다.

산후우울증, 책이 탈출구가 되었다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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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생긴 그 우울함과 답답함은 하루 안에서 나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일어난 목마름이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책을 읽지도 않던 사람이 숨이 턱 끝까지 차고서야 무엇이든 살 길을 찾듯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건 그 시간만이라도 나를 위해서 제대로 채우고 싶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의 감정은 안정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았고 나도 무언가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느껴졌다. 저자들이 육아를 겪어내고 초보엄마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공감을 넘어선 위로였다.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육아맘에게는 유일하게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왜 하필 책이었을까? 내가 뜬금없이 책에 꽂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책은 많은 장점이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선택지도 다양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내가 책상에 앉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육아맘에게는 딱이었다.

책을 읽는 것은 이제 생활이 되었지만 책을 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출판사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처음 글을 써보는 것이기에 긴 시간이 걸렸고 포기할 순간들이 많았지만 결국 책이 나왔다.

이 책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는 엄마가 되고 나서, 나도 빛나고 싶은 그 감정, 책을 읽으며 만난 문장들, 마지막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 끝에 직접 읽고 권하는 100권의 책 리스트까지. 나의 몇 년간의 육아이야기, 독서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책이 탈출구였고 지금은 나를 빛나게 하는 도구가 되었듯이 모든 엄마들에게도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간을 했다. 내가 책에서 잘하고 있다, 잘살고 있다고 위로를 받았듯이 내 책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위로가 필요한 모든 순간 곁을 지켜준 문장들

우혜진 (지은이), SISO(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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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엄마에서 작가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쉽지않은 엄마노릇에서 나로 시선을 돌렸고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엄마들이 자유롭게 꿈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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