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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상주로서 맞이하게 되는 장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전히 가부장제가 공고한,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장례업계의 민낯부터 부고문자를 어떻게 보냈는지, 장례 이후의 사무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상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애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안녕 아빠>는 장례와 애도에 대한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 무연고자 장례지원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 페이스북@goodnanum 

대개의 일은 반복하면 익숙 내지 능숙해진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자는 장인이나 달인의 칭호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에 장인 혹은 달인이 있을까?
 
 안녕 아빠 -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안녕 아빠 -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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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방끈'이 길어져도 사회생활 연차가 쌓여도,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 앞에서는 누구나 '초짜'가 될 수밖에 없다. 아빠의 장례를 통해 이러한 내 모습과 직면하며, 나와 같이 당혹스러울 '예비 이별 초보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아빠가 돌아가실 즈음부터 하나하나 기록을 남겨두었다.

'답습되어 오는 장례 문화는 과연 정당한가? ... 장례를 '나'도 준비하고 '남을 이'도 준비하는, 좀 더 의미 중심적 식式이 될 순 없을까⎯를 제안하는 책 ... 슬픔을 겪은 자의 용기 있는 메시지들. 여운이 가시지 않는, 장례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 - 이OO님 페이스북

2018년 6월, 아빠가 돌아가셨다. 평생을 병증과 함께 살아오며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긴 분이기에, 그 누구보다 차근차근 진지하게 대비하셨을 법도 한데 웬걸. 유언은커녕 아무런 준비도 없이 훌쩍 가버리셨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경황없이 아빠를 보내드려야 했다.

이런 때 '유가족을 위한 장례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초보 상주는 장례라는 생경한 '업무'를 실수 없이 처리하려 애쓰느라 긴장의 연속일 뿐 아빠를 애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정서적 이별에 앞서, 절차적 이별부터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전통'이라는 이름은 강고했다. 혹여 고인에게 누가 될까 봐, 장례 과정에서 불거진 불편함·부당함·부조리에 직면해도 '다들 그렇다'는 말씀을 숨죽이며 따라야 했다.

그럼,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떠나는 사람도 남겨질(혹은 남겨진) 사람도 후회와 괴로움을 덜 수 있을까? 아빠의 영면은 내게 무겁고 생소한 과제를 무더기로 안겨주었다.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허둥지둥 해결해나가며,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누군가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일기처럼 적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아버지의 입원, 임종, 장례를 맏딸로서 치렀던 경험을 소재로 가족의 죽음과 삶,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는 듯 읽었다 ... 나와는 무관한 일 같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가까이 있는 일상 '죽음과 장례' 이야기를 무섭지 않게 눈을 초롱초롱 뜨고 끝까지 읽게 해주는 따뜻한 일기장 같은 책 ... 이 일기장은 우리나라 장례 문화를 에스노그래픽ethnographic하게 기술한 장례사회학의 명품 저술로 보인다. - 이OO님 페이스북)

아빠의 영면이라는 한 사건을 통해, '잘 사는 법'만큼 '잘 죽는 법'도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다. 당사자가 이성이 작동할 때 영정사진 준비, 장례·매장 방법과 유산 분배 외에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등을 해두어야 하며, 유언장을 통해 남을 가족과 소통하며 갈등을 털고 이별을 맞이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함께 준비해야 가족 구성원의 죽음 이후, 남은 자들이 건강하게 애도하며 일상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군가를 보내고 나면 다양한 결의 죄책감을 스스로 떠안기에, 떠나는 자의 준비 또한 다양한 결로 궁리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좋은 이별'에 대한 고민을 떠날 이도 남을 이도 함께 해야 한다.

뒷꼭지가 예쁜 삶을 꿈꾸며
  
 독자들의 예쁜 뒷꼭지
 독자들의 예쁜 뒷꼭지
ⓒ 남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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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겪지 않은 경험을 공감할 수 있을까, 슬프고 싶지 않은데' 하며 책을 펼쳤다. (작가의)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이별(good-bye)'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족·여성·사람 이야기가 담담히 흐른다. 그 속에서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엿본다. 아버지·가족·그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안녕(hello)'. - 최OO님 페이스북

우리말 '안녕'은 누군가를 맞이할 때 사용하는 인사말 'hello'와 보낼 때의 인사말 'good-bye', 상반된 이 두 개의 의미를 포괄한다. 생전에 살가운 딸이 아니었던 나는 늦게나마 이 책을 통해 아빠에게 '안녕'을 고하며 작별 인사를 하려 한다.

그리고 미움을 털어낸 후 아빠에게 '안녕' 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려 한다. '사람은 뒷꼭지가 예뻐야 한다'는 대학 은사님의 말씀처럼, 처음 만날 때의 얼굴만큼 헤어질 때의 뒷모습 또한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한다면 오늘 우리의 선택이 당연히 달라질 것이고 행동 또한 달라질 것이다. 매일 죽음에 대해 조금씩 초연해지고 그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삶이 어디 있을까 싶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통해 또 다른 건강한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예행연습을 잘 치른 느낌이다.' - 윤OO님 페이스북

아빠의 준비 없는 마무리를 보고 겪으며, 그럼 나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남을 이들이 덜 고통 받을지,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전혀 준비하지 못한 엄마의 장례를 어떻게든 치렀다. 그리고 형식적 장례의 아쉬움에 나를 괴롭히면서 살았다. 나는 아직 떠나보내지 않았다. 책을 덮으니 이제 용기가 생긴다. 나도 글쓰기를 해야겠다. 어느 순간부터 뒤죽박죽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 네이버 블로거 빨간OOO

'이 책을 왜 쓰셨어요?'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상대에 따라 몇 가지 답으로 돌려막기를 하는데, 대체로는 이렇게 답한다. '죽을 것 같아서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는 섣불리 마음을 풀어놓았다가는 슬픔이나 죄책감에 포획되어 무너질 것 같았다. 감정을 마비시키니 마음도 머리도 꽉 막히고, 우울증세로 몸마저 힘들었다.

아빠를 회고하기 시작하며, 멈춤 상태였던 눈물이 마구 쏟아졌고, 내 몸 안에 피가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어떠한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더니, 이 원고는 술술 풀려나왔다. '치유의 글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경험했다. 결국 글을 쓰며 나는 그제서야 애도를 시작한 것이다.

아빠를 러닝메이트 삼아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더불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주장도 그러하지만 나의 경험에 의해서도, 건강한 애도는 남의 자들이 삶을 더욱 알차게 일궈나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책이 이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정도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정적인 만남이기는 했으나, 책과 저자에게 공감해주는 분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왔다. 책의 판매부수와 연결된 독자가 아닌, 실존하는 독자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을 발견했다거나, 마음의 힘을 얻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시절의 자신과 화해했다는 독자에게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이는 책이 내게 준, 전혀 기대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이렇게 아빠는 마지막 선물을 남겨주셨고, 나 또한 아빠께 마지막 선물을 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보다 덜 눈물 흘리며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아빠'라고.
 
 독자들의 예쁜 뒷꼭지
 독자들의 예쁜 뒷꼭지
ⓒ 구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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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오채원 (지은이), 학고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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