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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애들 하루에 게임 얼마나 해?"
"말도마~ 아주 게임때문에 큰일이야."
"우리 OO이는 게임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
"시간 약속 정해 놓으면 뭐해. 매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뭐 방법 없나?"
"다 같이 안 하면 모를까. 우리 애만 안 하는 게 어디 쉬워?"


이 집 저 집 다 온라인 게임 때문에 난리다. 아이들은 조금 더 하려고 애쓰고, 어른들은 조금 더 못하게 하려고 애쓴다. 급기야 한 아이가 게임 때문에 오랫동안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이 나면서 게임은 더욱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맞벌이 부부라서 집에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평소에 제 할 일을 알아서 잘 해오던 아이였다. 아이 말처럼 꼬박꼬박 숙제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정답지를 보고 답을 다 베껴 써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야 할 시간에 게임에 빠져 게임을 해왔던 것이다.

아이를 믿고 있던 부모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큰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현실은 그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험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집에선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큰 아이가 어릴 때도 했던 고민을 작은 아이 때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니 답답할 뿐이다. 심지어 그 시절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는 코로나로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며 아이들이 게임에 노출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주로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 컴퓨터나 핸드폰이 필수품이 되었고, 수업을 마친 후 게임에 접속하기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엄마나 아빠가 집에 있는 경우엔 관리가 가능한데 맞벌이 부부인 경우는 관리하는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온라인 수업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사실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에 빠지는 것은 '놀이문화'의 부재도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 즐길 수 있는 놀이나 공간이 점점 더 부족해 지고 있고, 수많은 학원 때문에 함께 놀 수 있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 어른들 역시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함께 해주고 싶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거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꼭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는데, 5년째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는 모임도 그 중 하나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마음 맞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등록한 자연학교. 고작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지만 아이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매우 즐거워한다.
 
나무로 만든 <진입금지>. 방에 들어올때는 반드시 허락을 구하라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이름표 나무로 만든 <진입금지>. 방에 들어올때는 반드시 허락을 구하라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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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있는 날이면 끝나고 집에 와서 숲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숨가쁘게 전하며 한참을 떠들었다.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곤충들 이야기를 해 줄 때에는 마음이 아프다며 진심으로 슬퍼하기도 했다. 가끔은 솔방울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등, 자연 속 재료들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오기도 했는데 제법 근사했다.  
 
솔방울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 솔방울트리 솔방울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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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교가 없는 주말에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가보면 아이들은 숲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을 엄마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 조잘조잘 이야기가 끝이 없다. 봄이면 개구리 알이 부화해서 올챙이로 태어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려고 매 주마다 함께 동네 공원을 찾기도 했고, 우연치 않게 번데기에서 나비로 탈피하는 과정을 목격하고는 함께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노래 속에서만 듣던 계수나무도 아이들을 통해 배웠고, 칠엽수 열매가 도토리처럼 생겼다는 것도 아이들 때문에 알았다. 애기똥풀로 손톱을 노랗게 물들여 준 것도 아이들이고, 제비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끼워 준 것도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 함께 있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 숲에 머무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온라인 게임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손바닥에 새 모이를 올려놓고 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 새를 기다리는 아이들 손바닥에 새 모이를 올려놓고 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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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자연학교 1년의 과정을 마치는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올해는 어떤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바닥에 새가 날아와서 내 손에 있던 모이를 먹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대답을 했다. 사진을 보니 손바닥에 모이를 두고 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인다. 제발 내 손에도 날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새가 날아왔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아이는 모든 살아있은 생명은 구분 없이 귀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숲에 있는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원래' 알고 있었지만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한껏 잘난 척을 하면서 말이다.

내년이면 벌써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계속 이 모임을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 사이에 먼 곳으로 이사를 간 집도 있고 이제 곧 이사를 갈 집도 있으니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자연을 곁에 두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일때 가장 빛이 나는것 같습니다. 흙땅을 밟고 만지고 숲속에서 다양한 식물들 곤충들과 마주하며 즐겁다고 말합니다. 온라인 게임에 밀려 점점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기가 어려워지니 안타깝기만 하네요.


태그:#자연학교, #숲속, #게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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