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뉴 감독과 손흥민

모리뉴 감독과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은 올시즌 토트넘에서 절정의 활약을 보이면서 영국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미디어와 전문가들이 잇달아 손흥민의 기량과 가치를 분석하는 다양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월드클래스 논쟁'이 대표적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최근 공식 SNS에 '손흥민은 월드클래스인가?'라는 설문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 팬들의 반응은 '당연하지'였다. 소속팀 조제 모리뉴 감독은 언론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고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인정을 받기 위하여) 더 증명할 것은 없다. 이제 그것은 미디어의 몫"이라며 우회적으로 손흥민이 이미 월드클래스에 도달했음을 인정했다. 제이미 오하라(전 토트넘), 게리 네빌(전 맨유) 등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손흥민을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높이 평가했다.

여기서 월드클래스 논쟁은 빅클럽 이적설과의 상관관계로 이어진다. 유명 선수들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가 바로 빅클럽들의 관심이다.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인정받는 선수라면 당연히 1류 클럽들에서도 진작에 관심을 보였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이다.

그런데 손흥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정상급 활약을 보여준 선수치고는 빅클럽과 관련된 링크가 적은 편이다. 간간이 레알 마드리드나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등 유명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실체로 나타지지는 않았고 다른 유명 선수들에 비하면 이적설이 나오는 빈도 자체도 극히 적은 편이다.

토트넘은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빅6'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승권의 빅클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토트넘은 1960/61시즌을 끝으로 리그 우승 기록이 없고, 손흥민도 프로 데뷔 이후 클럽무대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이 전무하다. 우승이 개인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클래스급 선수라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는 능력도 증명해야 한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누구나 월드클래스라고 인정받는 선수들은 대부분 커리어에 굵직한 우승트로피가 여럿 있으며, 지금도 많은 스타 선수들이 기왕이면 우승 가능성이 높은 클럽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다.

손흥민이 진정한 월드클래스라면 우승할 수 있는 클럽에 있어야(혹은 우승을 이끌어야) 하지 않나? 왜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은 손흥민의 영입에 나서지 않을까? 영국 언론들이 최근 잇달아 손흥민의 월드클래스 논쟁을 제기한 진짜 이유와 시각차가 바로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손흥민이 과연 월드클래스인가'라는 질문 속에는, 그동안 동시대의 다른 슈퍼스타들에 비교하면 손흥민이 보여준 성과와 실력보다 '저평가' 받은 게 아니냐는 전제가 깔려있다. 반면 또 한편으로는 빅클럽의 기준으로 봤을 때 손흥민이 아직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인정받지 못 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포함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이 손흥민을 집중분석한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손흥민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올린 칼럼에 따르면, 최근 손흥민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하면서, 잉글랜드의 또다른 빅클럽인 맨체스터 시티가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활약을 극찬하면서도 "전통적인 빅클럽들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나서지 않은 이유"를 다른 관점에서 분석했다. "손흥민은 때때로 이상한 골가뭄을 겪을 때가 있고, 이는 기록이 뒷받침한다. 이런 모습은 뮌헨이나 레알, 바르셀로나 같은 수준의 클럽에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손흥민이 골이 터질때는 몰아치기에도 능하지만, 안터질 때는 종종 경기력의 기복을 보이는 걸 꼬집은 것이다.

또한 칼럼은 "손흥민은 어느덧 30세에 가까워졌지만 레알, 바르샤 수준의 빅클럽에서는 아직 한 번도 뛰어보지 못했다. 만일 선수가 그 정도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였을때 얼마나 정신적으로 강한지 알기 어렵다. 그것이 최근 손흥민이 엘리트 레벨에 진정으로 도달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날카로우면서도 흥미로운 분석이다.

물론 토트넘과의 장기계약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언급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고, 토트넘은 현재 손흥민의 주급인상과 계약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협상의 달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칼럼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병역 문제 때문에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기 전까지는 진로 선택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빅빅클럽들이 진지하게 관심을 보였다고 해도 이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토트넘과의 장기계약은 손흥민에게 당시로서는 그 시점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토트넘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현실적으로 손흥민의 빅클럽행이 시기적으로 많이 늦어버린 이유다.

손흥민에 대한 자부심이 큰 한국 축구팬들의 입장에서는 영국 언론의 평가나 월드클래스 논쟁에 일비일희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손흥민이 이견의 여지없는 월드클래스로 인정받기 위하여 더 '증명'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참고사항 정도로써만 이해하면 된다.

이는 어찌보면 손흥민에 대한 기대치와 눈높이가 그 정도로 올라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유럽인들의 눈높이에서 축구 변방에 불과한 아시아 출신의 선수에게 월드클래스 여부로 논쟁 거리가 된다는 자체가, 뒤집어 말하면 그 정도로 가치를 높게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진정한 월드클래스인지 아닌지는 지금 하나의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지 분명한 사실은 손흥민은 아직 현역이며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설사 남은 현역 생활동안 빅클럽에는 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손흥민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부는 아니다. 우승과 개인 타이틀 등 손흥민이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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