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 문중원 경마기수 1주기가 다가온 가운데,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26일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하늘의 별이 된 경마기수 고 문중원 경마기수 1주기가 다가온 가운데,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26일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겪은 부조리를 고발한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1주기가 다가왔다. 지난 23일부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한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추모문화제, 마사회법 개정 워크숍, 열사묘역 참배 등의 행사를 잇따라 진행한다. 이들은 "더는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29일로 1주기 맞아... 서울·부산서 추모행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26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추모기자회견을 열고 "문 기수를 비롯한 7명의 노동자가 마사회 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죽음으로 항거했지만, 마사회는 단 한 치의 변화와 개혁의 길을 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이 기수와 말 관리사를 죽이고 있는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잘 알고 있다. 때론 비정규직으로, 특수고용직으로 세상의 노동자를 구분해 차별하는 노동악법과 공공기관 허울 뒤에 숨어서 고혈을 짜내 국민을 상대로 도박판을 벌이는 한국마사회의 적폐세력 때문이다."

이들은 준비한 성명을 발표하며 "열사가 생전에 약속했던 합의사항을 완전히 이행하는 노력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을 펼쳐가겠다"고 약속했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3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더는 못하겠다"는 그의 유서에는 경마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다단계 갑질구조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마사회 개혁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대책위를 구성한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는 거리농성을 통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99일 만에야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현장에는 부인 오은주 씨가 직접 참석해 발언했다. 오 씨는 "29일이면 남편의 1주기이지만, 공기업 마사회는 무엇이 변했느냐"며 "남편이 떠나간 뒤에도 다시 조교사, 관리사가 숨졌다"고 비판했다. 문 기수의 죽음에도 지난 7·8월 서울경마공원에서는 2명의 말 관리 노동자가 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오 씨는 "소중한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억울한 죽음이 헛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주기를 맞아 정부와 마사회 등에 목소리를 낸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의 발언 전문을 공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경마장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입니다>

"제 남편은 부산경마장에서 15년간 기수로 일을하다 온갖 부조리와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마흔 한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꽃 같은 두 아이를 남겨두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아직도 실감나지 않지만 벌써 시간이 흐르고 흘러 29일이면 남편의 1주기가 됩니다. 그동안 공기업 마사회는 무엇이 변했을까요?

남편이 떠나가고 조교사, 관리사분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에 남긴 마사대부 비리로 인해 조교사와 마사회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그 과정에 부산 조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리곤 마사회는 수사 중인 예비 조교사에게 마방 대부를 부여하고 유족의 슬픔은 안중에도 없이 다시 한번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또한 마사회는 지금 코로나19 재난을 빌미로 온라인 마권발매 합법화를 시도합니다.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마사회가 바뀔까요..? 이미 남편을 떠나보낸 유족으로서 너무 애통한 심정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 수많은 사업장이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누구는 끼어서, 떨어져서, 또는 억울해서 결국 일터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의 구조문제와 안전, 환경문제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받아야 할 강력한 처벌이라도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져야 합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져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지 않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 했습니다. 발걸음은 더디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했습니다. 노동존중 사회는커녕 일하다 죽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입니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재난으로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국가에서 버려지는지도 똑똑히 알아야합니다.

제 남편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다시 영정사진을 올리고 음식을 올리고 남편에게 절을 하겠지요.. 겪어보지 못하면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슬픔인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고통받는 노동자, 슬픔 받는 유족이 생겨나지 않길 바랍니다. 안전하고 차별없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청렴한 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소중한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억울한 죽음은 헛되이 되지 말아야 하고
가슴속 절절한 희망은 짓밟히지 말 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마사회에 전합니다. 반드시! 완전한 합의 이행과 개혁을 촉구합니다! 마사회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더는 문중원이 나오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하늘의 별이 된 제 남편 문중원 기수를 잊지않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한국마사회, #문중원 기수, #1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마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