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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사업 활동을 하면 가게들이 많이 생겨요. 손님을 오게 해야 하니까 할인 행사를 많이 하더라고요. 가격을 책정할 때 소득세나 본인의 노동력을 생각해야 하는데 무작정 본인 가게에 사람을 모으려고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을 정하더라고요."

창업 전문가의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유튜브 '세금 내는 아이들' 채널을 운영하는 10년 차 초등교사, 옥효진씨의 말이다. 

옥효진씨의 반에는 '세금 내는 아이들'이 있다. 학급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의 화폐를 사용하여 취업을 위한 자격증도 따고, 직업 활동도 하고 월급도 받는다. 받은 월급으로 저축, 투자 활동, 그리고 부동산 구매를 하기도 한다. 

그가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부산을 방문했다.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옥효진 교사를 만났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옥효진 교사를 만났다.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옥효진 교사를 만났다.
ⓒ 원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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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었는데 그중에서도 초등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인격을 형성하거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초등교사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던 그는 2019년에 담임을 맡기 전 6개월간 학급화폐 활동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 계기를 묻자 그는 웃으며 "제가 너무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 사회탐구 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했던 그는 점수도, 등급도 잘 나왔다. 그러나 그때 배운 개념은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웠고, 그는 '돈을 벌어도 돈 관리는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2018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한국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평균인 64.9점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 성인의 전반적인 금융이해력이 이처럼 낮은 원인으로 부족한 경제·금융교육도 언급되는 실정이다.

본인의 신념과 철학을 담은 교육 활동 중인 옥 교사에게 현재 시행 중인 경제 교육에 관해 물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목에 수록된 경제단원을 보며 '초등학교 6학년에게 이게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내용 대부분이 FTA, 경·중공업,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사(史) 등 지극히 딱딱하고 이론적인 것들을 설명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중요한 게 많은데, 그것들은 내려놓은 채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것만 (교과서에) 넣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실생활과 관련 있는 걸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경험을 떠올린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칭찬 통장 제도'를 구체화하고 체계화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지만 덕분에 본인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옥 교사는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1년 동안 활동하며 경제 개념이나 원리에 대해 체득하는 방법'이 자신의 학급 운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급화폐 활동을 하며 어려웠던 일을 묻자 그는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때' 라고 답했다. 심부름을 시켰을 때 "그거(심부름) 하면 얼마 주실 거예요?"라고 물으며 대가를 바라는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옥 교사는 아이들이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도덕, 윤리를 통해 '돈 관리의 필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신경 쓸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닌 학급화폐 활동과 교사 업무를 병행한다는 옥 교사. 그의 말을 들어보니 이 활동,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이 수업을 계속하는 이유 무엇일까? 

"힘든 것도 분명히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스스로 재미가 없다면 (활동을) 끝까지 할 수 없거든요. 근데 재미있어요."

학급화폐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교사 생활의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심지어는 기다려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만족을 느끼고 보람을 얻는 것이다.

"이전에는 경제에 관심이 없던 친구가 활동하면서 (경제에) 관심이 생겨서 저한테 관련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빌려주니까 다 읽은 후에 질문도 하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뿌듯하다' '보람차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에게 학급 화폐 활동에 관해 설명하는 옥 교사의 모습
 아이들에게 학급 화폐 활동에 관해 설명하는 옥 교사의 모습
ⓒ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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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사의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은 지난 2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2만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2020년 11월 25일 기준 2.76만 명).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학급화폐 활동 영상을 '학급경영 하는 법', '세금 받는 선생님(옥 교사 본인) 브이로그', '세금 내는 아이들의 학교생활' 세 카테고리로 나누어 올린다.

그는 아이들보다는 다른 교사들에게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이 있어요, 조금 힘들긴 해도 재미는 있더라고요. 한 번 추천드립니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유튜브를 한다는 것이 학생들과 연결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요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유튜브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요.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한 날이 얼마 안 되는데도 학급화폐 활동 겸 유튜브 덕분에 관계 형성이 쉬웠던 것 같아요."

정말로 가르치고 싶은 것

여러 가지 학급 활동 중 '심혈을 기울인 역작'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옥 교사는 투자활동을 꼽았다. 교실 상황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 중 아이들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하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교사 본인의 몸무게를 활용한 투자로 결정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음원 사이트의 순위로도 투자활동을 하는데, 아이들의 참여가 대단하다고 한다. 

"성공하는 아이도 있고 실패하는 아이도 있으니까, 경험을 제공한다는데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경제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냐는 질문에 그는 '재미있었다'는 기억과 경제 지식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라고 답했다. 1년간의 활동으로 경제 개념이나 원리를 완벽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정말로 필요할 때 지금의 기억을 떠올리며 경제 활동과 경제 공부를 더 쉽게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의 배너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의 배너
ⓒ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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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사는 경제관념은 관심을 가지는 데에서 생기는데, 가정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관심을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가정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금융 이해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그는 경제력의 유무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를 언급하며 본인의 활동이 '이런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저도 배운 적이 없어서 몰랐거든요. 누가 가르쳐줘야 알죠. 정말 경제에 큰 관심이 있어서 혼자 공부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알기 어렵다고 생각을 해요. 제 최종 목표는 학교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에요."

좋은 선생님

"아이들이 1등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본인이 가장 재미있는 걸 찾아서 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좋은 선생님'이라고 답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그는 초임 교사 시절 소위 '기싸움'을 벌이느라 한 학기 동안 웃지 않기도,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으로 보이고자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경력이 쌓일수록 '본인의 순간적인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화가 나도 화내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으로 인해 아이들이 좋아졌다는 것보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고 1년을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옥 교사와 그의 '세금 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탈무드의 물고기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마 옥 교사가 삶에 필요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조금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그의 제자들이 합심해서 잡은 '큰 물고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고의 스승은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 스스로 믿게 하는 자이다. - 노만 코지슨

태그:#교사, #초등학교, #경제교육, #학급경영, #세금내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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