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체육회 '팀 김은정'의 왕좌 복귀가 벌어진 강릉에서 이제는 남녀 듀오 다섯 팀이 태극마크 경기를 펼친다. 24일부터 27일까지 벌어지는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의 믹스더블부 경기 이야기이다. 이번 선수권대회에는 실업 팀과 고교 팀이 병행해 5개 팀이 출전하여 국가대표로의 열전을 치르고 있다.

면면도 재미있다. 현직 국가대표인 경북체육회A 장혜지-성유진 조와 라이징 스타 경북체육회 B 송유진-전재익 조, 그리고 지난 2020 로잔 청소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경기도컬링경기연맹A 박유빈-박상우 조, 경기도연맹C 김지윤-문시우 조도 출전한다.

출전한 다섯 팀 중에 태극마크 경력만 있는 팀만 세 팀. 현실적으로 청소년 선수들보다 실업 선수들의 국가대표 탈환 확률이 높지만, 남자부에서도 이변이 있었던만큼 한치 앞도 모르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벌써 5부능선을 지난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선수들의 면면을 담았다.

국가대표 사수... "크게 떨리지는 않습니다"
 
 현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인 장혜지 선수와 성유진 선수.

현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인 장혜지 선수와 성유진 선수. ⓒ 박장식

 
현재 국가대표인 경북체육회A 장혜지 선수와 성유진 선수는 국가대표를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평소에도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승부욕이 강한 두 선수이지만,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사수를 각오하되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려 한다고.

지난 시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다가 코로나19로 대회 출전은커녕 국내 대회나 연습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 되었고, 선수들을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도리어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각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마음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성유진 선수는 "크게 떨리거나 하는 부분이 없다. 여느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말했다. 이어 "상대도 많이 긴장할 것이다. 오히려 경기장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면서 "매 순간에 더 집중하고, 더욱 파이팅 넘치게 하면 태극마크도 사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장혜지 선수도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한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출전권만 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B팀과의 국가대표 경쟁에 대해 "강릉에 오기 전 연습경기를 마지막으로 했었다"면서, "상대가 누군지 따로 생각하거나 염두에 두지 않고 스톤만 보고 경기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각오 만큼이나 선수들의 성과도 좋다. 경북체육회 A팀은 결승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선 1위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 그 순위의 결정이 2시 후배 선수들인 B팀과의 경기에서 결정된다. 이제는 초연함으로 무장한 선수들의 모습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 기대된다.

"리그 중단되고도... 중계 언제 되냐고 묻던데요"
 
 경북체육회B 전재익 - 송유진 선수.

경북체육회B 전재익 - 송유진 선수. ⓒ 박장식

 
한국 컬링의 라이징 스타인 경북체육회B 송유진 선수와 전재익 선수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지난 리그 때가 무색하게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기를 통해 더욱 좋은 관심을 이끌어야 할 시기임에도 공식 경기 없이 9개월 가까이를 보냈다. 하지만 첫 대회가 얄궃게도 한솥밥 먹던 팀과의 국가대표 경쟁이다.

지난 봄 경상북도 관광을 홍보하는 TV 광고 출연에도 출연하는 등 스포츠 스타로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경기가 없어 선수로서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낸 전재익 선수는 "시합은 언제나 기쁜 일이고 기다려왔던 일"이라며 반긴다. 송유진 선수도 "선발전을 못할 줄 알았는데 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믹스더블 결승은 방송 중계도 예정되어 있다. 송유진 선수는 "중계가 되면 사람들이 조금 더 컬링을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나니 좋은 일"이라면서 "지난 리그 중단 이후에도 컬링 중계를 언제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 결승에 올라 중계방송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대회 초반 아쉬운 패배를 당했던 전재익 선수는 "생각하고 왔던 플레이가 있었는데 조금 조정하려고 한다. 목표인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생각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며 "패배를 토대로 다시 선전해서 결승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북체육회B 선수들은 현재 아쉬운 1패가 쌓여있다. 경기도컬링경기연맹A팀에 파워플레이 스틸을 내주는 일격을 당하며 쌓인 것. 그럼에도 결선 라운드에 좋은 성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 선후배와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우리도 태극마크 있어요" 고교생의 국대 조준
 
 경기도컬링경기연맹의 A조, C조 선수들. 왼쪽부터 A조 박상우 선수와 박유빈 선수, 오른쪽이 C조 김지윤 선수와 문시우 선수.

경기도컬링경기연맹의 A조, C조 선수들. 왼쪽부터 A조 박상우 선수와 박유빈 선수, 오른쪽이 C조 김지윤 선수와 문시우 선수. ⓒ 박장식

 
가장 강력한 팀이 두 실업팀으로 꼽히지만, 경북체육회A만이 태극마크를 달아본 것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0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혼성 4인조로 출전했던 송현고와 의정부고 선수들이 선발전에 출전한다. 여자 선수는 송현고에서, 남자 선수는 의정부고에서 나와 합을 맞췄다.

그 중 A팀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당장 올해 여자 고교선수 중 최고로 꼽히는 박유빈과, 박상우 선수로 이루어진 A팀은 경북체육회B팀을 한점차 승부로 꺾는 이변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C팀 역시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승리를 따지는 못했지만, 승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돌풍에는 지난 청소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되었을 터. 그 때의 이야기를 남자 선수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A팀 박상우 선수는 "멀리까지 가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믹스더블은 다른 국가 선수와 팀 메이트가 되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하다보니 구글 번역기로 팀 미팅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C팀 문시우 선수도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처음 보는 외국 선수들과 합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경기하면서 대화는 '바디랭귀지'로 하곤 했다"는 문시우 선수는 "그럼에도 재미있게 경기를 치렀다.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C팀의 김지윤 선수는 "준비 기간이 짧았다"면서도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좋은 경험도 쌓고, 승부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준비한만큼 최대한 보여드리고 좋은 성적 내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경북 두 선배님들을 한번쯤 이기고 싶다.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보였다.

주 종목이 4인조인 A팀 박유빈 선수는 "간만의 시합이 좋다. 주 종목은 4인조지만, 이렇게 큰 대회에서 믹스더블로 출전하니 새롭기도 하다"면서 "동계체전 때 고등부 금메달을 획득했던 기억을 살려 4강에 올라서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조와 C조 선수들은 서로 맞대결을 치르기도 했다. 승자는 A조였다.

A조와 C조 선수들은 서로 맞대결을 치르기도 했다. 승자는 A조였다. ⓒ 박장식

 
A팀과 C팀이 서로 치른 맞대결에서는 A팀이 승리를 가져가기도 했다. A팀은 경북체육회B팀을 누르는 등 좋은 경기를 펼쳤고, C팀 역시 함께 출전한 D팀(이수현-최재혁 조)을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결승, 어쩌면 그 이후를 바라볼 선수들은 누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는 믹스더블이다. 26일까지 예선이 펼쳐지는 국가대표 선발전. 예선이 끝나고 승부를 확인할 새도 없이 결선 라운드가 치러진다. 27일까지 펼쳐지는 결선라운드에서 승리하는 팀은 태극마크의 영광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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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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