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드디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러 화젯거리를 안고 있는 영화인만큼 세간의 관심을 피해 갈 수 없겠다.

천만 영화 < 7번방의 선물 >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자 오달수 배우가 3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오달수는 이 영화에서 코믹의 이미지를 아예 벗어버렸다. 정치인이라는 배역이라서가 아니라 작정한 듯 진중하고 따스하다. 그 점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영화는 시대적 정치적 색깔을 빼고 서로 다른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공감하게끔 했다. 특정인이 떠오를 수 있겠으나 1980년대 활동하던 여러 정치인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든 허구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컸지만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따뜻한 감동과 코미디를 끌어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여 분은 옛 향수를 일으키며 웃음 폭탄을 투척하나, 나머지 100여 분은 웃음기를 싹 걷어냈다. 도청이란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조마조마한 상황의 강약 조절이 확실하다. < 7번방의 선물 >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만한 감동의 판타지가 짙다.
 
어두웠던 시대, 밝은 이야기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주)트리니티픽쳐스?

 
유력 대선 후보 이의식(오달수)은 입국하자마자 가택 연금돼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선거를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미디어에 노출되어야 하나, 정부는 그를 꽁꽁 에워쌀뿐더러 아예 옆집에 도청팀을 꾸렸다. 이에 운동권 대학생을 색출하는 도청 팀장 대권(정우)이 투입되고, 팀원 동식(김병철)과 영철(조현철)은 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된다. 그가 뭘 먹고 뭘 하는지 등 철저하게 그에 대해 알기 위해 생활패턴까지 맞춰가며 한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24시간 도청하다 보니 목숨처럼 여기던 신념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차 편견에 매몰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권은 아들이 왼손으로 밥 먹는 것도 좌파처럼 보일까 봐 싫어했던 철저하게 보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의식은 적이 아닌 안부를 묻는 이웃이었다. 대권은 뼛속까지 새빨간 빨갱이라 생각했던 그가 자상한 아빠이자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두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목숨을 빚지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시절에는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다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 정겨움이 묻어나는 음식, 음악, 소품, 상황이 세대 차이 틈을 메우고, 오고 가는 음식 속에 정(情)을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권과 의식은 가까워져 이웃사촌이 된다. 옥상에서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 모든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알몸으로 목욕탕에서 때도 밀어주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유력 대권 후보를 감시하라고 붙인 대권이 감화되는 것을 보자, 정보기관 김 실장(김희원)은 결국 또 다른 계획을 세운다. 

사람이 만들어 낸 연대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은 소재 면에서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 오버랩된다. <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극작가와 배우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비밀경찰의 변화된 삶을 다룬 작품이다.

둘 다 정치적으로 경직되어 있던 시대 안에서 개인의 삶이 변한다는 소재가 비슷하다. 하지만 <이웃사촌>은 한국적인 정서와 최근 코로나로 인한 자가 격리 상황과 오버랩되며 새삼 자유의 의미와 따스한 온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지금. 이웃사촌의 의미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확실하다.
 
과연, 이환경 감독은 < 7번방의 선물 > 이후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적 색을 논외로 두고 정반대의 두 사람이 평행선을 걷다 하나의 길로 동행하는 사람 냄새나는 영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세상은 1980년대 스러져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상기해봐도 좋겠다. 다만, 예상 가능한 서사 속에서 단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130분의 러닝타임은 다소 과한 느낌을 준다.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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