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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시 장애인 주·단기보호시설은 모두 6곳으로 최대 45명까지 대기 인원이 있다. 중복 대기를 감안해도 입소까지는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
 ▲ 원주시 장애인 주·단기보호시설은 모두 6곳으로 최대 45명까지 대기 인원이 있다. 중복 대기를 감안해도 입소까지는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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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밀착 서비스가 시급한 복지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원인 주간보호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수년째 대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에서도 최중증 장애인의 입소를 꺼리는 등 복지시설마저 이들을 외면하면서 최중증 장애인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원주에 있는 장애인 주·단기보호시설은 모두 6곳이다. 주·단기 보호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꿈꾸는나무를 포함해 총 5개 기관에서 시설을 운영한다. 각 시설별 정원은 10명으로 현재 6곳 모두 정원이 찼다. 시설마다 대기 인원이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45명까지 입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주간보호소에 한 번 입소하면 퇴소 연령 때까지 시설을 나가지 않아 충원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간보호시설은 대개 만6~14세부터 입소 가능하며 만 40~55세인 중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10명의 정원이 차면 퇴소시기인 중년이 되기까지 수십 년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10년 넘게 대기해도 시설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최중증 장애인은 시설에서 입소를 꺼려 보호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로 이전까지 1~3급으로 나눠졌던 장애등급이 모두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통합되면서 주간보호시설에서도 돌봄이 용이한 경증 장애인을 선호하기도 한다.

 
▲ 원주시 주·단기보호시설 현황
 ▲ 원주시 주·단기보호시설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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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기다려도 대기 7번째

중증장애인 쌍둥이 아들을 둔 이지숙(가명)씨는 당장 내년부터 아이들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최중증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맡길 주간보호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해맑은 주간보호소는 만3세부터 만15세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올해 16살이 된 쌍둥이는 내년부터 이곳을 나와야 한다. 10년 전 이미 타 주간보호소에 입소 대기를 걸어뒀지만 아직까지 앞에 6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식사는 물론 화장실도 혼자 가기 힘든 두 아들의 일과는 활동보조인 3명과 함께 등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중력이 낮고 돌발행동이 심하기 때문에 오전수업만 받고 오후에는 장애인 주간보호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씨는 매일 배변 실수를 하는 쌍둥이의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하고 집안 살림을 하다가 저녁시간에 맞춰 쌍둥이를 인계받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가 격주 수업을 했음에도 주간보호소가 있었기에 아이들을 맡기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주간보호소도 이용하지 못한 채 격주수업이 진행된다면 쌍둥이를 돌볼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며 "중증장애인을 맡기 꺼려하는 활동보조인마저 그만둔다면 아이들과 함께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교육 위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은 최중증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성격이 맞지 않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습 능력이 낮기 때문에 교육보다는 보육 성격의 주간보호소 서비스가 적절하다는 것.

이씨는 "주간보호소에서는 장애인 당사자 외에도 부모와 비장애형제 등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 프로그램 등 가족 돌봄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에 장애인과 보호자 모두에게 절실하다"며 "몇 십 년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주간보호소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시설에서 확충 방안 제안

하지만 당장 주간보호소를 신축한다 해도 수년 후에야 이용이 가능하다. 중증장애인 보호자들은 기존 시설에 인력과 운영비 예산을 추가 지원해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가장 빠르게 대기자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꿈꾸는나무가 무실동 보건복지타운으로 이전하면서 그 공간으로 들어온 사랑뜰주간보호소는 2층 건물임에도 이용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해 1층 공간만을 활용하고 있다. 인력이 지원된다면 시설 보강으로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2층 공간에는 거동이 가능한 장애인으로 충원할 수 있다.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해맑은 주간보호소는 이용 연령대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이용 가능 연령은 만3세부터지만 유아기 장애아들은 대부분 교육 위주의 치료실을 다니기 때문에 주간보호소를 이용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해맑은 주간보호소 역시 가장 나이가 어린 이용자가 8살이다. 따라서 이용 연령을 높인다면 더 많은 이용자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김영대 관장은 "시설마다 여유 공간과 인력이 추가로 지원된다면 이용자 추가 수용이 가능하다는 보호자분들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장애인복지관 역시 올해 1층으로 공간을 넓혀 주간보호소를 이전했으며, 이용 연령대를 높이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보호자들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인건비 등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원주시 관계자는 "부모님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신축보다는 기존 시설에서 추가로 수용하는 방안이 대기 인원을 가장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유 공간이나 추가 수용 의지 등 시설의 의견이 우선시되기에 조만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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