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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를 통해 12개 시군 모두 충남 천안에 소재한 ㄱ'업체를 선정, 한 업체가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는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특정 성분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원재료를 확인하시고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12개 시군 모두 충남 천안에 소재한 ㄱ"업체를 선정, 한 업체가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는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특정 성분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원재료를 확인하시고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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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도지사 양승조)과 도내 시군이 알레르기 억제와 면역력 증강을 명분으로 학교급식에 끼워넣은 건강식품이 기능성을 인증받지 못한 '기타가공품'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충남도와 논산시 등 12개 시군은 올해 '학교급식 식품 알레르기 치유제품 지원 사업비'로 6억 원(도비 3억 원, 시군비 3억 원)을 책정하고,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2학기부터 초·중·고 123개교(4만6700명)에 '건강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의 증상을 관리하고 코로나19 등 유행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신종 감염병이 보고되기 전인 지난해 사업계획을 확정, 애초부터 코로나19와 무관했다. 또 충남도의 안내에 따라 '조리 중 밥이나 국 등에 첨가해 학생들에게 공급' 등 매우 상세한 선정기준을 붙여 12개 시군 모두 이례적으로 ㄱ업체의 제품을 선정했다(관련기사 : [단독] 충남도의 수상한 급식... 알레르기 막자더니 검증 안된 제품을? http://omn.kr/1qmbg).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에 "충남도에서 마련한 공모 조건을 그대로 적용했다"라며 "3차 공모까지 했지만  ㄱ업체만 참여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선정된 제품은 '기타가공품'으로 말 그대로 일반 식품이다. 알레르기 억제는 물론 면역력을 증강과 관련된 기능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품은 크게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다. 의약품은 약사법 등에 따라 질병의 치료나 예방 효과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기준에 해당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치료나 예방이 아닌 인체의 정상적 기능 유지와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 개선하는 식품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품 앞면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증 마크를 준다. 이는 식약처에서 기능성과 안정성을 관리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이 표시가 없는 '기타가공품'은 건강에 해롭지 않은 일반식품이다. 충남도와 각 시군이 학교급식에 납품하기로 한 ㄱ사 제품의 원재료는 현미가루, 버섯 균사체, 건조표고버섯 플레이크 등이다. 현미나 버섯 등 몸에 좋다고 여겨지는 보통의 식재료들이 첨가된 것이다.

충남도와 각 시군이 학교급식 첨가제품을 통해 학생들의 알레르기 치유나 면역력 증강을 원했다면 기타가공품이 아닌 효과나 기능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의약품' 또는 최소한 '건강기능식품'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급식으로 선정된 해당 제품은 생산과정의 안정성과 독성 시험 성적서 등을 갖췄지만 일반식품이어서 알레르기 억제와 면역력 강화 여부를 현실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효능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기타가공품을 자치단체 예산을 통해 무리하게 학교급식으로 끼워넣은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충남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포함할 때는 일선 영양사 또는 영양교사가 해당 제품의 코드를 열어달라고 신청한 뒤 검증 등 타당성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며 "이번 제품은 시청에서 별도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한 후 협조를 요청해 왔다. 때문에 최근 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언급되기 전까지는 왜 (해당) 사업을 했고, 예산이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충남도의회의 일부 의원은 최근 충남교육청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일선 학교에서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력 증강 건강식품 사업비를 반납하는 일 없도록 해달라'고 독려한 바 있다.

충남도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5억 6000만 원(도비 50%, 시군비 50%)의 예산을 들여 면역력 향상과 알레르기 억제 건강식품을 학교급식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태그:#충남도, #힉교급식, #기타 가공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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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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