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방송인 사유리가 11월 17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비혼자인 그는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지난 4일 아기를 출산했다.
 방송인 사유리가 11월 17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비혼자인 그는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지난 4일 아기를 출산했다.
ⓒ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모든 아이들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어떤 가족 안에서든. 최근 태어난 방송인 사유리(후지타 사유리)의 아들도, 그와 함께 행복하지만 험난할 여정을 시작한 사유리도 축복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축하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새생명을 환대하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은 "사유리씨가 자발적인 비혼모가 된 것을 축하드리고, 아이를 축복한다"며 "아이가 자랄 대한민국이 그 아이에게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은 인스타그램에 사유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축하했다. '사유리는 미혼모인가요? 유부녀인가요?'라는 댓글에 배 의원은 "아가를 축복해달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제도 안으로 품지 못하는 데에도 여야는 따로 없었다.

사유리가 던진 질문

사유리는 아이를 원했다. 아이'만'을 원했다. 하지만 그조차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KBS 인터뷰 중에서)고 할 정도로 '결혼 → 임신 → 출산'이 아닌 다른 길은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다. 

한국의 법도 마찬가지다. 생명윤리법은 시험관 시술 등 체외수정을 받는 대상을 결혼한 여성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비혼 여성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사유리도 일본에서 시술을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낸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혼 여성에게도 출산 기회를 달라'는 것 이상이다. 사유리는 '가족이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돌이켜보면 제법 오래된 질문이다. 결혼·가족을 정의하는 시대의 기후는 시나브로 달라져왔다. 

방송인 허수경씨는 이미 2008년 사유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가족을 꾸렸다. 2013년 동성커플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는 청계광장에서 공개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책 중 하나는 비혼자들의 동거 이야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였다. 

통계청 '2020년 사회조사'를 봐도,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 59.7%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3%p 높아진 결과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답변 비율도 2012년(22.4%) 이후 꾸준히 늘어나 30.7%까지 왔다. 반면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은 68.0%로 2년 전보다 1.6%p 감소했다. 그럼에도 현행 법은 여전히 '가족은 남자와 여성이 만나 아이를 낳고...' 식의 대답만 내놓고 있다.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법으로 존중하는 생활동반자법이 한때 새로운 답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제(PACs)를 참고한 제도다. 2014년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도 준비했다. 변호사 시절 호주제 폐지 운동에 참여하며 1998년부터 남편과 '동거인'으로 지낸 의원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법안이었다.

다른 가족
 
퀴어퍼레이드에 등장한 '무지개 태극기'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1일 오후 주요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돌아오는 구간에서 대규모 서울퀴어퍼레이드가 펼처진 가운데, 한 참가자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으로 꾸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퀴어퍼레이드에 등장한 "무지개 태극기"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2019년 6월 1일 오후 주요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돌아오는 구간에서 대규모 서울퀴어퍼레이드가 펼처진 가운데, 한 참가자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으로 꾸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당시 담당자였고, 지난 3월 책 <외롭지 않을 권리>에서 다시 한번 법의 필요성을 풀어낸 황두영 작가는 18일 통화에서 "사유리에게 호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이 보장하지 않고, (사실상) 금지하는 행동을 (법을) 아예 뛰어넘어 실천할 만큼 강력한 요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황 작가는 "사유리는 외국인이기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여성이라 (비혼 출산) 실천이 가능했던 특수한 사례"라며 "평범한 한국인은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싶어도 법적으로 실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하는 그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는 것 같은데, 21대 국회에선 아직 움직임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진선미 의원은 2014년 9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만든 제도가 어느 시점부터는 그 사회에 맞지 않는다면 '수선'해야 한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동거를 법으로 인정하면 가족 범위 오히려 넓어져" http://omn.kr/ahcw ). 하지만 법안을 내놓기도 전에 그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2016년 재선에 도전할 때는 혼인신고도 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제도는 여전히 수선되지 않았다.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