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도안 독일 미드필더 귄도안이 스페인전서 대량 실점 후 실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귄도안 독일 미드필더 귄도안이 스페인전서 대량 실점 후 실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독일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전차군단'의 위용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89년 만에 대참사가 벌어졌다. 독일 축구가 6골차로 패하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18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의 에스타디오 라 카르투하 데 세비야에서 열린 '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4조 6차전에서 스페인에 0-6으로 대패했다.
 
독일이 6골 차로 패한 것은 지난 1931년 5월 오스트리아전 0-6패배 이후 무려 89년 만이다. 최근 1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내달린 독일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독일 축구 몰락의 시작 '카잔의 비극'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예상을 깨고 4강에 오르며, 다시 새로운 부활을 알렸다. 이 대회에서 위르겐 클린스만을 보좌한 요하임 뢰브 수석코치는 2006년 9월부터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하며, 이후 오랜 기간 독일 축구의 전성기를 여는데 일조했다.
 
독일은 언제나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팀 중 하나다. 뢰브 감독의 첫 시험대였던 유로 2008에서 독일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2012 4강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독일은 마침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었다. 4강에서 만난 개최국 브라질전 7-1 대승은 독일 축구가 강하다는 인식을 다시금 일깨워준 경기였다. 결승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꿈을 가로막으며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 통산 네 번째 피파컵을 들어 올렸다.
 
2년 뒤 유로 2016에서도 4강으로 이끈 뢰브 감독은 5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다보니 뢰브 감독의 장기집권은 자연스러운 순리와도 같았다.
 
그러나 비극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피파랭킹 1위 독일은 단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대회를 앞둔 평가전에서 잇따라 패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급기야 대회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0-1 패하며 비극의 서막을 알렸다.
 
스웨덴을 가까스로 2-1로 잡은 독일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피파랭킹 57위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0-2로 패했다.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한 대이변이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국가에게 패한 날이자 독일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1938년 대회 이후 무려 80년 만의 일이었다.
 
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이 그나브리, 사네 등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독일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 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이 그나브리, 사네 등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독일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 독일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거듭된 세대교체 실패, 뢰브 감독 시대 막을 내리나
 
월드컵 충격의 여파는 가시지 않았다.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프랑스, 네덜란드와 1그룹에 속해 2무 2패에 그치며 조 하위로 마감했다.
 
독일의 2018년은 최악의 해로 기록된다. 1년 동안 거둔 성적은 4승 3무 6패. 여섯 번의 패배는 독일 축구 역사상 최다 패배로 남게 됐다.
 
급기야 뢰브 감독의 지도력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경질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뢰브 감독에게 신임을 보냈다.
 
절치부심한 뢰브 감독은 이때부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노장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을 과감하게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리고 르로이 사네, 세르주 그나브리, 루카스 클로스터만, 니코 슐츠, 조나단 타, 카이 하베르츠, 지안 루카 발트슈미트 등 젊은피를 대거 발탁하며 팀을 개편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비교해 거의 절반 가량의 스쿼드를 물갈이했다. 독일은 지난해 네덜란드, 북아일랜드, 벨라루스, 에스토니아와 유로 2020 C조에서 조1위로 통과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공격진의 변화가 단연 두드러졌다. 그나브리, 사네, 티모 베르너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공격수들이 세대교체의 중심이 됐다.
 
순조로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독일은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다시 하향곡선을 그렸다. 스페인, 우크라이나, 스위스와 4조에 속한 독일은 2승 3무 1패로 2위에 머물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이 거둔 2승마저도 약체인 우크라이나에게만 집중됐다. 스위스와는 2무승부, 스페인을 상대로 1무 1패에 그친 것이 탈락의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스페인전 6골차 대패는 독일 축구에 있어 역대급 굴욕이다. 점수도 점수지만 경기 내용에서 형편없었다. 독일은 스페인의 빠른 기동력과 압박, 개인기에서 크게 열세를 드러냈다. 스페인의 빠른 패스 플레이, 세트 피스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공격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독일의 슈팅수는 단 2개에 불과했다. 기대를 모은 베르너-그나브리-사네 스리톱은 스페인의 강한 압박에 막혔다.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부터 2년 5개월 동안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닐었다. 주로 약팀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많았을 뿐 정작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강팀에는 열세를 보였다. 1위였던 피파랭킹은 어느덧 14위까지 추락했다.
 
독일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대실패 이후 뢰브를 재신임했으나 현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내년 6월로 연기된 유로 2020 본선까지 7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는 것은 큰 모험수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프랑스, 포르투갈, 헝가리와 죽음의 F조에 속해있어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최대 위기를 맞은 독일 축구가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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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잔의비극 네이션스리그 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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