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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1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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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전략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외교전략은 '동맹을 강화하고 반대로 주적, 경쟁자, 도전자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내용적으로는 철저하게 국익을 추구하지만 형식적으로는 미국의 가치로 설정된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을 외교안보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강제력보다 글로벌 지도력에 권위를 부여하고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위험부담과 비용을 경감시킨다.

바이든 당선인은 '세계의 지배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 '세계질서의 조성자'를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일방주의보다는 동맹과의 협조를 강조하는 다자주의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패, 독재,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민주주의 국가 정상회담(Summit for Democracy)'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부분에 경쟁력이 있는 미국이 동맹을 최대한 결집시켜 이 부분에 취약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은 미국 지배에 있어 무기보다 효과적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같이 미국이 '네이션 빌딩'을 통해 건설한 신생국가, 이집트와 같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친미국가가 불안정한 것은 민주주의, 부패, 인권 문제에서 이들 국가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미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 보고 있다. 미국이 시엔푸에고스 전 멕시코 국방장관을 체포한 것에서 보듯이 미국은 중남미 정부가 자국 내의 마약조직을 근절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도 바로 민주주의 정부의 부재, 고위 관료의 부패, 전반적인 인권 의식의 미흡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를 중시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축소된 국무부를 원상회복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력수단은 외교에 비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데, 대규모 병력 투입은 자제하고 드론을 통한 테러리스트 암살, 인질을 구하기 위한 특공대 투입,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에 의한 제한적 공습 등 스마트 전쟁을 더 선호하게 된다.

테러조직과 중국을 상대하느라 미국의 주적 개념이 모호해지고 전략 무기가 낙후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주적이 러시아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거기에 맞게 외교안보전략을 조정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미국 주류층은 냉전 이후 미국이 테러세력 및 테러지원국, 중국 등 자신보다 국방역량이 뒤진 상대방을 주적으로 삼았다고 본다. 그 결과 러시아에 비해 시간을 허비하면서 전략무기 증강을 소홀히 히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을 포함한 미국 주류층은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략무기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략무기 통제협약(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New START)이 2021년 2월에 종료되므로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는 중거리미사일협정(INF)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는데, 미국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를 복원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무기 협상에서 쟁점은 첫째는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사이버 영역을 포함시킬 것인가다. 그밖에 바이든 당선인이 러시아에 대해 다뤄야 할 현안은 러시아의 미국선거 개입 차단, 동유럽으로의 나토 확장,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 경감 등이다.

지정학적 이익 때문에 중국보다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아야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은 중동에서 터키, 이란, 시리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데, 당장은 러시아 용병과 대치하는 문제와 러시아가 미군 사살에 대해 보상금을 주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바이든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시행된 제재를 유지하고 러시아를 계속해서 G7에서 배제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인접 지역인 독립국가연합 내에서 미국과 나토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지원 아래 러시아와 전쟁을 치룬 조지아(Georgia)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자 하고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몬테네그로(Montenegro)까지 나토로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경쟁자, 군사적으로는 미래의 주적일뿐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미국 주류의 입장에 따라 중국을 주적이 아니라 경쟁자의 지위로 환원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무역 분야에서 미국의 적수이지만 군사 분야에서는 당장의 적수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세계분업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값싼 공산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여기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고율 관세를 조정하는 등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중단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관세가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처럼 미국 주도의 경제 블록으로 맞설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더욱 자본주의화 하기 위해 미국 및 서방과의 경제적 문화적 상호 침투와 상호의존을 심화시키는 전통적인 방식 즉 닉슨 행정부 이후의 체제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을 정착시키는 장기적 전망 아래, 중국 내 인권운동, 소수민족 탄압, 홍콩의 자치권 축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중국의 인내심을 뛰어넘는 수준의 직접적 개입은 자제할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게 상호 관계개선을 유도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되살리고자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경제블록을 동력으로 하여 동아시아에서 호주, 필리핀 등이 참여하는 나토방식의 안보블록을 결성하여 중국 및 러시아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봉쇄하고자 할 것이다.

공업 부분에서 중국에 양보, 첨단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에선 강경한 태도

미국은 전략무기 산업, 지식산업, 인터넷정보기술 등 첨단산업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고자 이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고 관련한 제재도 확대할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미중러의 주도권 다툼에서 보듯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첨단산업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기후변화도 같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탄소배출량의 상품화뿐만 아니라 배출 자체도 규제하여 중국의 공업발전을 더디게 할 것이며,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방해할 것이다.

중국이 향후 러시아와 비견되는 미국의 주적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은 당장 러시아에 주력하고자 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회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항행의 자유를 일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대만과의 경제적 협력은 강화하되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세 번째 외교전략은 새로운 도전자들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를 이어받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들을 현실적 도전자에서 잠재적 도전자로 비활성화시킬 것이다. 먼저 유럽연합의 요구대로 이란과 관계회복을 하되 기존의 트럼프의 압박을 기정사실화하여 추가적인 이란의 양보를 받아내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당장의 불을 끈 북핵 문제는 이란, 베네수엘라보다 시급한 문제 아냐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되 부정선거와 인권탄압 등의 책임을 추궁하여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대신 후안 과이도(Juan Guaido)를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지도자로서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즉 베네수엘라에 대한 직접적인 체제전복 행위를 중단할 것이다. 반면 북한의 핵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효과로 일단 전쟁 위험은 회피된 상태이고 당장 묘책이 없으므로 급박한 안보 사안은 아니다.

사우디-터키를 통제하고, 한일간의 화해를 종용해 한미일 동맹 완성?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외교전략은 동맹들의 지위와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워싱턴포스트지의 카슈끄지 기자 피살 사건 이후 인권탄압 문제가 부각되었다. 예멘에 대한 사우디의 비인도적 공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국내외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으로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사우디를 지배할 빈 살만 왕세자와의 역학관계를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에 사우디에 경고조치를 내려야 할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로 경도된 중동정책을 수정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2개 국가' 방침을 재확인하는 등 다소 중립적인 위치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내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크므로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을 그대로 존치하는 등 친 이스라엘 경향은 크게 수정되지 못할 것이다.

터키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정책을 취하면서 사안별로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백악관 앞에서 터키계 미국인의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이후 터키의 인권문제가 부각되었다. 미국은 이밖에도 핵미사일 기지의 지속적 유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한 쿠르드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의 현안을 풀어야 한다.

동북아에서는 한미일동맹이 출범하도록 한국과 일본의 고질적인 반목을 해소하도록 중재하는 것이 미국의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과제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태그:#바이든의 외교안보, #북미관계, #무역전쟁, #미중관계, #미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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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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