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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한 단독회담과 만찬 소식을 28일자 1~2면에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도했다. 사진은 27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한 단독회담과 만찬 소식을 28일자 1~2면에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도했다. 사진은 27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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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는 초반에 북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전에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예방전쟁을 검토하였다. 북이 먼저 공격을 하려고 할 때 미국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 없는 정당방어이다. 하지만 북의 공격할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예방전쟁을 하는 것은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의회의 승인, 조선의 반격, 남한의 반발 등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예방전쟁을 포기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대신 세컨더리 제재를 강화하는 등 최대압박을 하면서 조선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2018년 조미정상회담 결과 조선의 핵무기 고도화 작업은 외형적으로 중단되었다. 미국 역시 전략무기 전개와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중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교착상태에서 조선과 미국의 대화는 더 이상 진척이 없다. 만약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방안은 "미국이 국제법상 조선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조선의 핵과 미사일의 개발을 동결시키고 동결 준수에 대한 국제적 감시를 얻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때 상징적인 조치로 핵무기 몇 개를 폐기하여 미국으로 반출시킬 수 있다.

일부 핵무기 폐기 후 반출로 핵동결에 대한 비판을 회피

그 대가로 미국은 핵과 미사일로 인해 생긴 제재만을 해제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조선에 대해 관계정상화와 같은 보상을 할 필요가 없고, 핵문제가 아닌 테러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여 북을 제재하는 등 압박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조선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과 같이 잠재적 위험국가로서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가 된다.

이때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개발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과제이다. 미국은 "조선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전략자산과 전술핵무기를 양국에 배치할 경우 양국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과신할 수 있다.

하지만 북을 계속해서 테러지원국으로 정해 압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역 폭파사건과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이유로 1988년 조선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 조선이 핵 불능화 작업에 복귀하자 테러지원국에서 조선을 해제하였다.

미국은 핵 합의 이후에도 테러와 인권 문제로 북 제재 가능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 20년 동안 테러 사건에 관련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오래 전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져야 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조선체제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소위 김정남 암살사건과 6월 조선에서 생환해 온 오토 윔비어 사망 이후 조선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 원래 김정남 사건을 규탄한 유엔 결의문에 조선이 책임자로 지칭되지 않았지만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조선을 책임자로 지목하였다.

하지만 조선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시도는 이런 사건과 무관하게 2017년 연초에 하원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이 발의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다만 이 사건들은 4월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제재 무용론, 수십 년 동안 강한 제재에도 북의 경제는 꾸준히 성장

현재 미국의 고민은 군사적 방법을 쓸 수 없는 조건에서 서방과의 관계를 끊은 조선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더라도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2000년 이후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연 2%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여 "조선을 굴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제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조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즉 중국도 핵무장을 완수하려는 조선의 의지를 꺾기 힘들다.

조선의 핵과 미사일 실험 이후 강화된 서방의 조선에 대한 원유수출 제한 역시 조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태평양 전쟁 시절에 일본은 조선반도 북부에 대규모 액화석탄 공장을 세워 석탄으로 석유를 일부 대체해왔다.

당장은 액화석탄, 장기적으로 원유 생산으로 원유 제재에 대응

해방 이후 조선은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새로운 액화석탄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액화석탄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조선이 석유 소비량의 10%를 액화석탄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망하였다.

하지만 조선이 꾸준히 액화석탄 공장을 건설하여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높을 수 있다. 특히 액화석탄은 나치 시대에 이미 전투기의 연료로 쓰일 만큼 품질 개량이 되었다는 점에서 각종 고급연료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액화석탄의 품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용 원유까지 전면 중단하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상 국제법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 조선은 영해 내에 있는 원유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으로서는 수출용으로 원유를 대규모로 개발할 수 없다고 해도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의 자급용 원유 개발은 실현가능한 선택이다.

미국의 입장 전환이 없다면 공해상의 대기권에서 ICBM 핵시험 가능

조선이 최종적으로 수소폭탄으로 미국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은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조선이 취할 수 있는 강경수단은 우선 장거리 미사일을 태평양을 향해 정상적으로 발사하여 미사일의 사거리와 핵탄두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방법은 대기권에서의 핵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에 가입되지 않은 조선이 공해상의 대기권에서 핵탄두를 폭파시키는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상주의에 근거한 조선의 최대 전략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과 남북의 합의대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대신 베트남 수준의 평화조약을 체결하여 통일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 내용은 북미관계정상화, 불가침조약, 한미동맹의 해체, 코리아반도에 핵무기 반입 및 금지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한미동맹의 해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조선반도 분쟁 불개입 등을 포함한다.

현실주의에 근거한 최소 전략은 국제적으로 핵탄두와 미사일의 개발에 대한 중단을 약속하는 것이다. 대신 조선은 현재 수준으로 핵무장국가로 있으면서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각종 제재를 해제 받는 것이다. 이 경우 조선은 실질적인 핵 억지력을 바탕으로 재래식 무기 경쟁의 부담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에 주력할 수 있다.

핵을 포기하고 통일을 얻는 것이 최선, 핵무장국가로서 경제발전이 차선

조선은 통일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독자적인 성장을 원한다. 조선이 통일을 하려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등 한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 조선이 독자적 발전을 하려면 재래식 무기 비용을 절감시키고 체제를 지켜 줄 핵무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쪽도 동의해 줄 의사가 없다. 그 이유는 조미관계는 미국의 중러 봉쇄라는 세계지배전략에 종속되기 때문에 조미관계라는 관점에서만 타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극동에서 중러에 대한 봉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조선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 차라리 중러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고 핵 보유와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안전성을 전제로 조선의 핵무장을 제한적으로 용인하는 게 차악일 수 있다.

이 경우 조선은 핵무장국가로서 국제사회에 핵무기 관리에 대한 신뢰성과 책임성을 보여야 한다. 즉 조선이 스스로 정상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조선은 핵무장국가로서의 자신감을 전제로 내부적으로는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사회주의법치주의를 발전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조선은 핵무기 동결 수준의 국제사회의 감시,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핵동결 차원의 감시에 국가 차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조선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므로 어렵다. 대신 미국의 관계자들이 비공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결국 조선은 실질적인 핵무장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사례를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협조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핵무장을 용인 받았다. 마찬가지로 조선이 실질적인 핵무장국가로 인정받으려면 미국에게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인 이익을 주어야 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대치하는 동북아정세에서 핵무장을 인정받으려는 조선이 마냥 친중노선 혹은 친러노선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핵무장국가로서 조선의 전략적 태세의 전환이 예측되는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태그:#바이든의 대북정책, #북미관계, #최대압박과 개입, #핵폐기와 핵동결, #파키스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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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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