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가운데 멕시코에 역전패했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 오스트리아 비너노이슈타트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A매치 평가전이 벌어졌다. 한국은 멕시코의 일방적인 흐름 속에 3-2 역전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낳았다.
 
무려 11개월 만에 치러지게 된 A매치 평가전. 한국은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며 많은 우려를 낳았다. 조현우, 권창훈, 이동준, 황인범에 이어 김문환, 나상호까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이은 확진에 경기 취소의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멕시코전을 대비해 평소 즐겨 쓰는 백4를 대신해 백3를 가동했다. 권경원, 정우영을 비롯해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활약하는 원두재를 아래로 내려 후방 빌드업에 중점을 뒀다. 최전방에는 '92년 라인'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을 투입하며 3-4-3 포메이션을 꺼내든 벤투 감독이었다.
 
멕시코 역시 베스트 11을 모두 꺼내 들었다. 울버햄튼에서 활약하는 라울 히메네스를 비롯해 로사노, 헤수스 코로나를 필두로 한 3-4-3 포메이션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4분 만에 3실점' 한국, 멕시코에 3-2 역전패
 
경기 시작과 함께 멕시코는 한국을 매우 높은 위치에서부터 거세게 압박했다. 조직력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멕시코의 빌드업은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히메네스, 로사노의 감각적인 움직임은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16분, 멕시코의 압박으로 한국의 처리 미스가 발생했다. 원두재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멕시코가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박스 안에서 볼을 잡은 헤수스 코로나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구성윤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조현우를 대신해 출전한 구성윤은 안정적인 모습으로 한국의 골문을 지켰다.
 
멕시코의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전반 19분, 이재성, 이주용, 손흥민이 패스를 통해 멕시코의 좌측 수비를 허물었다. 이후 돌파를 전개한 손흥민은 박스 안으로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페널티 박스 중앙 황의조가 손흥민의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성공시키며 멕시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멕시코가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한국 역시 몇 안 되는 기회를 날카롭게 이어가며 팽팽한 양상이 전개됐다. 이주용과 손흥민이 배치된 한국의 좌측면은 꾸준히 멕시코를 괴롭혔다. 한국은 전반전 동안 2번의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만들며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다.
 
후반전 역시 전반전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멕시코는 강도 높은 압박을 유지했으며, 마지막 골 결정력만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은 상대의 압박에 후방 빌드업에서부터 많은 실수를 범하며 여러 차례 소유권을 뺏기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은 후반 17분 이재성을 빼고 남태희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득점은 계속해서 두드리던 멕시코에서 나왔다. 후반 21분, 마찬가지로 후방 빌드업에서 소유권을 따낸 멕시코의 역습이 전개됐다. 차단 이후 볼을 이어받은 피네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시도했고, 라울 히메네스가 깔끔히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황의조를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2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한편 멕시코는 가까스로 터뜨린 동점골을 시작으로 골폭풍을 일으켰다. 후반 23분, 멕시코는 중앙을 활용한 공격에서 순간적으로 침투한 안투나의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바로 뒤이어 후반 24분, 이번엔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살세도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4분 만에 3골을 허용한 한국이었다.
 
한국은 후반 28분 손준호를 빼고 이강인을 투입하며 교체 카드 6장(3회) 중 3장만을 사용하고 남은 후반전을 소화했다. 후반 41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권경원의 득점으로 연결되며 한국은 추격에 나섰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한국은 선제 득점을 지키지 못한 채 멕시코에 3-2 역전패했다.
 
아쉬웠던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
 
멕시코전 3-2 역전패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팽팽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계속되는 멕시코의 강한 압박에 한국은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갔다. 몇 없는 기회를 살려 선제 득점을 터뜨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으나, 몰아치는 멕시코의 공격을 막아낼 순 없었다. 특히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은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먼저 한국은 후방 빌드업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올시즌 울산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한 원두재의 센터백 투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많게는 5명까지 매우 깊은 공간으로 전진하는 멕시코의 압박에 한국은 쉽게 볼을 전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다수의 공격을 후방 빌드업에서 시작했다. 순간적인 롱볼이나 수비 라인을 높여 맞서는 방법도 있었지만 한국은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역전을 허용한 후에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전체적인 라인을 높이는 변화를 시도했다. 벤투 감독이 이날 경기 중 시도한 유일한 전술 변화였다. 원두재를 올리고 이주용과 김태환을 내려 백4를 구축하는 것 등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인 평가전의 의의마저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교체 카드의 활용 역시 아쉬웠다. 이번 A매치 평가전을 대비해 선발된 25명의 대표팀 선수 중 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전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틀 뒤 카타르와의 평가전 또한 예정된 상태에서 벤투 감독은 이번 경기 6장의 교체 카드 중 단 3장만을 사용했다. 한국은 후반전 말미 체력적으로 멕시코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교체 카드의 목적은 체력 안배뿐 아니라 선수 점검에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A대표팀에 처음으로 선발된 윤종규, 정태욱, 엄원상 등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벤투 감독이었다. 경기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어진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하지 않으며 체력 안배, 선수 점검 두 마리 토끼를 놓친 것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었다. 5년 만에 A매치에 선발되어 출전한 이주용은 손흥민과 함께 측면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은 100% 자신의 기량을 선보였으며, 조현우를 대신해 투입된 구성윤 또한 선방 능력을 입증했다. 교체 투입된 이강인 역시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권경원의 추격골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다가오는 17일 오후 10시,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11개월 만에 치르는 '소중한' 평가전에서 최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값진 데이터를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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