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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보다 어렵다는 퇴사를 꽤 짧은 기간 내에 저질렀고, 퇴사 못지않게 힘든 입사 역시 꽤 짧은 기간 내에 해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보다 선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하루라도 어정쩡하게 살아가지 않기 위해, 일이 출근과 퇴근 사이의 시간을 메우는 스티로폼 가벽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결정한 일들이었다.

쉽진 않았다. 조건이 좋은 회사에서는 일에 대한 갈증이 컸고, 일에 대한 성취감과 비례한 스트레스는 새로운 근심거리가 됐다. 힘들지 않은 일을 찾으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만한 환경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 충족을 위해 연구하고 애쓴 것뿐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스물넷 첫 회사에 입사한 후로 스물다섯인 지금 나는 세 번째 입사를 했다. 남들이 다 하는 직장 생활하면서도 퇴근을 하고 글을 쓰던 나는, 그렇게 기자가 됐다. 남들이 다 하는 직장 생활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일이고, 덕분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기자는 확신에 차서 말해야 하는 업이면서 동시에 그 어떤 것도 확신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기자는 확신에 차서 말해야 하는 업이면서 동시에 그 어떤 것도 확신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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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현하면 다른 직장인들이 듣기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일이 너무 좋고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지 불안할 정도로 이 업이 좋다.

일과 생활의 분리를 간절히 꿈꾸던 삶에서 일과 생활을 분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게 됐다. 더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업무이면서 동시에 나의 평소의, 평생의 목표이기 때문에 일상의 노력과 관심사가 곧 업무의 성과로 이어진다. '덕업일치'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일을 잘하지 못할 땐 진심으로 좌절하고 괴롭다는 단점도 있다. 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거다. 스스로 과열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너무 원하던 일을 시작한 데서 오는 벅찬 열정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손에 익으면 자연스럽게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다 괜찮은 척 이야기하고 이렇게 글로 박제하는 일도 서슴지 않지만, 사실 모든 과정이 쉬웠던 건 아니었다. 왜 나는 적당히 만족할 줄 모를까, 남들 다 만족할 건 하고 포기할 건 하고 사는데 왜 나는 조금의 불만족도 견디지 못할까. 일에 대한 판타지에 심취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비웃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느끼는 갈증과 갈망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매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지만 너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 일은 너에게 정말 잘 맞을 거라고. 어쩌면 나보다 더 큰 목소리로 되뇌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결정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나의 불안을 이겼다. 막상 사표를 내고 나니 파도처럼 밀려들던 허탈감과 막막함을 덮었다. 쓸데없는 불안감 대신 한 자라도 적게 만들었고, 면접에서 누구보다 이 일이 간절한 사람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결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자는 자기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걸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본 게 사실인지, 느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지, 생각한 건 편파적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지, 나의 목소리는 이 뉘앙스가 적절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다. 확신에 차서 말해야 하는 업이면서 동시에 그 어떤 것도 확신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이 돼서, 제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이상 좋은 기자가 될 리는 만무하다. 아직은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도, 좋은 기자라고도 말할 수 없지만 이 막막함을 하루하루의 성실함으로 이겨갈 것이다. 잘 쓰기 전에 잘 사는 사람이 돼서, 언젠가는 나 스스로를 좋은 기자라고 말할 수 있는 날도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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